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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평점 :
[도서] 엄마의 20년
오소희 저
오랜만에 책 한 권 완독
한줄평 : 엄마가 한 사람이 되기까지 20년
오늘 어디선가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인간이 되어간다는 문장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은 임신, 출산을 겪으며 생명의 신비를 온 몸으로 경험한다. 임신했을 때는 내 몸은 진짜 동물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출산해서 얼마 동안은 아기를 위해서만 생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이켜 보니 그 당시 내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산후, 육아하는 동안 우울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십년 전의 나에게 이 책을 줄 수 있다면 어땠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힘들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는 엄마가 오소희 작가 책을 소개해줬다. 그 때의 나는 자존심이 쫌 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힘들어보인단 말이야? 싶었다. 그 엄마가 했던 말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너는 애를 잘 못 키우고 있으니 이 책을 읽어야 해. 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녀도 내가 안타까웠겠지. 나도 엄마의 20년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내가 안타까웠듯이. 이런 귀한 언니의 가르침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가 그리 혼란스럽고 헤매진 않았을텐데.
얼마 전 글쓰기 수업에서 누군가에게 하고픈 짧은 글을 적어보라고 해서 적었다. 적고 보니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때 썼던 글이 떠올랐다.
< 보라빛 그대에게
처음 본 순간 알아버렸어요. 그대는 나와 비슷하다는 걸. 몇 년 전 제 모습 같았어요. 저는 아침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 오면 집안 일이 그렇게 하기 싫었어요. 정리정돈 대신 거실 벽면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벽걸이 티비 앞에 앉아 드라마를 연속으로 보았답니다. 제가 그 때 우울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몇 년 엄마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제 스스로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아이도 잘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그대는 저와 다르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엄마로서 역할을 실천하고 몇 년간 오롯이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니까요. 저는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자조모임을 통해 조금씩 우울한 그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답니다. 엄마로서의 나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아이도 세상에 온 모습대로 봐줄 수 있다는 것을. >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지만, 딱 나를 사랑하는 만큼만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정해져야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가 가늠된다는 것도.
아이는 키워야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게끔 기본적인 토양만 제공하면 된다는 것도.
세상에 오기 전에 이미 아이는 존재의 이유와 소명과 재능을 갖고 있어 자연스레 드러나게만 해주는 것이 교육일텐데 우리는 너무 본능과는 멀리 떨어져 사느라 그 단순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나를 믿는 만큼만 아이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책 속에서 오 작가님이 계룡산 시절 3년 동안 책, 영화, 자연에 파묻혀 본성을 찾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맞췄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자기가 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회적인 기준에 맞추던 몸에서 나만의 본성을 따르는 몸이 되기까지. 나는 엄마가 되기까지 준비한 게 없었다. 전무했다. 당황스럽고 낯설고 무서웠다. 내가 아기 안다 떨어뜨릴까봐, 밤에 곤히 자는 아기 깨울까봐, 세게 안으면 바스라질까봐 너무 조심했다. 아기를 낳기 전에 내가 나를 어떤 통로로든 찾을 수 있었다면 아기를 낳고 나서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나름 자기를 찾기 위해 공부도 상담도 받긴 했지만 육아는 실전이라 그 전의 것들이 모두 헛것이었다. 그런 지식보다도 나에게 롤모델을 보여줄 먼저 경험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그리고 3년 동안 그저 내가 하고픈 대로 살아본 경험이 중요했겠다. 나는 아기 낳기 직전까지 일을 했고 자연, 본성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었다. 또한 주변에서 도움 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보니 지금 떠올려 보면 엄마가 날 키운대로 키웠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어떻게 살지에 대해 헤매는가?
아니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가?
이제 나는 조금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아이는? 오리무중이다.
아이는 날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어떤 생각이 들까? 엄마처럼 살고 싶을까? 아빠처럼 닮고 싶을까? 등등
그래도 다음 생에도 엄마 아빠가 내 엄마 아빠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니 쫌 괜찮은 쪽인 것 같기도 하다.
오 작가님이 이 책을 시작하며 우리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아, 처음부터 쎄다.
1. 대한민국 엄마들은 왜 나를 찾고 싶다고 할까요?
현재 30-40대 엄마들은 친정어머니들의 교육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한을 대물림 받고 자라,(아닌 분들도 있겠죠?)
고등이나 대학교육까지 받은 첫 세대다.
결혼 전까지 받았던 메시지는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마. 였다. 딸들도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했다.
그런데 웬걸! 시대는 그대로다. 결혼했더니 엄마처럼 살게 된다. 구조와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그것은 개인인 여성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엄마들은 이미 교육을 받았고 머리가 커졌다. 나는 엄마로만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재능이 있어. 나도 내 삶을 꾸리고 싶어. 라는 욕구가 아이가 클수록 성장한다.
2. 우리가 이 남성 중심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요?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이 대박을 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들의 연대가 또 그런 삶을 살고 있던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이해와 시선이 작가의 진심과 닿았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이 공명했기에.
3. 우리가 이 입시 중심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요?
이단아들이 생기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는 않지만, 개천에서 아주 다양한 종의 신생물이 태어나고 있다.
입시 중심 사회는 이미 세태가 바뀌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구시대적인 단어가 될 것이다. 2016년에 입학했던 초등학생들의 65%는 새로 생기는 직업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일과 직업이라는 개념과 세계가 바뀌는 이 마당에 입시처럼 올드한 마인드가 어디 있을까? 세상은 개인에게 각자도생, 크리에이터, 개성을 요구하고 있다. 내면에서부터 나오는 욕구와 관심이 직업과 연결되지, 사회에서 주어진 직업으로는 먹고 살기도 힘들어지게 되었다.
1. 대한민국 엄마들은 왜 ‘나’를 잃어버렸나?
1-1.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의 탄생
1-2. 첫 번째 여행, 세계여행
이 챕터의 키워드는 The 가치다.
여행을 통해 국가에서 어떤 것이 잉여된 가치고 어떤 것이 결핍되었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성격이 만들어진다.
국민성도 마찬가지. 그것을 가정에 가져오면 우리 가정에서 넘치는 건 무엇이고 부족한 건 뭔지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우리 가정에서 올인하고 싶은 가치, 그것을 정해서 가족의 문화를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옛말로 치면 가훈, 우리가 가족으로서 어떻게 존중하고 어우러져 살 것인지에 대해 대화하며 분위기를 만들어가야겠다.
1-3. 두 번째 여행, 시간여행
이 챕터의 키워드는 대물림이다. 할머니, 어머니를 통해 어떤 육아관, 교육 방식이 전수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집에 있는 귀한 소는 지키고 떡 5개도 아이 입에만 우겨넣을 필요가 없다. 그 떡, 나도 먹고 싶다. 나는 나를 위해 떡을 고이 남겨놓을 것이다.
1-4. 세 번째 여행, 성장여행
여러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엄마, 아빠, 할머니, 불공평한 세상- 미디어, 학교, 몸, 공부, 페미니즘, 일과 돈, 결혼
우리가 중요하게 관계 맺는 사람, 사회를 통해 우리 자신을 느끼는데 여성들은 너무도 부끄럽고 조심스러웠다.
뒤의 2장을 읽고 그래도... 나로서는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욕구를 쓰레기통에 버리지도, 없는 척 참아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책 읽고 글쓰고 혼자 영화관 가서 영화보고.
친구들 만날 시간은 적어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육아 동지들을 찾았다.
나와 아이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족문화도 만들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싶다.
정말정말정말... 딱 반 왔으니 앞으로 반도 즐겁게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