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상회 - 거짓말 파는 한국사회를 읽어드립니다
김민섭.김현호.고영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기획 / 블랙피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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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한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진실만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오히려 더 살벌하고 무서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의 진심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낸다면 원활한 인간관계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체면 차리기도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기도 하는 일상생활속의 거짓말은 어쩌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먹는 모든 것들에 거짓말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특히나 요즘은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퍼지며 진실처럼 믿게 만드는 일이 부지기수이기에 어떤것을 믿어야 하고 어떤것을 의심해야 하는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은 그저 아무런 물음없이 거짓을 믿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럴듯한 거짓말은 언제나 달콤하게 다가와 공기 중의 바이러스처럼 전염되고 확산된다. 나중에는 모두가 그에 영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개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괴물’이 된다. 우리 시대의 언어들이(거짓말들이) 만들어 낸,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은폐하는 동안 탄생한 괴물은 우리 주변에 있다. 


 

 

 

이 책은 세가지 키워드인 자기 계발, 사진, 음식을 중심으로 그 속에 숨겨진 거짓말에 대해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삶과 앎과 노동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인문학협동조합의 기획아래 세명의 저자가 세가지 주제를 각각 맡아 설명한다. 자기 계발, 사진, 음식은 지금 시대의 가장 핫한 트렌드이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멀지 않은 친숙한 존재이다. 어느샌가 서점엔 무수히 많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특히 청년들에게 자기계발이란 필수요소가 되었다. 사실 지금 청년들은 그 어느때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도의 경제성장 속에서 승승장구한 부모세대들은 지금 청년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며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현실은 그와는 반대다. 헬조선에서 흙수저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하고 자기 계발을해도 막막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고,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 받는 절망감은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아프니까 청춘이고 우는 모습도 아름다우며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라고 훈계하는, 나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이겨냈다는 자신의 성공 신화를 끝없이 주입하는 이들은 지금을 살아가고 극복해 내야할 청년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는 멘토를 자처하지만 그런 자기 계발로는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자신들을 규정할 만한 최소한의 장마저 강탈당했다. 예찬도, 비난도, 오로지 기성세대의 몫이다. 아파도 된다며 위로하는 이도, 왜 분노하지 않는가 묻는 이도, 심지어 “이것은 왜 청년이 아니란 말인가” 하고 반론을 펼치는 이도 모두 청년이 아니다.


 

 

 

 

우리는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장의 사진을 마주하지만 그렇게 유통되는 사진의 속임수에 넘어간 경험이 많다. 특히 정치에서 사진은 철저히 계산되고 기획되어 만들어진 것이기에 결코 투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 만들어진 사진 한장을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이라 믿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이해하려는 비평적 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거짓을 가려낼 수 있다. 우리가 거짓을 마주하고 매주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고 외치며 탄핵을 이루고 정권을 교체한 것처럼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끊임없이 물음을 가지며 진실을 요구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인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정치가의 본질이 내면이 아니라 행위와 정책에 있다는 점이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사는 시민은 사진을 통해 정치가의 내면을 애써 상상하기보다는 그의 정책과 행위를 입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때 붐이 일었던 먹방, 쿡방은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식은 아직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진 않다. 특히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오래되었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음식에 위엄이 깃들고, 그것만으로 이미 훌륭하다고 여기는 고질적인 얕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사실임에도 그것이 기원이고 시작이라며 복원에 큰 돈을 들이며 의미없는 낭비를 하곤 한다. 또한 지난 경험과 고착된 감각의 거짓말이 낳은 ‘맛없다’를 벗어나야 한다. 우린 안남미를 그저 풀풀 날리는 맛없는 쌀이라 생각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참맛을 경험해 볼 틈 없이 굶기 싫어서 안남미를 먹었다. 품질 낮은 싸구려 안남미와 조리법에 대한 무지가 함께였다. 미각에 깃든 거짓말 하나를 그 뿌리까지 반성하다 보면, 내가 맞을 세계를 더욱 넓힐 수가 있다. 



과연 ‘기무치’는 타락이고, ‘단무지’는 확장일까?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잡고, 100년 동안 한국화했고, 오늘날 한국의 서민대중과 친숙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이 드러내는 이 ‘어긋남’이야말로 찬찬히 음미할 만한 음식 문화사의 진경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그간 내가 수많은 일들에 단순한 물음도 없이 그저 보이는대로 믿으며 편한 생각만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세상이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주입하는 거짓말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은 우리를 둘러싼  거짓에 물음표를 던지고 사회와 제도를 바꾸기 위해 방관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다. 괜찮을 것이란 안일한 생각은 곳곳에 퍼진 거짓말들을 더욱 키워낼 뿐이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 말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 도처에 만연한 거짓말을 잘 가려내고 벗어나기 위한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한번 의심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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