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어, 한 문장, 이렇게 아끼고 아껴서 읽었다. 책이 얇아서 더 아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은 책 속에 세워진 ‘설국’이라는 나라에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차가운 눈의 나라가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속에 몸도 마음도 폭 파묻히고 싶을 정도였다.다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쓸쓸함이나 다 읽고 난뒤에 뭔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는데 얼마전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명소’ 중에서 일본의 이런 정서를 설명한 부분을 읽고 이것이 일본 문화의 한 부분이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일본미의 중요한 본질중의 하나인 ‘와비’는 한적함 또는 부족함을 ‘사비’는 쓸쓸하면서 고담한 것을 말하는데 그 뉘앙스가 매우 복합적이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게다가 와비와 사비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더욱 어렵다. 꽉 짜인 완벽함이 아니라 부족한 듯 여백이 있고, 아름다움을 아직 다하지 않은 감추어진 그 무엇이 있는 것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명소> p254짧게 인용할 수 밖에는 없었지만 유홍준 선생님의 책을 먼저 읽고 일본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을 조금 가진 상태에서 <설국>을 읽으면 이 책이 전해 주는 느낌을 좀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