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괜찮지 않았던 날들
허윤정 지음 / 자화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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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그 천진난만한 솔직함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른이 되고서는 내 마음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누군가에 털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매번 느끼기에 아이들의 악의없는 그 순수함이 한편으론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난 분명히 힘들고 아프지만 그것을 숨기고 괜찮다고 말하는 그 씁쓸함은 입안 가득 남아 두고두고 날 괴롭히곤 한다. 실은 괜찮지 않음에도 괜찮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 벗겨낼 수 없는 묵은 먼지처럼 되어버린다면, 마음 한켠의 응어리로 자리잡아 스스로를 점점 더 가둬버릴지도 모른다. 



상상 속의 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의연한
사람이었지만, 현실은 무척이나 달랐다. 
그 괴리감이 한 번 더 나를 무너뜨린다.

 

 

 

 

매 순간 기록하는 일을 사랑하고 더 많은 순간의 감정을 적고, 나누고 싶다는 저자의 글에서는 힘들었던 시간의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면서도 그것을 잘 견뎌내고 이겨낸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연을 이어가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결실을 맺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세상을 살아가며 나 자신을 스스로 지켜내고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나간 일들을 천천히 곱씹으며 그동안 타인으로 인해 나를 혹사시킨 날들을 인정하고 나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연인이든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이든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힘든것도 아픈것도 그저 괜찮다며, 내가 참고 넘기면 된다며 힘겹게 이어나가던 의미없던 인연의 끈에 미련을 가지지 말고 가차없이 잘라내고 새로운 끈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저자의 글에서 마주할 수 있기에 충분히 아파하고 난 뒤, 더 좋은 인연과 존중 받아 마땅한 자신의 진짜 마음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네가 힘들 게 뭐가 있어.”와 같은 말로
상대의 마음에 폭력을 행사하지 말기를. 
모든 사람은 타인이 절대 알 수 없는
혼자만의 사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항상 모든 관계에서 나 자신을 생각하기보단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또 그 사람에게 비춰지고 보여질 나의 모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괜찮은 것도 괜찮다고, 괜찮지 않은 것도 괜찮다며 항상 긍정적이고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기위해 쓸데없이 나의 마음을 소모하는 일이 많았다. 어린시절엔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런 일들을 친구들에겐 거리낌없이 말하고 터놓을 수 있었는데 이젠 친구들에게마저도 나의 진짜 고민과 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져 그저 혼자 감당할 수 밖에 없어 더 큰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이젠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마저 많지 않기에 그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유지해 가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책을 읽는내내 예전에 연애를 하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며 힘들고 날 지치게 했던 수많은 관계들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르며 왜 그땐 조금은 이기적이더라도 나 자신을 더 챙기고 돌보지 않았는지, 그랬더라면 아마 지금과는 또다른 내가 되어 있진 않았을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곤 했다. 비록 나는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며 뒤늦은 후회를 할지라도 아마 지금 열렬히 사랑하고 또 이별하며 힘들어하고 있을 청춘들과 자존감이 점점 떨어지고 괜찮지 않은 하루하루를 괜찮다며 애써 넘기다 문득 그 슬픔이 감당할 수 없이 크게 몰려와 힘겨운 많은 사람들에게 저자의 글은 스스로 괜찮지 않음을 인정하고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생해야 만날 수 있고 이해해야만 이어나갈 수 있는,
나만 노력하고 있는 관계 속의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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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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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하루가 아이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무의식중에 아이들을 먼저 챙기고 가장 우선시하고 있음에도, 어느순간 엄마가 된 나 자신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내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엄마도 아닌, 그렇다고 나 자신도 아닌 그저 공기중에 부유하며 떠다니는 누구도 아닌 나를 느끼며 죄책감도 아닌 허무함도 아닌 묘한 감정,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엄마와 나 사이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그런 순간이 올때면 복잡한 심정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또 아이들을 통해 더 큰 행복을 찾고 더 깊은 기쁨을 느낄 수 있기에 힘들어도 버티고 괴로워도 이겨내는 진짜 엄마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보다 더없이 넓어지는 마음은 딸을 키우며 얻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자식을 안은 사랑의 감촉으로, 나는 더 섬세하고 긍정적이 되었다. 긍정적인 생각 속에서만 보이는 해맑은 미래. 딸을 안고 딸의 미소를 보며 어떠한 슬픔도 식빵처럼 말랑말랑해지곤 했다. 


 

 

 

예술가인 동시에 딸을 둔 모녀가장인 그녀는 울다 지쳐 잠든 아이 곁에서, 땅끝으로 떨어지는 엄마의 무게에 흔들리고 외로울 때마다 시를 읽고 쓰며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자라나는 아이를 보며 행복해하면서도 무수히 흔들리고 아파하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시가 가진 치유와 사색의 힘을 전하기 위해 집필한 책이라고하니 비록 시와는 가깝지 않고 또 낯설기만한 내게 쉽게 다가가고 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시는 이상하게도 나에겐 계속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저 마음 가는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면 되는 것을 자꾸만 밀어내고 멀리하다보니 시에 대해선 정말 아는 것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은 엄마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저자이기에 엄마들의 힘든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시들을 엄선하여 들려주며 시라는 장르가 전해줄 수 있는 감정과 의미들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저자가 딸을 키우며 경험한 것과 마주했던 많은 상황들을 겪으며 느꼈던 것들이 바탕이 되어 그 시를 설명해 주니 시를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의문들이 해소되며 그 시가 담고 있는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엄마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하지만 여자이고 한 사람으로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와닿으며 내가 엄마로서 겪었던 힘든일, 기쁜일,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엄마라는 이름이 힘겨워 내려놓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한마디에, 작은 웃음 하나에 모든걸 잊어버리게 되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 공감이 되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는 나를 보게 되기도 했다. 



내 곁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기쁨은 돈으로도 셀 수 없을만틈 애틋하다. 그 애틋함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떠오른다. 마음을 울리는 그 이야기는 사람이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치유, 힐링이라는게 과연 뭘까. 힘들었던 일, 아팠던 일들이 잊혀지고 사라져버리며 행복한 기억으로만 덮어버리는 것이 치유일까. 아픈 몸을 낫게 하는것처럼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서 그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마음의 병은 그럴수가 없다. 그렇기에 엄마로서의 삶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아이를 낳으면 바로 모성애가 생기며 엄마로서의 역할을 뚝딱 해낼 것 같지만 사실 처음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서히 엄마로서의 모습과 자질이 생겨나는 것임에도 처음부터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매몰차게 내몰다보면 어느순간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어쩌면 혼자 끙끙 앓다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힘든 시간을 겪었고 또 겪고 있을 많은 엄마들에게 시라는 처방전을 내려주는 저자는 그 누구보다 엄마들의 마음을 잘 알고 어떤 위로의 말들이 필요한지 알기에 짧은 시 한편이 주는 울림과 감동을 쉽지만 깊게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를 통해 공감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곰곰히 곱씹어보는 엄마로서의 시간들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으며 잊고 있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상기시켜주기에 다시금 힘을 내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기에 시가 가지는 매력과 그 힘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힘든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쇼핑을 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 그뒤에 또다시 이어지는 공허함이 쌓이고 쌓여 더 큰 고통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때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어루만져주는 시 한편이 주는 힘을 저자는 알기에 엄마들에게 시를 읽으라고, 그래서 공감하고 털어버리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부터도 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다시금 느끼고 읽고 또 읽으며 서서히 전해지는 시의 의미나 감동들이 가져다주는 위로가 절대 적지 않음을 느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 몸과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꿈꾸던 사랑도 잔잔한 물결이 되고, 가슴속 깊은 우물도 보이고, 한없이 스스로가 낮아지기도 한다. 그 낮아지는 겸허한 가슴 안에 풍요로움이 깃든다. 풍요로움 속에서 헤매고, 떠나고, 묻고, 비워낸다. 그렇게 가슴은 자꾸만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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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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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비행기를 타면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비행기의 발명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지금도 우리에겐 머나먼 곳으로, 또 광활한 대자연을 품은 낯선 곳으로 느껴지곤 한다. 아직 문명의 때가 덜탄 순수한 땅이라는 이미지라고나 할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아프리카를 가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아프리카라는 나라는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치며 온 몸의 근육이 꿈틀대는 역동적인 나라일 것이고, 수많은 동물들이 살아 숨쉬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나라다. 그렇기에 그런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삶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상상하다보면 과연 나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가져보게 된다. 



잠들지 않은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정적을 뚫고 우리 귓가까지 들려온다. 우리의 머리나 가슴에는, 어쩌면 혈관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불러내는 아프리카의 목소리다. 시간을 벗어났지만 지금 여기 있는 기억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구덩이 반대편까지 걸쳐져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베릴 마크햄은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다. 1936년에 이 기록을 세웠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대부분의 비행사는 남성인 실정인데 아마 그 시절엔 더 높은 벽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삶이 그 시절 다른 여성들의 삶처럼 수동적이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녀는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4살때 아버지와 함께 케냐로 이주하며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아프리카에 살며 그녀가 겪은 수많은 경험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고 한편의 영화와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특히 원주민들과 나선 사냥 이야기는 과연 실제 경험인지 의심스러울정도로 위험천만하다. 멧돼지를 잡기 위한 사냥에서 사자를 만나게 되고 사자의 공격에 대응하는 원주민들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인 그녀가 그들의 사냥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녀가 그 상황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수많은 난관 역시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열일곱살이 되던해에 가뭄으로 아버지의 은조로 농장이 문을 닫게 되며 그녀는 페루로 떠나는 아버지와 헤어져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그녀가 직접 받은 말 페가수스에 실은 안장 두개가 짐의 전부였고 그렇게 떠난 몰로에서 농장에서 익힌 조련사의 자질을 충분히 살려 여성 최초로 경주마 조련사 자격증을 취득해 대회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 하게 되지만 그녀는 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후 아프리카의 유일한 여성 비행사가 되어 우편물과 승객을 수송하고 코끼리떼를 수색하기도 하며 비행사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새롭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이기에 아마 최초,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망설임없이 자신의 마음과 생각대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모험가와 같은 그녀의 삶의 기록이 어쩌면 한편의 영화나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기에 76년이라는 시간동안 잊혀지지 않고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새롭고 더 나은 게 없을까. 삶은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침체된다. 이런 삶조차도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변화를 절대로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말은 하나도 좋지 않다. 지레 후회해봤자 좋을 것이 없다. 모든 내일은 모든 어제와 달라야 한다. 


 

 

 

 

그녀의 삶이 너무나 스펙터클하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그녀의 글로인해 더욱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그녀가 묘사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그녀가 아프리카에 가진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아프리카라는 낯선 나라에 대한 환상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비행사가 되어 대서양을 횡단하며 비행기에서 느낀 고독과 두려움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느낌을 읽다보면 안일하고 정체된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지금 많은 것을 가지고 또 누리고 있는 우리지만 훨씬 더 열악하고 힘든 여건에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만들어 나간 그녀의 대담함에 경외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작가들의 칭송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그녀의 글솜씨에 그녀가 살면서 남긴 책이 이책 단 한권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우리도 살면서 인생의 큰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지나온 과거에 연연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용기를 갖는 것도 힘들기만 하다. 하지만 그녀는 구름속에 가려진 미래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현재에서 당당히 그 구름속으로 걸어들어가면 그 구름은 걷히기 마련이라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로부터, 원주민으로부터, 동물들로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간 것이다. 수많은 경험과 순간순간들이 더해지며 그녀는 자신만의 행성인 비행기와 만나게 되었고 그로인해 여성 최초의 대서양 횡단이라는 기록 역시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그녀처럼 큰 업적을 이루거나 모험을 하진 못할지라도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라면 그녀 못지 않은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하늘이 나를 제 영역으로 데려간다. 밤이 나를 온전히 감싼다. 대지와의 접촉은 모두 차단된다. 내가 움직이는 나만의 작은 세계에서, 별들과 한 공간에서 숨을 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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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상회 - 거짓말 파는 한국사회를 읽어드립니다
김민섭.김현호.고영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기획 / 블랙피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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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한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진실만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오히려 더 살벌하고 무서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의 진심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낸다면 원활한 인간관계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체면 차리기도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기도 하는 일상생활속의 거짓말은 어쩌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먹는 모든 것들에 거짓말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특히나 요즘은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퍼지며 진실처럼 믿게 만드는 일이 부지기수이기에 어떤것을 믿어야 하고 어떤것을 의심해야 하는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은 그저 아무런 물음없이 거짓을 믿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럴듯한 거짓말은 언제나 달콤하게 다가와 공기 중의 바이러스처럼 전염되고 확산된다. 나중에는 모두가 그에 영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개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괴물’이 된다. 우리 시대의 언어들이(거짓말들이) 만들어 낸,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은폐하는 동안 탄생한 괴물은 우리 주변에 있다. 


 

 

 

이 책은 세가지 키워드인 자기 계발, 사진, 음식을 중심으로 그 속에 숨겨진 거짓말에 대해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삶과 앎과 노동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인문학협동조합의 기획아래 세명의 저자가 세가지 주제를 각각 맡아 설명한다. 자기 계발, 사진, 음식은 지금 시대의 가장 핫한 트렌드이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멀지 않은 친숙한 존재이다. 어느샌가 서점엔 무수히 많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특히 청년들에게 자기계발이란 필수요소가 되었다. 사실 지금 청년들은 그 어느때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도의 경제성장 속에서 승승장구한 부모세대들은 지금 청년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며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현실은 그와는 반대다. 헬조선에서 흙수저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하고 자기 계발을해도 막막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고,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 받는 절망감은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아프니까 청춘이고 우는 모습도 아름다우며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라고 훈계하는, 나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이겨냈다는 자신의 성공 신화를 끝없이 주입하는 이들은 지금을 살아가고 극복해 내야할 청년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는 멘토를 자처하지만 그런 자기 계발로는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자신들을 규정할 만한 최소한의 장마저 강탈당했다. 예찬도, 비난도, 오로지 기성세대의 몫이다. 아파도 된다며 위로하는 이도, 왜 분노하지 않는가 묻는 이도, 심지어 “이것은 왜 청년이 아니란 말인가” 하고 반론을 펼치는 이도 모두 청년이 아니다.


 

 

 

 

우리는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장의 사진을 마주하지만 그렇게 유통되는 사진의 속임수에 넘어간 경험이 많다. 특히 정치에서 사진은 철저히 계산되고 기획되어 만들어진 것이기에 결코 투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 만들어진 사진 한장을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이라 믿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이해하려는 비평적 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거짓을 가려낼 수 있다. 우리가 거짓을 마주하고 매주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고 외치며 탄핵을 이루고 정권을 교체한 것처럼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끊임없이 물음을 가지며 진실을 요구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인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정치가의 본질이 내면이 아니라 행위와 정책에 있다는 점이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사는 시민은 사진을 통해 정치가의 내면을 애써 상상하기보다는 그의 정책과 행위를 입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때 붐이 일었던 먹방, 쿡방은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식은 아직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진 않다. 특히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오래되었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음식에 위엄이 깃들고, 그것만으로 이미 훌륭하다고 여기는 고질적인 얕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사실임에도 그것이 기원이고 시작이라며 복원에 큰 돈을 들이며 의미없는 낭비를 하곤 한다. 또한 지난 경험과 고착된 감각의 거짓말이 낳은 ‘맛없다’를 벗어나야 한다. 우린 안남미를 그저 풀풀 날리는 맛없는 쌀이라 생각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참맛을 경험해 볼 틈 없이 굶기 싫어서 안남미를 먹었다. 품질 낮은 싸구려 안남미와 조리법에 대한 무지가 함께였다. 미각에 깃든 거짓말 하나를 그 뿌리까지 반성하다 보면, 내가 맞을 세계를 더욱 넓힐 수가 있다. 



과연 ‘기무치’는 타락이고, ‘단무지’는 확장일까?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잡고, 100년 동안 한국화했고, 오늘날 한국의 서민대중과 친숙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이 드러내는 이 ‘어긋남’이야말로 찬찬히 음미할 만한 음식 문화사의 진경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그간 내가 수많은 일들에 단순한 물음도 없이 그저 보이는대로 믿으며 편한 생각만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세상이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주입하는 거짓말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은 우리를 둘러싼  거짓에 물음표를 던지고 사회와 제도를 바꾸기 위해 방관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다. 괜찮을 것이란 안일한 생각은 곳곳에 퍼진 거짓말들을 더욱 키워낼 뿐이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 말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 도처에 만연한 거짓말을 잘 가려내고 벗어나기 위한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한번 의심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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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위로할 때
김나위 지음 / 다연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은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또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보편화되었기에 이것저것 신경쓰고 귀찮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기보다 혼자인 것이 더 편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도 누군가에게 기대어 위로받기보다 스스로 셀프힐링을 할 수 밖에 없다.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색하고 또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힘들땐 어떻게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나를 바라보고, 미래의 나를 그려보는 혼자만의 시간.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정신적,육체적 쉼을 얻을 뿐 아니라, 진정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고객만족 전문가이자 경영컨설턴트로 교육과 강연, 집필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많은 저술 활동과 최근에는 동양학과 서양학을 융합한 라이프&비즈니스 코칭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 속엔 저자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함께 담겨있다. 우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요즘은 우리를 맥빠지게 하는 이야기들을 심심치않게 접할 수 있다. 분노를 부르는 갑질논란부터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허탈함을 주는 금수저들의 이야기나 나를 힘들게 하는 회사 동료들과의 마찰은 세상 살아갈 맛이 안나게 한다. 분명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하지만 지금 시대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에 시대가 변했다면 살아가는 법, 성공 하는 법, 노력하는 법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하지만 노력이 실패로 끝나는 순간 우린 스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된다.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닥치는지 원망하고 누군가를 탓한다고해서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한다. 하지만 나에게만 일어났을 것 같은 일들을 타인의 삶에서도 발견한 순간, 나만 불행할 것이라는 단단한 확신이 눈 녹듯 사라진다. 서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위로를 얻고 공감을 주고받는 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힘든 사연들과 그것을 잘 이겨낸 이야기를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속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완벽한 것은 없음에도 완벽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목적을 잊고 살고 거절하지 못해 많은 것을 떠안으며 힘들어하고 그로인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엄한 곳에 분노를 발산하는 현재의 우리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내 멋대로 살아보기도 하고 요령껏 이모저모 따져보고, 참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고, 버티는 것도 한계를 두어야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나를 위해 쏟아내는 연습을 하고 나만을 위한 비상구를 만들어야 내가 아프지 않고 소중한 것을 지켜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저자의 말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되기로 다짐할 수 있는 마음의 동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있어야 진실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어떤 일이 되었든 자신이 선택한 곳이라면 불만족도 줄고, 후회도 덜하게 된다. 자신이 선택했다는 책임감으로 인해 더 강건히 자리를 지키려는 노력도 하게 된다. 세상에서 참 부러운 사람이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자기 자신의 선택을 굳건하게 믿고 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결정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금도 혼자 몰래 눈물을 훔치며 지친 나 자신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가족들에겐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숨기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겐 괜한 치부를 들춰내는 것 같아 역시 말하기 꺼려지기에 그냥 혼자 힘들어하고 혼자 감당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커지는 아픔을 감당하기 힘들어질때면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며 모두 쏟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 마음 하나 터놓을 곳이 없어 더 큰 쓸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렇게 혼자 울지 말라고, 당신은 위로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조급해 하지말고 천천히 시작해도 된다고 따뜻하게 토닥여주며 지친 나를 살포시 안아준다는 느낌이 든다. 성공을 위해, 돈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쓰디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것 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세상에 불만만 가득해지는 혼자인 나를 가만 두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때, 그래도 나만 힘든것이 아니라는 것에 위로 받기도 하고 혼자인 것보다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멋진 성공도 좋지만 사람으로서 당연히 느낄 만한 감정을 제대로 느껴가며 펑펑 울고, 호탕하게 웃고, 화끈하게 화내고, 눈물 흘리며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지금보다 한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곳, 부족한 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야말로 지상낙원이지 싶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부럽게 사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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