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샘터 2018.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숨 막히던 더위에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곡식이 익어가고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들은 샘터 9월호의 표지처럼 풍성하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찾아 오듯 샘터 역시 이번에도 나에게 찾아 왔다. 열매처럼 풍성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서 말이다.
건축가는 참 멋지다. 그 무엇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집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의 집은 그저 투기의 목적으로 획일화된 모습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건축가 정영한씨는 오랜 시간 ‘좋은 집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 똑같이 찍어낸 듯한 집이 아닌 실제 그 집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는 집. 그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소울푸드는 거창한 음식이 아니다. 추억과 행복이 담긴 나만의 소울푸드가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이번호에 소개된 백두리 할머니의 고추구이와 들깨가루시래깃국 역시 단순하지만 할머니와 그 가족들에겐 절대 잊지 못할 소울푸드다. 고추를 옷을 입혀 구운 고추구이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들깨가루시래깃국엔 할머니의 사랑과 손맛이 담겨있어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못다 펼친 재능을 뒤늦게 발휘해 연기까지 도전하시는 할머니의 행복한 노후를 응원하고 싶다.
가족 못지 않은 끈끈한 인연,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소중한 인연들의 이야기. 형제같은 친구들, 동물들과의 교감, 나이를 초월한 친밀한 사이까지 정말 다양하지만 모두 따뜻한 추억을 간직한 사이다. 읽다보니 나역시 어린시절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동네 친구들이며 큰 도움 받았던 이웃들이며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새록새록 떠오르며 감상에 젖게 되었다. 요즘은 옛날처럼 이웃이라는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지만 정겨웠던 그때를 생각하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배움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들만 내세우며 아는체 하고 제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배움을 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생각이란 없이 앵무새처럼 누군가의 말과 생각을 똑같이 옮기기만 하는 사람이 참된 배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역시 배움이 깊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순 없지만 끝없이 익히고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읽고 쓰며 나름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연암의 글은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부모가 되어보니 절실히 깨닫게 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을 어느순간 똑같이 따라하는 아이를 보며 아차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대부분 부모들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즐기길 바라지만 정작 부모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다. 다행히 나는 독서 하는 본보기를 아이에게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아이들 역시 책을 좋아한다.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흡수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스포츠는 내 관심영역 밖이기에 운동선수들은 정말 유명하지 않은 이상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호의 인터뷰는 배구계의 에이스라는 문성민선수였는데 역시 이번에 처음 알게된 선수다. 훤칠한 외모에 출중한 실력까지 갖춘 에이스 중의 에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에선 배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 묻어나왔다. 치명적인 부상에도 다시 일어나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저력이 대단한 멋진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래 없는 폭염으로 모두가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맨 여름이었다. 집에선 전기세가 무서워 맘껏 틀지 못하는 에어컨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 역시 종일 시간을 보내야하는 주말엔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를 자주 찾곤 했다. 서울엔 지하상가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가히 지하 신세계라 불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하게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문화공연까지 있다니 역시 시원한 지하철을 타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이젠 부모님의 일을 물려받아 가업을 이어가는 젊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부모 역시 힘든 가업을 물려 받길 자식들에게 강요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힘든 일 중의 하나인 방앗간을 이어 받아 떡을 만드는 ‘웅조네 방앗간’은 부모님 세대부터 지켜온 신념과 함께 젊은 패기와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 맛있는 떡을 만들어 나가는 보기 좋은 사례다. 새벽부터 일어나 일해야 하는 고된 일을 3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 하고자 마음 먹기가 쉽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열정과 꿈을 담은 방앗간은 더 맛있는 떡으로 손님들을 기쁘게 해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은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나도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사실 직접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왠지 단단하고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클래식 연주자들도 큰 공연보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연할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를 선호한다고 한다. 부담없이 가서 코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하우스 콘서트에 흥미가 생기는 이유다. 게다가 덕수궁 석조전에서도 음악회가 열린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티켓팅이 힘들 것 같지만 꼭 한번 가서 그 옛날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아하게 연주를 즐겨보고 싶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처럼 풍성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9월호 샘터도 무더위에 지쳐가는 내게 힘을 돋게 해주는, 몸은 덥고 힘들지만 마음만은 다채롭게 채워주었던 것 같다. 이제 곧 다가오는 진짜 가을이면 마음 한구석이 쓸쓸하고 허전함을 느끼게 되겠지만 샘터가 채워주는 따스한 이야기들로 메워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며 선선해진 밤바람에 불어오는 또다른 계절의 향기를 맡으며 가을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