킁킁 가게 - 제39회 샘터 동화상 당선작
김윤화 지음, 혜경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 첫째는 냄새에 참 예민하다. 집에 오면 집에서 나는 냄새로 저녁 반찬이 뭔지 단번에 맞춰내고 또 공중화장실에서 조금만 냄새가 나도 들어가길 거부하는, 게다가 동물원에 가서도 동물 냄새가 지독하다며 나가자고 떼를 써 결국 10분만에 다시 나오게 하는, 그만큼이나 냄새에 민감해 비위 맞춰주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예민한만큼 나의 베개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고 좋아하며 폭 누워버리기도 하고 내가 벗어둔 옷에서 나는 느끼지 못하는 나의 냄새를 기억하고 좋아하며 꼭 안곤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이렇듯 아이들은 단지 보고 듣는 것 뿐만 아니라 후각적으로 각인되고 기억되는 것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킁킁가게>라는 제목과 냄새를 파는 가게라는 설정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인 찬이는 매일 오백원을 들고 킁킁가게를 찾는다. 찬이는 엄마냄새를 맡고 싶지만 킁킁가게 주인 아저씨는 엄마냄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찬이의 엄마는 아빠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렸고 그래서 찬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킁킁가게를 매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중 킁킁가게를 찾아와 아기냄새를 맡는 긴 생머리의 아줌마와 만나게 되고, 엄마가 그리운 찬이와 아기가 그리운 아줌마는 그렇게 친해져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놀러가기도 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온갖 냄새로 가득한 킁킁가게에 그리운 마음을 담아 매일 찾아오는 두사람은 과연 서로에게 어떤 위로를 받게 될까?

 

 
귀여운 그림체와 독특한 제목으로 행복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을 것 같았던 그림책이지만 읽는내내 마음 한켠이 아릿하기도 하고 읽고나서는 더욱 여운이 남는 그림책이었다. 부모의 불화로 인해 남겨진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이 찬이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고 또 아이를 잃은 부모의 그리움 또한 아줌마를 통해 느껴져 가족이라는 큰 틀에 균열이 생기고 상실이라는 감정의 고통이 남겨진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가져다 주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분명 냄새 만으로는 메워질 수 없는 마음의 빈자리지만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누군가로인해 그 자리를 조금씩 메워가며 이겨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찬이와 아줌마에겐 서로가 그런 존재로 서로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이별을 겪은 많은 아이들이 그 시간을 잘 이겨내고 잘 자라날 수 있기를,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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