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일하는 사회 -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에 관하여
모리오카 고지 지음, 김경원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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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면, 또는 다니고 있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거나 또는 일하기 위한 준비 시간으로 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분명 돈을 벌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하면서도 정작 현재의 행복을 담보로 맡긴채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쫓고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미래의 행복이 언제까지나 현재의 불행을 참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진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며 욜로족으로 살아가기엔 발목을 잡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에 그저 언젠가 다가올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지만 멀지 않은 가까운 일본만해도 우리 못지않게 긴시간 일을 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 역시 서서히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과로사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렇게 긴 시간 일할 수 밖에 없으며 과연 그것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노동과 경제에 대한 많은 책을 집필한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대학교수였다. 이 책은 비록 꽤 오래전인 2005년에 발간 된 책이라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 달라서 공감과 이해를 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때와 지금의 노동환경이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지금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법으로 명시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이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잔업과 야근에 대한 수당을 일한 그대로 챙겨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것이다. 야근을 하지 않아도 눈치가 보이지만 야근을 해도 수당을 올리기엔 눈치 보이기는 마찬가지인, 어떻게해도 노동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책이 쓰인 시점엔 휴대전화의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고 인터넷과 정보통신 영역이 점점 보편화 되어가는 시기였기에 노동환경 역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던 시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통신의 발달이 노동시간을 단축해 줄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실상은 업무량이 더 늘어나고 노동시간은 더욱 길어지게 만들었다. 업무의 표준화와 단순화는 정규직을 줄이고 파견직이나 개인 도급 노동자 같은 비정규직의 증가로 고용의 불안을 가져오게 되었고, 그로인해 개인 작업의 시간인 단축되었을지 모르나 전체적인 작업량은 더 늘어나게 만들며 야근과 주말에도 출근을 하거나 집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노동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그런 살인적인 노동시간으로 인해 노동자의 삶은 피폐해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로사라는 끔찍한 결과에 다다르게 된다. 게다가 소비지본주의로 인해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구매력이 향상되며 소비를 자기 목적으로 삼는 낭비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대중적 현상으로 부상하고 인생에서 돈의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다. 이로써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해지고 장시간 노동에 박차를 가한다. 금전적인 풍요로움을 얻으려면 더욱 많이 벌어야 하고, 더욱 많은 돈을 벌려면 더욱 오래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많은 요인으로 우린 점점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아도 과연 이 책이 쓰였던 2005년의 그때보다 우리의 환경이 획기적으로 나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스마트폰의 발달로 직장뿐만이 아닌 어느곳에서도 업무연락을 받고 처리해야 하는등 메신저나 메일로 인해 직장도 집도 일터가 되어버리며 그 경계가 희미해져 버렸다. 법적으로 강력하게 규제를 한다고 하지만 이미 뿌리깊게 박혀버린 인식을 한순간에 바꿀 순 없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수많은 직종에선 야근과 철야가 당연시되며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이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또 노동자 스스로도 어떤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역시 과거 직장에 다니며 했던 수많은 야근으로 인해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보냈던 시절이 생각나며 그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자신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챙기지 않으면 직장에선 그 누구도 나를 챙겨줄 수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은 그래도 정시퇴근이나 연차사용이 많이 유연해지고 자리잡혀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인식되고 있진 않기에 법적으로도 또 고용주나 회사차원에서의 강력한 제재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과노동 시대로 접어들게 된 배경과 현재의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고 또 앞으로 우리사회가 변화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공간과 더불어 시간을 철저하게 이용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는 말을 이해하리라. 아울러 교양, 오락, 스포츠, 사회활동 시간은 물론 식사, 수면, 가정생활 시간까지 줄이면서 모든 활동 시간을 업무에 충당하는 노동방식은 더욱 커다란 죄악이라는 것도 이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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