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가 개봉을 하고난 후 오디세이 책이 궁금해서 검색을 많이 해봤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있던 트로이전쟁과 세이렌의 전설등이 고대 그리스 서사시와 깊이 관련이 있고 특히 호메로스의 서사시라는걸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디세이를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원래 고대 그리스어로 쓰인 장편 서사시이고 전체가 2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완역본은 절대 읽기 어려울 것 같고 각색본을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에 빗대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각자의 여정이나 모험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우리도 매일 오디세우스처럼 저마다의 여정을 지나며 각자 이야기를 만든다는 책이다.
사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오디세이아’라는 말이 조금 거창하게 느껴졌다. 오디세우스처럼 전쟁을 치르고, 바다를 떠돌고, 괴물과 신들을 만나는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오히려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특별해서 우리의 삶과 먼 것이 아니라, 그가 겪었던 방황과 선택, 기다림과 불안이 어쩌면 우리가 매일 겪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오래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목표는 분명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자신의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 그런데 그 길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키클롭스를 만나고, 세이렌의 유혹을 지나고, 칼립소에게 붙잡히는 등 계속해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데, 정작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대부분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어느 정도 알고 살아간다. 그런데 살아보면 계획대로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열심히 했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 우리는 결과를 계속 되짚어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뭔가를 더 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나 역시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까지 계속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디세우스의 긴 항해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오디세우스는 모든 일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신들의 뜻에 흔들리기도 하고, 자신의 실수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동료를 잃기도 하고 오랜 시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매 순간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만 생각하며 멈춰 있지는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다시 길을 나선다. 어쩌면 삶에서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 이미 지나간 일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리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고,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모든 것을 내 뜻대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그다음은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책에서 오디세우스가 결국 돌아가야 했던 곳은 이타카였다.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유혹과 고난을 겪었지만 그의 방향은 결국 이타카를 향해 있었다. 여기에서 이타카는 단순히 고향이라는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결국 돌아가고 싶은 삶의 모습, 내가 지키고 싶은 것,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꾸 다른 곳을 바라본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비교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놓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내 인생의 이타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남았다.
우리는 매일 우리의 이타카를 찾아 떠나는데 그 길이 순탄하지도 원만하지도 않다. 길을 잃기도 하고, 잠시 멈추기도 하고, 원하지 않았던 길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타카에 도달하고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지나온 일들을 너무 결과만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잘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잘되지 않으면 왜 그랬는지 계속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긴 항해를 보고 있으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그 길을 지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경험이고,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것.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풍랑이 없는 항해가 아니라 풍랑이 지나간 뒤 다시 방향을 잡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매일각자의오디세이아를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