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평점 :
요즘 금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자산가들 사이에 10년 위기설이 나오면서 골드바와 달러를 사재기 하고 있다고 한다. 10년 위기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사태로 인한 금융 위기를 겪으며 10년마다 경제위기가 온다는 우려섞인 위기설이다. 이 책은 2008년 금융 위기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현재 계속되는 문제들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상황부터 시작한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붕괴되고 중국 등 기타 국가의 달러에 대한 페그 환율제도의 영향 등으로 미국은 심각한 재정 적자를 맞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고 있었는데, 금리 인하로 대출 계약을 새롭게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대출이 아닌 신용 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상품과 민간 발행에 의해 증권화된 비전통적 대출이 늘어나게 된다. 리먼브라더스도 서브프라임 대출이 많았고 상품의 질이 떨어질수록 수익은 올라간다는 생각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을 긁어모으게 된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투자 은행들은 많은 수익을 올렸고 모든 사람들이 다 돈을 벌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경제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35퍼센트가 금융 분야에서 나왔으며 2006년 뉴욕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600억 달러가량의 특별수당을 받았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업체 또한 1년에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었고 경영자들은 배당금으로 10억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금융 종사자들만 탐욕스러운것은 아니었다.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 또한 부동산 투기로 인한 재산 증식을 꿈꾸었다 모기지 상품의 1/3이상이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집을 위한 것이었으며 투기 과열지역인 플로리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이 비율이 45퍼센트를 넘었다. 이 당시는 확실히 부동산 투기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재산 증식 방법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6년 을 정점으로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스페인에서 건설 현장의 공사가 중단되었고 2007년 영국의 주택가격이 처음으로 떨어졌다. 수천만명의 주택 보유자들은 이제 자신의 자산 가치를 끌어올려 주던 동력이 약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대출에서 담보의 가치도 하락했고 심한 경우 그 가치가 아예 대출금 아래로 떨어진다. 각 가정은 소비를 줄이고 신용카드 사용 금액등 다른 단기 채무를 상환하기위해 빠르게 움직였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며 경제가 불경기로 접어든다.그리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수천수만의 가계가 채무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오게 된다. 모기지로 인한 미국내 위기는 지엽적인 문제로 보였지만 실제로 미국의 부동산이 전 세계 부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미국의 모기지 담보 대출을 다룬 영세 업체들이 위기에 처하기 시작했고 이는 홍콩, 상하이, 런던, 프랑스까지 퍼져나갔다. 리먼브라더스는 월스트리트 주류 금융업체가 되기 위해 부동산에 엄청난 승부를 걸고 있었기 때문에 2008년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주식가치가 73퍼센트나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불안해하던 대출업체들은 리먼에 추가 담보 요구를 하고 리먼은 요구한 담보를 제공했지만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시장의 불안감에 대한 더 이상의 추가 담보 제공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파산하고 만다.
이런 주택시장의 위기는 이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침체를 불러왔고 소비 수요가 줄어드니 생산과 공급이 줄고 실업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급하지 않은 소비는 다 미루면서 GM과 크라이슬러의 몰락을 불러왔다. 미국 경기 침체로 도요타가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유럽, 미국으로의 주문, 발주가 취소되면서 세계의 공장 아시아도 타격을 받게 된다. 이렇게 2008년 금융 시장 붕괴를 심각하게 만든 건 세계 경제의 글로벌 동기화때문이었다. 당시 금융위기의 규모가 심각하여 국가는 이 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고 무너진 은행을 구하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수 조 달러나 쏟아붇게 된다. 구제 금융은 미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독일, 베네룩스, 스위스 등 곳곳에서 벌어졌고 이때 투입된 자금은 7조 달러를 넘었다. 이런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미국에서는 민족주의적 반동을 불러일으켰고, 글로벌리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이라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언하며 세계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게 된다.
지금도 세계 경제에는 많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가 커플링되어 있어 나비효과와 같이 한 곳에서의 위기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된다. 또한 경제의 위기는 많은 정치적, 사회적 변화도 동반한다. 이 책을 통해 금융 위기의 역사를 돌아보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런 재앙의 발생 원인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고, 시스템을 정비하며 앞으로 또 다가올지 모르는 위기에 준비가 되어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