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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평점 :
벌거벗은 한국사와 벌거벗은 세계사는 티브이 프로그램 중에 시간이 날 때마다, 눈에 띌 때마다 부담 없이 자주 보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이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아 좋아하기에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하나씩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 종종 보지만 티브이 프로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잡음이 많아 그다지 집중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뭐 이 정도로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는 프로그램이면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었다.
아주 우연히 서평단을 통해서 이 프로그램에서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운이 좋으면 아주 가끔씩 새로운 책을 서평단으로 읽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나온 책을 종종 찾아서 읽었다.
티브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이런 유의 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것이 더 집중되어 좋은 거 같다.
무엇보다 활자로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더욱 이해도, 기억도 좋아서 나에는 티브로 보는 것보다 책으로 읽는 것도 더 편하고 좋았다.
이번 책은 지난번에 나왔던 사건편 1에 이은 사건편 그 두 번째 이야기다.
경제편, 잔혹사편, 사건편1 등등 그동안 읽었던 책들도 많은 지식들을 얻을 수 있어 좋았으니 사건편 2도 책을 보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사건편 2권의 책을 받고 먼저 차례를 보니 역사 덕후이기에 제목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가는 편들이 많지만 그래도 알지 못했던 뭔가를 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두근거렸다.
그리스 민주주의와 신화인 제우스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하고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그리스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헬렌' 이라는 키워드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아닌 프로메타우스의 손자인 헬렌이고 판도라의 상자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판도라의 항아리였다는 점을 알고 나니 그동안 판도라의 상자에서 느꼈던 위화감의 이유를 긴 시간이 지나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여성을 만든 신이 헤파이스토스라는 것도 어린 시절부터 줄기차게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라 신선했다.
실리콘밸리의 가장 주목받는 IT 산업을 이끄는 사람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인도인일 것이다.
힌두교의 '힌두'가 인도라는 나라 자체를 의미한다는 사실과 그 종교의 역사를 알고 나니 지금의 인도 사회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 더 확실해지는 거 같았다.
지금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계급이 초창기에는 그저 직업에 한한 것이었고 바꿀 수도 있었다고 하니 의외였다.
그 나라 나름의 문화와 체제에는 다른 나라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역사적 의의가 있으니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분부터 다방면의 뛰어난 능력까지 자신이 영웅의 자질이 충분했기에 항우는 자신감을 넘어 자만했으니 결과적으로 그 자만이 라이벌이었던 유방에게 더없는 행운이었다.
유방은 신분도 천하고 본인이 가진 능력은 항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없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기에 항우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 유방에게 좋은 전력이 되었다.
초한지의 내용을 거듭 읽을 때마다 항우의 개인의 뛰어난 능력과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결과적으로 유방의 승리자로 만들어주려는 신의 선물에 불과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중국인이 존경하는 정치가 쑨원. 우리나라로 치면 김구 선생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그의 생애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 바로 그의 아내와 그녀의 가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쑨원이 처음에는 처형이 되는 송씨 가문의 장녀에게 마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나니 처와 아이가 있는 중년 남성이 자신의 친구의 딸을 보고 반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녀가 느꼈을 기분이 이해가 되었다
한 가문의 자매 셋이 모두 근대 중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과 맺어졌으니 그 가문의 힘을 알 수 있다.
중국 여성 중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 이 세 자매였다고 하니 그녀들의 아버지의 뛰어난 투자 감각이 돋보인다.
세 자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유명하고 자극적이라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그녀들의 아버지에 대해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았고 그녀들은 행적들은 결국 아버지 쑹자수의 능력과 혜안이 낳은 결과물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10가지 주제가 모두 흥미진진했고 재밌었다.
스페인 내전 부분은 티브이에서도 이 편을 본 기억이 났다.
도쿄 재판 부분은 힘없는 약소국이 어떻게 강대국에게 이용당하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731부대의 잔인하고 소름 끼치도록 끔찍했던 생체 실험의 결과물이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정의는 강한 자에게 한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대에 일어났던 사건들이지만 역사는 약자에겐 철저하게 잔인하고 강자에게는 모든 것을 주는 것의 증명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