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돈의 세계지도 - 세계3대 투자가가 예측하는 저무는 나라, 성장하는 나라
짐 로저스 지음, 오시연 옮김 / 알파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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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짐 로저스.

주식 투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투자 성과에 비해 '오바하의 현인'이라 불리며 세계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워런 버핏에 비해 짐 로저스는 그다지 호감을 받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이 책에서도 그가 말하듯이 그는 전쟁과 내란, 재해 등으로 혼란스러운 나라의 국채를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여 큰 이익을 얻거나 공매도로 수익을 내는 등 일반인이 보기에 그다지 호감이 가지는 않는 투자자일 것이다.

한마디로 남의 고통에서 돈을 버는 이미지 때문에 그의 뛰어난 투자 성과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투자라는 것을 하면서 그처럼 냉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할 수 있기에 그는 지금의 성공에 이르렀을 것이다.

짐 로저스는 이 책에서 다양한 나라들을 언급하고 있다.

세계 패권국의 힘을 여전히 자랑하는 듯한 미국, 미국의 허용으로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미국을 잡으려 하다가 덜미가 잡힌 듯한 중국, 중국의 위기로 인해 세계 공장의 자리는 노리고 있는 제2의 중국이 되고푼 인도, 젊은 노동력과 각종 혜택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공장을 이전하고 있는 베트남, 중국에 앞서 미국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을 이뤄냈던 일본 등 그리고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위기를 짊어진데다 출생률마저 낮아 짐 로저스의 관점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 대한민국 등 세계의 돈이 어디서 어디로 움직일 것이며 각 나라들이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저자만의 냉정한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미국이 후퇴하는 국가이고 일본은 예전의 경제 대국으로서의 영광을 찾기보다 관광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과 왜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될 수 없는 이유들을 읽으면서 공감이 갔다.

이 책에서 가장 의외인 점은 북한에 대한 저자의 궁정적인 시선이었다.

스위스에서 공부했기에 세계화에 긍정적일거라고 그는 말하지만 세계 유일의 독재 국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독재자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떨어질지도 모를 위험수를 자처하지는 않을 거 같다.

그가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자도 나름 개방적인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다큐나 책을 보면 관광객이나 투자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궁극적인 개방과는 거리가 있는 거 같아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는 저자처럼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었지만 네온 시티에 대한 기대는 공감이 갔다.

이 책에서 가장 긍정적인 점수를 받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그의 평가는 그동안 알고 있던 우즈베키스턴에 대한 이미지를 바뀌게 해주었다.

전쟁이라는 문제가 해결되고 난 후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야기들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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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는 척하기 - 잡학으로 가까워지는
박정석 지음 / 반석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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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한일 관계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미묘한 관계를 다 표현하기 힘들다.

으레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 사이가 좋을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욕심과 관련이 있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대한민국과 일본은 관계는 일방적으로 일본에게 당하기만 한 역사이기에 더더욱 그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른 저자의 글대로 근대화 이후 일본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는 에피소드이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가 되어 대한민국을 이름을 더 높이고 있는 삼* 불닭 라면의 시작 역시도 일본의 라면 회사인 묘조 라면의 사장이 베푼 은혜가 시작이었다.

그뿐이겠는가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이 된 반도체 역시도 일본을 통해서 배웠고 그 외에도 일본을 통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많이 얻어낸 것도 또한 사실이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봤던 '명탐정 코난'을 시작으로 일본 애니를 보게 되었고 그 후 각종 일본 영화나 드라마, 예능까지 보게 되면서 알게 모르게 저자가 말하는 잡학, 다양한 일본의 문화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알려주는 일본의 문화는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 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스미마셍'과 '아리카토 코자이마스' 를 입에 달고 사는 일본인들이기에 친절하고 예의 바른 민족성에 감탄을 하지만 타인과의 거리에 확실한 선을 긋는 그들은 같은 중화권인 중국과 한국과는 달리 오히려 그들이 동경하는 서양 문화권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백두산'을 민족의 영산으로 여기듯이 일본인들에게 '후지산'은 일본의 상징 같은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이런 후지산의 정상이 국가 소유가 아니라는 점은 의외였지만 그 소유주가 '신사'라는 점을 생각하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

독도와 함께 여전히 반일 감정의 불쏘시개 역할을 '위안부 문제'를 처음 수면 위에 꺼낸 것이 일본인이라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애니나 드라마 등의 각종 매체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일본의 문화들을 좀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천황', '하나비','노렌' 등 그저 일본의 고유한 문화 정도로만 여겼던 것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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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 멘탈 게임 - 투자는 멘탈 게임이다
제러드 텐틀러 지음, 장진영 옮김 / 새로운제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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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주식을 매매하기 전에는 트레이딩을 하는데 있어서 기술적 분석이나 기본적 분석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차트를 제대로 읽어내기만 한다면 수익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전을 경험하면 할수록 트레이딩 기술이나 차트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파란색이 늘어가는 계좌를 보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투자는 멘탈 게임이다.'
책의 앞표지에 인쇄된 이 문장이야말로 저자가 두께부터 만만치 않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주요 내용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새삼스럽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의 내용은 지금까지 읽었던 투자에서의 마인드컨트롤에 대한 내용과는 전혀 달라서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멘탈 관리는 투자에 임할 때는 감정을 無로 만들어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에 휘둘리는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은 같지만 감정을 무조건 억제하고 없애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분석해서 그것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서 없애라고 한다.
단순히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은 실패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멘탈 지도를 그리라는 저자의 조언대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눈에 보이는 지도로 그려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분노나 두려움, 욕심 등 투자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만드는다고만 생각했던 감정들이 사실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트레이딩에 도움이 될 만한 멘탈 관리를 배우기 위해 읽었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심리학의 많은 부분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운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은 투자에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 멘탈이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힘든 상황에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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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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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권력의 향한 욕망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해 태양을 향해 올라가다 결국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추락했다.

요즘도 나라마다 도시마다 경쟁하듯이 끝없이 높이 올라가는 고층 건물들이 하늘 높이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천장화'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미켈란젤로가 노년의 심혈을 기울인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의 작품들이 떠올릴 것이다.

스스로를 '조각가'라며 자긍심으로 살던 그에게 이 천장화 작업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시기해 이 일을 떠넘긴 브란만테와 라파엘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이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로 그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화가 중 한 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 책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건물들에 천장화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거 같다.

예배당이나 궁전, 성당은 어느 정도 천장화가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아우크스부르크나 바르셀로나 시청사나 미국 의회의사당의 천장에 천장화는 의외였다.

특히 미국 의회의사당의 천장화는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시 워싱턴이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처럼 표현해놓은 점은 의외인듯하면서도 그 심중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유엔 제네바 사무국의 천장화는 건물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부분은 이해가 갔지만 나 역시도 그 큰 금액을 천장을 꾸미는 것보다 유엔 사무국이라면 경제적으로 힘든 나라의 지원 같은 곳에 사용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런던의 뱅퀴팅 하우스의 천장화는 루벤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신선했다.

루벤스가 당시의 대단한 화가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영국 왕의 요청으로 천장화까지 제작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음악으로 더욱 유명해진 알함브라 궁전의 천장화는 보면 볼수록 더 독특함에 눈길이 간다.

알함브라 궁전의 그 자체만으로 스페인까지 지배했던 이슬람 문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천장화야말로 그 정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도의 분디궁전 천장화는 인도의 종교인 힌두교 신화 예술을 잘 표현하여 신비로웠다.

'궁전' 중에 유일하게 왕족이 아닌 일반인이 소유한 곳이라는 영국 옥스퍼드셔의 블레넘 궁전의 천장화는 한때 궁전의 주인이었던 공작 부부의 눈동자를 그렸다고 하니 정말 특이하기 그지없다.

보석풍뎅이의 날개로 천장을 뒤덮은 브뤼셀 궁전의 독특한 녹색 천장화는 실제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해진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의 천장화나 멕시코 코스모비트랄 식물원의 천장화는 천장화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곳에 천장화가 있고 그 천장화가 그동안 생각했던 천장화와는 달라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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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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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나 오랜만에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다.

역시나 에쿠니 가오리~

처음은 별거 아닌 듯한 이야기의 시작이라 초반 흡입력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럭저럭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버리는 그런 작품이 바로 그녀의 소설이 지닌 특징이자 장점인 거 같다.

이 작품도 그렇다.

세 명의 대학 동창이자 30년지기 친구인 리에와 다미코 그리고 사키라는 57세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이지만 그저그런 50대 대학 동창생들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세 사람이 꾸준하게 연락을 하고 있지만 한 명은 전업주부로, 한명은 결혼을 한번도 하지 않은 작가로, 한명은 금융전문가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커리어우언에 이혼을 두번 했지만 여전히 연애에 자유분방한 여성이다.

늘 그렇듯이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괘나 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성공한 여성들이다.

이 세 사람 중에 세간의 시점에서 가장 무난한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사키는 대학 졸업 후 결혼해 아들 둘과 남편과 살다가 최근에 큰아들이 독립을 했다.

정원을 꾸미고 영어를 배우러 다니는 것이 취미인 평범한 듯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녀이지만 최근에 23살 된 큰아들이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며 여성을 집으로 데려와 골치가 아프다.

고작 23살에 6개월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니

게다가 이 여자 벌써 아들을 쥐락펴락하고 예비 시어머니인 자신마저 마음대로 할 요령인지 행동 하나하나가 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미코는 작가이다.

크게 성공한 작가는 아니지만 여전히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 괘 괜찮은 글쟁이인 셈이다.

애인은 있었지만 결혼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오래전에 헤어진 애인인 모모치를 가끔 만나 밥을 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모모치와는 대학시절 사귀었지만 특별한 뭔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멀어져 헤어졌다.

최근에 이혼을 했다는 모모치는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지만 은퇴를 하고 혼자 살기를 시작했다며 이런저런 가사일에 대해 다미코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거 같다.

옛 애인이지만 벌써 30년 전 이야기이고 다미코도 모모치도 서로가 수다 친구인 그 정도 거리라고 다미코는 생각한다.

80이 넘은 다미코의 어머니인 가오루는 다미코의 몇 년 전에 암으로 죽은 친구의 딸의 남자친구가 일하는 수영장에 다니고 있다.

다미코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스포츠 강사로 일하는 청년의 권유와 설득에 공감이 가서 용감하게 시작했고 지금은 수영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조차 즐겁다.

그라고 카오루의 즐거움은 다미코의 친구인 리에가 일본에서 살 집을 구하는 동안 이 집에서 지내고 있다.

모든 것에 무덤덤하고 반박자 느리고 '작가'라는 작가답게 야행성으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다미코와 달리 모든 것에 활력이 넘치고 자신이 준비한 아침식사 맛있게 먹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잘 통하는 리에와 한 집에 사는 것은 즐겁다.

일본에서 두 사람과 함께 대학을 다녔지만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직장을 구했고 그 후에도 세계 곳곳의 회사로 이직하다 영국에서 10년이 넘게 일을 하다 최근에 일본으로 돌아온 리에는 셋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이다.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오래 일을 한 만큼 투자에도 두각을 보여 일본에도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지만 이 집들은 투자용이라며 자신이 살 집을 구하는 동안 대학 동창인 다미코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다미코는 어머니와 단둘이 사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부탁했는데 다미코도 큰 반대 없이 받아들여 주었다.

자신의 본가라고 해도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가지 않는 것이 일본인들의 보통일텐데 친구 집에 기한도 없이 무작정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리에는 전형적인 일본인 아니 보통 사람의 사고 체계는 아닌 거 같다.

다미코는 반대할 이유가 없어서 리에를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역으로 리에의 이런 부탁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처음 리에가 등장했을 때 ' 뭐 이런 제멋대로인 사람이 있지~'

리에가 지낼 곳이 없을 정도의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이라면 조금 이해가 되지만 이 소설에서 리에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 중에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이다.

짐은 대여 보관소에 맡기고 본인은 호텔에서 지내면 될텐데 왜 굳이 손님방조차도 제대로 없는 친구의 집에서 묵겠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내가 다미코라면 바로 거절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리에가 다미코의 집에 묵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짜고짜 영국에서 돌아온 리에는 영국에서 거의 남편처럼 지냈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고 영국에서 그 남자와 결혼해 살 계획이 틀어져 일본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리에는 호텔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싫지만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만날 때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은 티를 팍팍 내는 남동생 부부가 살고 있는 본가는 이제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보기 싫은 저택일 뿐이다.

남동생의 아들인 조카는 너무 귀엽고 사람스러워 외국에 살 때도 방학이면 초대를 해서 함께 여기저기 여행도 다녔고 자주 연락도 하지만 그 아이의 엄마는 정말이지 만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가능한 한 만나고 싶지 않은 여자일 뿐이다.

남편의 누나가 너무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인데가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도 엄마인 자신보다 고모를 의지하고 동경하니 질투하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잘난 시누이가 있는 것이 못난 시누이가 있는 것보다는 휠씬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ㅋㅋ

아내의 말대로만 하느라 부모님의 유품과 불단까지 대여 창고에 처박아두고 부모님이 사시던 집도 아내의 취향대로 천박하게 엉망으로 고친 남동생도 이제는 만나고 싶지 않다.

이런 리에에게 자신에게 살가운 다미코의 어머니 가오루는 자신에게 어머니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또 남들이 보기엔 이해가 가지 않는 리에의 막무가내를 덤덤하게 받아주는 다미코는 친구라기보다는 고국이자 집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다미코의 방까지 차지하고 다미코가 모아둔 비싼 와인들을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꺼내 마시며 집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고 집도 못 구해 다미코에 집에 있으면서 차를 구매하고 이런저런 물건을 구매해 그렇지 않아도 좁은 집을 짐으로 가득 채우는 등 민폐를 넘어 행패로 보이기까지 하는 리에의 행동은 보통 사람은 참아내기 힘들 것이다.

밤늦게 일을 하는 작업실까지 와서 와인 잔을 내밀며 일을 방해하며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리에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왠만한 사람이었다면 '꺼져~ ' 라는 한 마디로 30년 우정이고 나발이고를 정리했겠지만 리에의 특별함에 큰 반응을 하지 않는 다미코는 예나 지금이나 속으로만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다미코의 무던함에 리에가 너무 기대는 듯하지만 이야기 진행될수록 그들이 누가 누구에게 기생이 아닌 서로 주고받는 공생 관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미코가 천성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어머니에게 할 수 없는 것들을 리에가 자연스럽게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함께 보낸 30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암으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의 딸인 마도카와 그녀의 남자친구 리쿠토는 다미코의 집에 자주 드나든다.

특히 리쿠토는 가오루의 이런저런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부탁을 들어주기도 해서 가오루는 리쿠토가 오는 것이 반갑다.

다미코는 남인 리쿠토에게 그렇게까지 편하게 구는 어머니가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가오루는 달라지지 않는다.

어차피 마도카를 통해서 만난 사이라지만 마도카와 리쿠토가 헤어진 후에도 가오루는 그들의 이별과 자신과 리쿠토의 관계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다미코의 이야기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조차 자신의 특별함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리에, 너무나도 별난 친구 리에를 받아들이는 다미코의 무던함, 리쿠토에 대한 가오루의 예전과 다름없는 행동들, 자신이 싫어하는 며느릿감이 거의 강제로 안긴 강아지 둥글이에게 빠진 사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던한 듯한 무던하지 않고, 특별 아니 별난 듯하면서도 평범하다.

소설은 리에가 그 별남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집을 구매해 다미코의 집에서 나오면서 끝이 났다.

상식적인 듯 상식적이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고저가 없는 잔잔한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상식적'이라는 것에 고집하지 않고 '비상식적'에 유난을 떨지 않는 에쿠니만의 빛나는 잔물결 같은 소설을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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