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미니북)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민준 옮김 / 자화상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엔 어른들의 말과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어른이 되면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매번 다짐했었다. 하지만 어느새 어른이 되어 비슷한 말과 행동을 하는 나를 마주할 때면 어른들에게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을 깨닫지만 재고 따져야 할 것이 많은 어른들의 삶은 힘들다는 것 역시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내가 정말 순진했던 걸까. 그렇게 되기 싫던 어른들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별 다를바 없는 어른인 우리 모두에겐 그래도 가끔은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를 꺼내볼 수 있는 시간조차 흔하지 않다. 그래서 아마 <어린 왕자>가 시간이 흘러도 끊임없이 읽히고 회자되는 것은 그 시간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으니까. 비록, 대부분은 그들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저자 생택쥐페리는 1900년 프랑스 리용에서 귀족 생텍쥐페리 백작의 2남3녀 중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1921년 4월에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사가 되었는데, 이는 그의 삶과 문학 활동에 큰 시발점이 되었다. <어린 왕자>는 1935년 비행 도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과정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정찰 비행에 출격한 후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비행을 사랑했던 그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나이 제한에 걸림에도 끝까지 비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경험들이 그의 작품들에 녹아 있고 그로인해 <어린 왕자>라는 작품도 탄생할 수 있었다.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 한복판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한 이상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소년은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다니는 어린 왕자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아끼는 꽃을 별에 둔채 많은 별을 거쳐 왔다. 왕과 허영쟁이,술꾼,상인,가로등 관리인,지리학자등을 만나지만 어린 왕자는 그들에게서 실망만 한채 지구라는 별에 도착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조종사와 사막여우,뱀,꽃들을 만나며 여우와 특별한 친구가 되고 그로인해 자신이 장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또한 장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으며 별에 두고 온 장미에게로 돌아가고자 한다. 



당신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당신이 그 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에요. 


 

 

<어린 왕자>를 읽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닐 뿐더러 몇개월전엔 <어린 왕자>를 분석한 인문책도 읽었던지라 다시 읽게 된 <어린 왕자>는 훨씬 더 쉽게 읽혔던 것 같다. 예전엔 그저 어린 왕자의 순수함이나 등장인물들간의 우정에 대해 단편적으로만 생각했었다면 이젠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는 의미나 서로의 관계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생각으로까지 이어지며 어린 왕자가 가지는 매력을 더욱 짙게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어린 왕자가 행성들에서 만난 이상한 어른들이 사실 낯설지 않은 건 어른이 되어보니 주변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나 앞뒤가 꽉 막힌 갑갑한 어른들을 너무나 쉽게 마주할 수 있기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 또한 흐려질 때가 많다. 나역시 내 손에 쥐어진 것들을 놓치 않기 위해 아등바등 거릴 때가 많다. 눈 앞의 작은 것들을 잡기 위해 훨씬 중요한 것들은 그냥 놓아버린 일들이 생각나며 내 삶에서 진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까진 아니더라도 가끔 내 인생이 흘러가는 길이 흔들릴 때 다시금 <어린 왕자>를 읽는다면 아마 더 중요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어떤 사람이 수백만 개의 별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면 수백만 개의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8.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숨 막히던 더위에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곡식이 익어가고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들은 샘터 9월호의 표지처럼 풍성하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찾아 오듯 샘터 역시 이번에도 나에게 찾아 왔다. 열매처럼 풍성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서 말이다. 


건축가는 참 멋지다. 그 무엇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집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의 집은 그저 투기의 목적으로 획일화된 모습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건축가 정영한씨는 오랜 시간 ‘좋은 집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 똑같이 찍어낸 듯한 집이 아닌 실제 그 집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는 집. 그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소울푸드는 거창한 음식이 아니다. 추억과 행복이 담긴 나만의 소울푸드가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이번호에 소개된 백두리 할머니의 고추구이와 들깨가루시래깃국 역시 단순하지만 할머니와 그 가족들에겐 절대 잊지 못할 소울푸드다. 고추를 옷을 입혀 구운 고추구이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들깨가루시래깃국엔 할머니의 사랑과 손맛이 담겨있어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못다 펼친 재능을 뒤늦게 발휘해 연기까지 도전하시는 할머니의 행복한 노후를 응원하고 싶다. 

 

 

 

가족 못지 않은 끈끈한 인연,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소중한 인연들의 이야기. 형제같은 친구들, 동물들과의 교감, 나이를 초월한 친밀한 사이까지 정말 다양하지만 모두 따뜻한 추억을 간직한 사이다. 읽다보니 나역시 어린시절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동네 친구들이며 큰 도움 받았던 이웃들이며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새록새록 떠오르며 감상에 젖게 되었다. 요즘은 옛날처럼 이웃이라는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지만 정겨웠던 그때를 생각하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배움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들만 내세우며 아는체 하고 제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배움을 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생각이란 없이 앵무새처럼 누군가의 말과 생각을 똑같이 옮기기만 하는 사람이 참된 배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역시 배움이 깊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순 없지만 끝없이 익히고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읽고 쓰며 나름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연암의 글은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부모가 되어보니 절실히 깨닫게 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을 어느순간 똑같이 따라하는 아이를 보며 아차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대부분 부모들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즐기길 바라지만 정작 부모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다. 다행히 나는 독서 하는 본보기를 아이에게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아이들 역시 책을 좋아한다.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흡수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스포츠는 내 관심영역 밖이기에 운동선수들은 정말 유명하지 않은 이상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호의 인터뷰는 배구계의 에이스라는 문성민선수였는데 역시 이번에 처음 알게된 선수다. 훤칠한 외모에 출중한 실력까지 갖춘 에이스 중의 에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에선 배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 묻어나왔다. 치명적인 부상에도 다시 일어나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저력이 대단한 멋진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래 없는 폭염으로 모두가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맨 여름이었다. 집에선 전기세가 무서워 맘껏 틀지 못하는 에어컨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 역시 종일 시간을 보내야하는 주말엔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를 자주 찾곤 했다. 서울엔 지하상가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가히 지하 신세계라 불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하게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문화공연까지 있다니 역시 시원한 지하철을 타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이젠 부모님의 일을 물려받아 가업을 이어가는 젊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부모 역시 힘든 가업을 물려 받길 자식들에게 강요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힘든 일 중의 하나인 방앗간을 이어 받아 떡을 만드는 ‘웅조네 방앗간’은 부모님 세대부터 지켜온 신념과 함께 젊은 패기와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 맛있는 떡을 만들어 나가는 보기 좋은 사례다. 새벽부터 일어나 일해야 하는 고된 일을 3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 하고자 마음 먹기가 쉽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열정과 꿈을 담은 방앗간은 더 맛있는 떡으로 손님들을 기쁘게 해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은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나도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사실 직접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왠지 단단하고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클래식 연주자들도 큰 공연보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연할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를 선호한다고 한다. 부담없이 가서 코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에 흥미가 생기는 이유다. 게다가 덕수궁 석조전에서도 음악회가 열린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티켓팅이 힘들 것 같지만 꼭 한번 가서 그 옛날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아하게 연주를 즐겨보고 싶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처럼 풍성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9월호 샘터도 무더위에 지쳐가는 내게 힘을 돋게 해주는, 몸은 덥고 힘들지만 마음만은 다채롭게 채워주었던 것 같다. 이제 곧 다가오는 진짜 가을이면 마음 한구석이 쓸쓸하고 허전함을 느끼게 되겠지만 샘터가 채워주는 따스한 이야기들로 메워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며 선선해진 밤바람에 불어오는 또다른 계절의 향기를 맡으며 가을을 기다려 본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바 - 욕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시로앤마로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랑말랑 인절미 같은 두 볼과 통통한 엉덩이는 보는 것 만으로도 미소 짓게 되고 자그마한 발의 귀여운 발바닥은 킬링포인트다. 시바라는 캐릭터가 어느 순간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며 캐릭터 그 자체의 귀여움과 센스 넘치는 이름을 이용한 문구들을 볼때면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머리에 쥐가 날 듯한 어렵고 복잡한 책들을 연달아 읽다 보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로와 마로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은 시바책을 읽으며 별 생각 없이 그저 웃고 즐기고 싶었다. 괜히 제목을 한번 힘주어 크게 읽어 보기도 하고 말이다 ㅎ


엉뚱한 행동으로 항상 말썽을 피우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 덕분에 미워할 수 없는 호기심 많고 솔직한 성격의 시로.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섬세하고 온순하지만 먹이 앞에서만큼은 넘치는 에너지를 뽐내는 양 볼 가득 터질 듯한 볼살이 매력적인 마로.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털 색깔 만큼이나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친구들. 뭔가 철 없는 아이같은 시로와 어른스러워 보이는 마로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찾는것이 가장 좋은 두 친구는 티격태격 싸우는 것 같아도 항상 함께 있고 싶어하는 절친한 친구사이다. 

 

 

시로와 마로는 2016년 10월 유기견 ‘절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국산 캐릭터다. 시바라는 견종이 일본에서 온지라 당연히 일본 캐릭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국산 캐릭터라니 살짝 놀랐다. 반려견에 대한 사랑으로 태어난 시로와 마로는 처음 들으면 모두를 놀라게하는 ‘시바’라는 언어유희를 살린 재치 있는 카피로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 받고 있다. 책에는 단지 강아지들의 귀엽고 단조로운 일상만이 담겨 있진 않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연애의 꽁냥꽁냥과 일상에서 느끼는 기쁨과 단조로움까지 우리가 평소 느끼고 겪는 공감 백배의 이야기들을 시로와 마로의 졸귀탱(!) 그림들과 톡톡 튀는 글들로 담아 냈다. 그래서 지치고 공허한 마음을 포근하고도 청량하게 만들어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귀여운 시로와 마로를 보며 눈을 힐링하고, 공감가고 재치 넘치는 글들은 굳어진 표정을 사르르 풀어주며 피식 피식 웃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 반려견을 키우진 않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 못지 않게 반려견이 주는 기쁨 또한 클 것이다. 그래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 지어지는 귀여운 시로와 마로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것 아닐까. 인절미 색을 꼭 닮은 말랑말랑한 시바가 핵직구로 날리는 위로들이 마음 속에 콕콕 박히는 건 귀엽지만 우리를 다독여주고 웃음짓게 만드는 든든한 나의 반려견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책의 끝자락엔 시로앤마로 스티커 34컷, 엽서 4장, 세계여행 컬러링 도안 4장을 수록해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붙이고 칠하고 꾸밀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충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귀엽고 잔망스러운 시바의 매력속으로 푹 빠지는 소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강력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모든 성격 -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개념어 사전
최현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움은 시선을 끌지만 성격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는 말이 있다. 그만큼 보이는 외모보단 내실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에도 모두 나의 성격이 녹아들어 있다. 그렇기에 그 바탕이 되는 자신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나의 인생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사람의 성격이란 미묘한 차이를 가지더라도 각각 비슷한 유형을 가지기 마련이다.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는 급속도로 친해지기도 하고, 나와 정반대 성격의 사람과는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기도 하기에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성격이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를 나이게 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아주 특별한 성격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인간의 모든 성격>은 살면서 한번쯤은 정확히 알고 싶었을 성격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생활을 하다 현재는 요양병원을 운영중이다. <교양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으로 의학계의 권위 있는 상인 제39회 ‘동아의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이번 책은 [인간개념어사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철학과 과학, 심리학과 의학의 경계에서 인간의 모든 ‘성격’을 집대성한 개념 사전이다. 저자가 밝힌대로 이 책은 새로운 생각이나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의사로서 ‘인간’에 대해 더 궁금했던 것들을 공부하는 차원에서 기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정리한 것이다. 저자만의 견해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겐 아쉬움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이 책이 관련 전문서적을 읽기에 앞서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성격이란 무엇일까? 성격이란 개인이 본래부터 가지는 고유의 성질로 인간관계의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성격의 유형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체질, 손금, 혈액형과 같이 동서양을 넘나들며 성격의 역사적 흐름을 읽을 수 있고 성격의 개념을 단어의 어원부터 유래까지 꼼꼼히 짚어가며 정확한 의미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성격이 차이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특정 특질이 표현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특질들을 종합하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수많은 특질을 몇 가지로 해야 할지 무엇으로 해야 할지 논란이 계속 되었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다섯 가지로 설명하는 5요인모델이론이 주류가 되었고 신경성, 외향성, 개방성, 원만성, 성실성이 각 요인이고 그 아래에는 여섯 개씩의 하위 척도가 있다. 책에서는 이 요인들을 주요 개념과 이론은 물론 실험 사례와 직접 질문 문항에 답하며 검사해 볼 수도 있는 등 다양하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성격의 인지 구조란 무엇인지, 그렇다면 성격은 어떻게 발달되고 사람의 성격은 평생 변하지 않는 것인지 평소 한번쯤은 궁금했을 법한 물음에 대한 답을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실험 결과를 통해 알려준다.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기를 성격의 형성에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것 같지만 사실 성격 차이의 40~50퍼센트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이는 키의 유전율 80퍼센트나 체중의 유전율 60퍼센트보다는 낮고, 지능지수의 유전율 50퍼센트에 비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가족에서 자랄 경우 가정환경은 성격 발달에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고 냉정한 어머니냐, 편모슬하에서 자랐느냐 같은 가정환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격은 단기적으로는 변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한다는 것은 성격심리학자들 사이의 일치된 견해인데, 어느 정도까지 변하는지,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다고 한다. 그와함께 성격의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잣대는 무엇이며 정신질환과 성격장애를 분류하는 기준과 종류까지 정리하고 성격을 검사하는 다양한 검사법의 소개와 심리학적으로 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한 긍정심리학과 좋은 성격을 형성하는 24개의 성격강점을 소개한다. 


사실 그 누구보다 나의 성격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나의 성격적 결함을 이야기 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렇지 않은데 왜 다른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라며 힘들어하기도 하고 나와 맞지 않는 성격의 사람과는 부딪혀 아파했던 적도 많았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내 아이의 성격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나의 희망사항에 진짜 내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도 했다. 흔히 상대방의 성격은 쉽게 결정지어 버리지만 나의 성격을 정확히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분명 나의 행동에는 나의 성격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내 성격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성격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볼 수 있는 이 책을 읽는 것은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성격을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린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수많은 사람들의 각자 다른 성격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성격에 대한 이해는 서로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이론과 실험과 사례를 통한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인간의 성격에 대한 개념을 총망라한 작은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을 연기하지 말아요 - 비교하고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당신
니시자와 야스오 지음, 최은지 옮김 / 샘터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시 눈을 돌려보면, 주변엔 모두 행복한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SNS에 올라오는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의 사진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런 행복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나의 처지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게 만든다. 하지만 단편적인 한 순간의 사진을 보며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단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긴 찰나의 행복은 나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나의 삶 자체가 행복으로 가득 차기 위해서는 굳이 꾸미고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 행복한 사람들의 삶은 인위적이지 않은, 순수한 행복으로 가득차 있으니까. 



그저 참고만 지내온 괴로운 나날. 
괴로운 날들을 ‘수행’이라 여기고 ‘이 또한 내게 도움이 되겠지’라며 견디는 당신. 
어쩌면 우리가 ‘수행’과 ‘고행’이 뒤섞여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1962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한 저자는 아사히TV의 퀴즈쇼 〈패널 어택 25〉와 〈퀴즈 타임 쇼크〉에서 우승하고, 닛폰TV의 〈제10회 미국 횡단 울트라 퀴즈쇼〉에서 준우승할 정도로 상식이 풍부하다. 취직 후에는 20년간 사보 편집을 담당했고, 동시에 사장의 비서 업무도 도맡아 할 정도로 직장 내에서 신임이 두터웠다고 한다. 저자가 그간 낸 저서들도 대부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삶에 있어서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도 행복한 기운을 주는 50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자신의 일상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소하지만 온전한 나다운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온기를 가져다 준다.



문득 딸을 보자, 그녀가 좋아하던 옷이 토사물로 더럽혀져 있었다. 
“아이고, 옷 더러워졌네”라는 K씨의 말에 딸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옷은 더러워지면 빨면 되잖아. 저 사람, 분명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야.”


 

 

 

이 책에는 마음을 위로하는 이야기, 한바탕 웃고 나면 홀가분해지는 이야기,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이야기 등 실제로 있었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실화로 평범한 일반 시민부터 유명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사실 극적인 사례나 엄청나게 흥미를 끄는 이야기는 없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다보면 서서히 빠져들 수 밖에 없는건 모든 이야기가 실화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가슴을 찡하게 하는 유명인사들의 감동실화까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들은 훨씬 더 큰 공감과 감동을 전해준다. 어떤 훌륭한 명언이나 스펙터클한 소설보다 소소하지만 진솔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는 친숙하면서도 미처 우리의 삶에서 깨닫지 못했던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지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느끼는 당신. 
우회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돌아가는 길 덕에 발견할 수 있는 꽃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길 바란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가 되어보니 내 인생에서 행복이란 기준점이 크게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건강하게 밝게만 자라주길 바라던 마음에서 점점 부모로서의 욕구가 하나씩 늘어나며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바라며 자꾸만 혼내게 되는 내 모습을 사실 일상생활중엔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무엇보다 부모로서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야 다를바 없다해도 그 행복의 기준이 순수하지 않은, 나의 욕심이 첨가된 엄마가 바라는 행복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나의 행복 역시 물질적이고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한 것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삶을 동경하며 따라가는 것이 아닌 꾸미지 않고 얽매이지 않은 나의 행복이란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에서 내가 바라는 행복의 모습 또한 그려보고 찾아갈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자세가 좋다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 훌륭하다’라고 생각한다면 문득 인생은 기분 좋은 것이 된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