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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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하루가 아이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무의식중에 아이들을 먼저 챙기고 가장 우선시하고 있음에도, 어느순간 엄마가 된 나 자신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내 주위를 맴도는 아이들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엄마도 아닌, 그렇다고 나 자신도 아닌 그저 공기중에 부유하며 떠다니는 누구도 아닌 나를 느끼며 죄책감도 아닌 허무함도 아닌 묘한 감정,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엄마와 나 사이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그런 순간이 올때면 복잡한 심정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또 아이들을 통해 더 큰 행복을 찾고 더 깊은 기쁨을 느낄 수 있기에 힘들어도 버티고 괴로워도 이겨내는 진짜 엄마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보다 더없이 넓어지는 마음은 딸을 키우며 얻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자식을 안은 사랑의 감촉으로, 나는 더 섬세하고 긍정적이 되었다. 긍정적인 생각 속에서만 보이는 해맑은 미래. 딸을 안고 딸의 미소를 보며 어떠한 슬픔도 식빵처럼 말랑말랑해지곤 했다. 


 

 

 

예술가인 동시에 딸을 둔 모녀가장인 그녀는 울다 지쳐 잠든 아이 곁에서, 땅끝으로 떨어지는 엄마의 무게에 흔들리고 외로울 때마다 시를 읽고 쓰며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자라나는 아이를 보며 행복해하면서도 무수히 흔들리고 아파하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시가 가진 치유와 사색의 힘을 전하기 위해 집필한 책이라고하니 비록 시와는 가깝지 않고 또 낯설기만한 내게 쉽게 다가가고 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시는 이상하게도 나에겐 계속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저 마음 가는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면 되는 것을 자꾸만 밀어내고 멀리하다보니 시에 대해선 정말 아는 것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은 엄마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저자이기에 엄마들의 힘든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시들을 엄선하여 들려주며 시라는 장르가 전해줄 수 있는 감정과 의미들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저자가 딸을 키우며 경험한 것과 마주했던 많은 상황들을 겪으며 느꼈던 것들이 바탕이 되어 그 시를 설명해 주니 시를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의문들이 해소되며 그 시가 담고 있는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엄마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하지만 여자이고 한 사람으로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와닿으며 내가 엄마로서 겪었던 힘든일, 기쁜일,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엄마라는 이름이 힘겨워 내려놓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한마디에, 작은 웃음 하나에 모든걸 잊어버리게 되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 공감이 되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는 나를 보게 되기도 했다. 



내 곁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기쁨은 돈으로도 셀 수 없을만틈 애틋하다. 그 애틋함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떠오른다. 마음을 울리는 그 이야기는 사람이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치유, 힐링이라는게 과연 뭘까. 힘들었던 일, 아팠던 일들이 잊혀지고 사라져버리며 행복한 기억으로만 덮어버리는 것이 치유일까. 아픈 몸을 낫게 하는것처럼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서 그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마음의 병은 그럴수가 없다. 그렇기에 엄마로서의 삶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아이를 낳으면 바로 모성애가 생기며 엄마로서의 역할을 뚝딱 해낼 것 같지만 사실 처음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서히 엄마로서의 모습과 자질이 생겨나는 것임에도 처음부터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매몰차게 내몰다보면 어느순간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어쩌면 혼자 끙끙 앓다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힘든 시간을 겪었고 또 겪고 있을 많은 엄마들에게 시라는 처방전을 내려주는 저자는 그 누구보다 엄마들의 마음을 잘 알고 어떤 위로의 말들이 필요한지 알기에 짧은 시 한편이 주는 울림과 감동을 쉽지만 깊게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를 통해 공감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곰곰히 곱씹어보는 엄마로서의 시간들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으며 잊고 있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상기시켜주기에 다시금 힘을 내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기에 시가 가지는 매력과 그 힘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힘든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쇼핑을 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 그뒤에 또다시 이어지는 공허함이 쌓이고 쌓여 더 큰 고통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때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어루만져주는 시 한편이 주는 힘을 저자는 알기에 엄마들에게 시를 읽으라고, 그래서 공감하고 털어버리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부터도 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다시금 느끼고 읽고 또 읽으며 서서히 전해지는 시의 의미나 감동들이 가져다주는 위로가 절대 적지 않음을 느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 몸과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꿈꾸던 사랑도 잔잔한 물결이 되고, 가슴속 깊은 우물도 보이고, 한없이 스스로가 낮아지기도 한다. 그 낮아지는 겸허한 가슴 안에 풍요로움이 깃든다. 풍요로움 속에서 헤매고, 떠나고, 묻고, 비워낸다. 그렇게 가슴은 자꾸만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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