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구 사진론
강운구 지음 / 열화당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스스로의 작품을 내수용이라 말하는 우리나라 사진 초창기의 인물이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지류도 좋지만 본류을 알고하자는 얘기다. 쌀과 밥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쌀의 용도는 밥이다. 튀밥이나 강정 숭늉, 누룽지 등등을 해 먹을 수도 있지만 쌀 본래의 목적인 밥이 본류이고 여타의 쌀가공식품은 지류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본류 보다는 지류가 더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제대로 된 사진에 대한 철학이나 담론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 사진의 역사는 매우 짧아서 그런 치열한 시대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1세대 사진쟁이들이 모두 아마추어로 출발했기에 무분별하게 외국의 사조를 받아들여 그것이 사진의 전부인줄 알고 시작했고, 그것이 어설프게 퍼져나간 결과라고 한다. 뭐 당연한 얘기다. 사진 분야만 그런것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과 불행했던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정석을 접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사진작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후배들에게 확실히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쌀 본연의 목적이 밥이라고 할때, 일단 밥을 잘해 먹는 것이 바탕이되어야 하고 여기에서 튀밥이나 강정같은 분야로 확장해나가듯이, 사진의 근본은 사실적인 묘사에 있으므로 이를 충분히 경험하고 나서 크로스오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요지다.


책 내용중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의 주장을 조금만 소개해 보겠다.
"....그이들은 찍을 때 "예쁘지도 않은 이 꼴을 뭐하러 찍어요?" 가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 말에는 아름다운 것을 찍는 것이 사진이라는 전제가 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전시회나 책 같은 데 냈을 때 가장 흔하게 듣는 소리는 "이거 무슨뜻입니까" 이다.

어떤 예술에도 고유한 문법과 그 장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표현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 표현의 맛과 재미는 밀쳐 버리고 대뜸 뜻만 찾으려는 점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된 성향이다. 뜻은 거의 없고 표현의 재미만 있는 작품들도 많다. 그런 작품들 앞에서조차 뜻만 찾다가 그것이 보이지(느껴지지) 않으면 난해하다고 한다. 없는 것을 찾는 관객도 난해하며, 별 뜻 없는 작품 앞에서 "분단현실을 의식하며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추상화했습니다" 하며 뜻을 내세우는 작가는 더 난해하며 수상쩍기까지 하다. 뜻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먼저이며 다는 아니다..... 그러나 이를테면 그림 사진,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장르에서는, 그 자체가 가진 고유한 표현방법이 먼저다. 그 자체의 고유한 방법으로 표현한 재미(또는 아름다운)와 느낌을 통해서 뜻이 전달되어야만 한다." 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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