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이앤 아버스. 다큐멘터리 사진을 추구했던 아버스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의 삶을 주제로 많은 사진을 남겼다. 그러나 당대에는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단 한차례의 전시회도 갖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다. 이런 성향이 그녀를 자살로 몰고 간 것은 아닐지.....
필자가 다이앤 아버스의 사진집을 처음 본 것은 Diane Arbus Revelations 라는 책이었다. 가로가 30센티, 세로가 35센티 정도하는 하드 커버의 사진집이다. 무광택의 두꺼운 사진용지를 사용했으며 모두 흑백이미지다. 총 페이지는 350여 쪽에 이른다. 서두에 저자의 사진이 나온다. 제목이 'self-portrait pregnant, n.y.c. 1945' 인데 아버스가 약간 고개를 45도 방향으로 돌려서 뭔가 의아한 표정을 연출하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삼각대에 받친 중형카메라를 살짝 잡고있다. 상반신은 벗어졌혔으며 배가 임신부라서 배가 살짝 나와 있다. 하얀 팬츠를 입고 왼손은 그 배위에 살짝 걸쳐져 있다. 배경으로는 침대와 이불보가 보이고 거울앞에 서 있는데 이것이 프레임속의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마치 액자처럼 보인다.
게이나 상이군인들, 누디스트, 다운 증후근이 걸린 사람들, 그리고 해부중인 시체등의 사진도 있는데, 이것들은 대부분 컨택스 시트로만 보여주고 있다. 컨택트 시트는 큰 사진으로 인화하기 전에 아주 작은 조각그림으로 인쇄된, 일종의 썸네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정식으로 인화할 사진만 선별을 해서 정식으로 프린트를 하게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ㅎㅎㅎ 초점이 어긋난 사진이나 노출이 맞지 않은 사진 등등을 모두 크게 인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작업이요 낭비이기 때문이다. 아버스의 사진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면이 주는 어떤 격리? 본성을 숨기거나? 혹은 반대로 더 드러내기 위해서 이런 소품을 적극활용한 듯 싶다. 이런 작업의 일환은 여장 남자배우들을 상당히 많이 찍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