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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치료 사례집
맑은눈의사람들 지음 / 좋은땅 / 2020년 4월
평점 :
우리나라에도 한국판 ‘딥스’ 같은 책은 없을까?
할머니 세대에는 자녀를 배불리 먹이기만, 어머니 세대에는 교육을 잘 시키기만 해도 육아에 성공했다고 여겼다.
그분들의 세대에서는 어린이 마음 발달과 심리 외상 치유는 자연 체험, 또래들과 골목 놀이에서 어느 정도는 보완, 해소되었다. 그러나 요즘 아동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심리 외상의 충격은 크고 그것을 다룰만한 안전한 환경과 내면의 힘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여파로 부모들은 자녀의 인성, 정신건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상담이나 놀이치료를 받는 아동·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치료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는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정혜자 선생님 추천사에 나온 것처럼 “노는 게 무슨 치료인가요?”, “집에서 부모가 잘 놀아주면 되겠네요.”라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종종 듣는다.
이 책은 “놀이나 상담이 치료가 되는가?”, “내담자들은 상담실에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가?”에 대한 답을 14개의 사례들로 보여준다. 짧게는 19회에서 길게는 243회까지 만난 사례들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치료자와 내담자는 만난다. 내담자가 오기 전 가지런히 정돈된 놀이감, 새로운 마음을 탄생시키는 심리적 자궁과도 같은 치료실이라는 공간, 마음껏 무의식을 펼쳐 볼 수 있는 시간, 모두 내담자의 성장을 위해서다. 열한 명의 치료자들은 긴 치료기간 동안 어떻게 내담자의 아픔을 함께 견디는지, 열네 명의 내담자가 어떻게 자기 마음을 돌보고 새롭게 다져가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자.
책에는 어머니의 자살로 갑작스러운 사별을 경험한 아동, 발달이 느린 아동,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의 아동, 불안, 틱 증상을 겪는 아동 놀이치료가 제시되어 있다.
『놀이의 언어』(정혜자, 교양인)에서 나온 ‘어린이 심리발달 12단계’를 각 사례의 놀이과정과 비교해보면 좋겠다.
책 내용 요약
1장 하늘로 떠난 엄마가 그리운 아동 (강수진 선생님)
하늘로 떠난 엄마가 그리운 아동은 치료실에서 “하나님이 가래요. 천사 나라로 출발”하며 2층이 되도록 기찻길을 더 연결했다. 하늘나라의 엄마에게 갔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와 자신이 새로 자랄 자궁으로 들어가는 놀이를 했다. 심리적인 자궁을 업그레이드하고 뱃속의 자기를 성장시키는 작업을 지속하며 어머니와의 갑작스러운 사별에 대한 아픔을 치유했다.
2장 40대 초반의 우울증 여성 내담자, 3장 미혼모 엄마의 모진 세월을 물려받은 청소년 내담자 (김영희 선생님)
2장. 40대 초반의 우울증 여성 내담자는 32회의 상담과 모래놀이치료를 통해 우울감을 해소했다.
3장. 미혼모였던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보호시설, 외가 등으로 보내지며 자란 청소년 사례에서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상담자가 매 순간 진정한 마음으로 만나려했다.
4장 불안한 마음으로 힘에 집착하는 혁이, 5장 편애를 아파한 빈이 (김보성 선생님)
4장. 임신, 출산시 상흔을 겪었던 혁이는 자신의 재건을 위해 새로운 잉태 경험을 놀이로 시도했다.
5장. 오빠와의 관계에서 어머니의 편애를 아파한 빈이는 35회에 곧 생일이 다가온다며 어머니와 함께 클레이로 정성스럽게 핑크색 케이크를 만들었다. 점토 놀이를 통해 어머니와 같이 자신의 존재감, 여성성에 대한 확인했다.
6장 아스퍼거 청소년 사례 (김세정 선생님)
아스퍼거 청소년은 130회의 놀이와 상담을 통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다소 늘어나고 “제가 말을 많이 해서 선생님이 힘들겠어요.”라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7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고 싶어요 (손혜련 선생님)
찬혁이는 놀이치료가 10개월이 지나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당장 충족되지 않으면 짜증을 내며 부모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행동’이 사라졌다. 상담자는 부모상담을 통해 어머니의 양육태도를 변화시켜 찬혁이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8장 발달이 느린 아동의 놀이치료 사례 (남희경 선생님)
치료자를 징검다리로 엄마와 아이가 서로 연결되어 안정 애착을 형성하도록 도왔다. 아동과 치료자와의 애착이 잘 이루어짐으로써 어머니께서도 아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나긴 치료과정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좋은 모델을 제시했다.
9장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동과 우울한 엄마 (남희경 선생님)
처음에는 어머니도 치료실에 들어가 놀이코칭으로 진행하다 놀이치료로 전환, ‘놀이의 언어(정혜자, 교양인)’에서 어린이가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는 발달 과정을 12단계를 세부적으로 볼 수 있다. 엄마 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연출, 자궁 속 경험, 기존의 부정적인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재건, 본격적 성장 작업 이후 개별화 작업, 남자로서의 정체감을 선언, 태내 놀이 재연과 퇴행, ‘영웅화된 자기’로서의 스파이더맨,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는 자기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10장 불안한 부모와 불안한 아이의 앙상블 (황재영 선생님)
상아는 임신 42주째 양수가 거의 없다는 진단 결과 촉진제를 맞고 26시간 진통을 거쳐 제왕절개로 출산한 아이다. 놀이를 통해 에너지를 찾고 25-32회기에는 이완되자 감정이 살아났다. 놀이에서 개구리, 물고기가 모래 속에 들어가고 ‘빨대’라는 표현과 87-104회기에 긴 막대를 꼭고 ‘숨 잘 쉬게 산소를 공급해 주는 거’라고 표현했다. 태중 자기의 고통을 위로했다.
11장 울음 끝이 긴 라온이 (이상희 선생님)
놀이의 심층 작업을 통해 34회기에 혼돈과 불안 그리고 간절함의 울음에서 안전한 공간(치료실), 시간(약속된 치료시간), 대상(치료자)이 있음을 알아차려 가면서,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이야기로 그리고 눈물로 자신을 달래고 돌보며 회복했다.
12장 이상향을 찾아가는 강욱이의 성장 여행 (성고은 선생님)
소심한 모습으로 말을 잘 하지 않았던 강욱이는 영웅 놀이를 통한 우주적 존재에서 강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개별적 존재로 분화, 치료 1년 이후에는 실존적 재탄생을 위해 등장하는 음양 화합, 엄마의 자궁에 잉태하고 자기 정화하는 과정을 사진 속 놀이로 여실히 표현했다.
13장 야경증 사례 (정현기 선생님)
야경증상이 있는 가람이는 80회 이상의 치료를 통해 실존적 위기감을 해소하고 성숙해지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꿈속의 세상을 현실 세계와 구분 짓게 되었다. 형과 동생 사이에서 엄마 마음에 들기 위해 착한 아이를 선택했지만 점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14장 틱을 보인 내담아동의 자궁경험 (이선아 선생님)
음성과 운동 틱 증상을 보여 놀이치료를 받게 된 아동은 어머니의 전치태반으로 인해 임신 38주에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성장작업을 위한 상징 놀이가 60회기 이후부터 드러났다. 243회의 놀이치료 후 틱증상이 사라졌고 전인적인 성장을 했다. 몇 년 후 내담자는 놀이치료의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저는 지금 제가 인격적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성격과 자신감은 선생님 덕분인 것 같아요. 의존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누군가에게 의존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제 바람이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었어요."
어린이 마음치료 사례집 14장 299p. 초등학생 때 시작한 놀이치료 243회기 종결 후 대학생이 된 친구의 '놀이치료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