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니 핑크 - 할인행사
마리아 슈라더 외 출연, 도리스 되리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에 볼 땐 괴상한 짓거리만 일삼는 회의적인 여주인공 파니 핑크가 이해가 안 되었다.

매일밤 관에 들어가 잠을 자는 등, 항상 시무룩한 표정으로 죽을 준비만 하는 파니.

그런 파니만 해도 괴상한데 그녀의 이웃들은 또 어찌나 특이한지!

그 중에서도 '오르페오'라는 이름의 점쟁이이자 여장가수이자 게이인 흑인 남자와의 만남은

파니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데...

오르페오의 점괘에 따라 아파트관리인을 꼬시려고 별짓을 다하고, 

혼자 사랑받는다는 착각에 빠져 기쁨에 충만한 삶을 살게 되는 파니.

그러나 그 사랑이 착각임을 깨닫고 다시 자포자기하게 되는데,

이때 자신을 위로해준 오르페오와 정신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30 넘은 여자와 흑인 게이 남자는 이렇게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겨우 행복해졌나 싶었던 두 사람에게 다시금 운명의 시련이 닥쳐오는데...



사실 자극과 흥분을 주는 영화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군데군데 졸린 부분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 영화는 명작이란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파니가 관을 던져버리는 그 장면! 어찌나 아름답게 표현되었는지...

이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리고 파니 핑크의 유명한 그 OST가 흘러나오면...

누구라도 가슴이 뻥 뚫리면서 다시금 인생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밖에도 미술적으로도 놀라운 연출이 많고
(오르페오가 해골옷을 입고 파니와 춤추는 장면이라든지..)

파니의 패션 또한 볼거리다.
(파니의 해골 귀걸이... 사이즈가 한참 큰 아파트관리인의 아르마니 양복을 입고 다니는 파니...) 



내일 죽을것처럼 기운없는 표정으로 살 거면

내일 죽는다 생각하고 오늘을 즐겨보자.

파니가 점괘에 따라 운명의 남자라고 믿었던 사람은 알고보니 아파트 관리인이 아니었지만,

관리인과 해프닝을 벌이고 오르페오를 사랑하게 된 그 모든 일들 끝에 

훨씬 멋진 운명의 남자가 나타난 것처럼.

용기를 내면, 비록 그 도전이 실패로 끝나도 다른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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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책을 다 읽은 것이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그립다. 또 한 권의 책을 마쳤다면 끝내주게 기쁠 일이지만, 나는 지난 달 동안 잊을 수 없는, 너무나도 특이한 사람들과 웃음, 그리고 다음이 궁금해지는 꼬인 이야기들이 있는 초현실적인 세상에서 살았다. 한동안은 잘라내고 쳐내어 뼈와 살갗만 앙상한 소설을 읽기가 어려우리라.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읽고)  
   


다름아닌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읽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저런 책 감상을 보면 그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해질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이 책에는 그런 매력이 있다.
저자 닉 혼비가 읽은 책들을 나도 읽고 싶게 만드는 마력!!!
그리고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닉 혼비만큼 꾸준히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욕을 심어준다.


닉 혼비는 이 책에서 한 달에 어떤어떤 책들을 구입했는지, 또 읽었는지 그 목록을 보여주고,
읽은 책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가식 없이 재미나게 써 놓았다.
자신이 작가인데도 다른 소설들의 리뷰를 쓰다니, 웬만한 용기 없이는 못 할 일이다.
(하물며, 재미없는 소설은 던져버리라니!)
하지만 닉 혼비는 그런 일을 해도 괜찮을 만큼 재밌는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걸
요즘 닉 혼비의 소설을 몇 권 보면서 느끼고 있다.


자신의 독서 스타일이 옳은지, 또 남들은 어떻게 독서하는지 궁금한 사람들.
지루한 책도 한번 집었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고 여겨,
지금도 이해하지 못할 책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
웬만한 책은 다 읽은 것 같은데, 이제 무슨 책을 봐야 재밌을지 모르겠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문예 창작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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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퀴즈쇼>는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읽힐 법한 소설이다. 
그 이유는 <퀴즈쇼>라는 제목대로, 이 소설이 독자에게 계속해서 의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민수는 ‘왜 나에겐 엄마가 없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에게 엄마같은 존재였던 최여사의 죽음이다. 
보호자의 죽음으로 인해 거처를 빼앗긴 민수를 조명하며 1장은 끝나고, 
독자는 이후로 계속 ‘민수가 어떻게 생존할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게 된다. 
이것이 책의 결말까지도 계속되는 의문이라면, 이보다는 짧게 지속되지만 각 장마다 새롭게 제시되는 의문들이 있다. 
2장에서는 ‘벽 속의 요정은 누구일까?’, 3장에서는 ‘민수는 퀴즈쇼에서 어떻게 될까?’ 
이런 식으로 각 장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의문을 제기한다. 
‘어떻게 생존할까?’, 이것은 인간의 궁극적이며 가장 원초적인 의문이므로 인간의 흥미를 끌기에 가장 적당하다. 
이 계속되는 의문을 큰 줄기로 삼고, 새롭게 생겨나는 의문들을 작은 가지들로 삼아, 
이 소설은 마치 나무가 뻗어가는 모양처럼 나아간다. 
즉 <퀴즈쇼>의 내용 구조는 마지막 한 퀴즈를 독자들에게 내보이기 위해 뻗어나가는 
퀴즈의 연속, 그야말로 퀴즈쇼다. 


이민수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은 PC나 전자기기가 만들어낸 환상세계 속에서 
정신적인 가치, 꿈이나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왔다. 
고리타분한 부권과 금전이 지배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환상세계의 정신적 교류에 열광하는 이들을 죄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승자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이 쇼의 마지막 퀴즈를 푸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돈보다 고매한 정신을 추구하는 남자 이민수, 현실보다 꿈을 추구하는 남자 이민수를 
당당하게 ‘승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에게 의문을 갖게 하는 <퀴즈쇼>의 플롯을 만든 작가 김영하는, 
독자들이 이민수처럼 정답보다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퀴즈의 연속 같은 인생길에서, 의문도 없이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에 의문을 제기하는 민수 같은 젊은이들이
진정한 승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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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상한 기분을 경험했다.
책을 눈과 머리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책에서 난 그 세 기관의 속도가 명확히  따로 놀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
굳이 등호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

눈이 책의 글자를 따라가는 속도 >> 머리로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 >>> 마음으로 글에 공감하는 속도

보통 책을 읽으면, 눈으로 글자를 읽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내용을 파악하고
재밌는지, 또는 슬픈지...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를 이미 다 결정내 버리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그렇지 않았다.
눈은 글자를 읽어내려가도, 머리로는 이전 페이지 내용도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다.
특별히 공감이 가거나 감동적이라고 생각한 문장도 없으면서,
이상하게도 페이지는 술술 넘어간다. 신기하다.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책을 난 왜 이렇게 재밌게 읽었을까?



동물
사람들이 거의 살지 못할 정도로 황폐해진 지구가 있다.
거의 모두 다른 별로 이주했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지구에 남아 살고 있는 인간들도 몇몇 있었으니...
지구에 사는 인간들은 ’진짜’ 동물들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가짜 기계 동물이 아니라) 
생명체가 흔치 않은 지구이기에, 사람들은 큰 돈이 생기면 꼭 동물을 사려고 한다.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력을 지녔지만, ’공감 능력’ 이 없어서 위험존재로 취급받는다.
공감 능력이 없다면 다른 생명체를 죽이는 데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드로이드는 ’꿈을 꿀 수 있다’. 그들도 인간과 같이, 더 나은 생활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그들이 자신들의 주인인 인간을 죽이고, 폭동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인간
’바운티 헌터’는 인간인 척 위장하고 살아가는 안드로이드를 사냥하는 직업을 칭하는 말이다.
’바운티 헌터’인 인간 릭 데카드는, 안드로이드를 하나씩 죽여나가면서 점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안드로이드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심지어는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하면서 살아나가도
그저 ’안드로이드’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해야만 하는 현실. 릭은 그런 현실에 의문을 품는다.


인간들이 공감 박스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자신이 인간임을 확인하는 ’마사교’라는 종교가 있다.
공감 박스에 나타나는 마사라는 노인은 돌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계속 언덕 위를 향한다.
인간들은 마사를 신으로 추앙한다. 
하지만 마사는 평범한 노인이며, 공감박스의 영상은 조작된 것임이 뒤늦게 밝혀지는데...


이 소설에 나타난 사회에서는, 인간 > 동물 > 안드로이드 순으로
생명의 가치가 매겨지는 듯하다.
모든 생명체의 위에 서 있는 건,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동물을 돌보는 - 바로 인간.
하지만 그런 인간들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걸 ’마사’라는 신을 통해서밖에 느낄 수 없다.
희망, 믿음, 공감... 이런 것이 없어서야,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구는 황폐해지고, 인구는 줄어든다.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요, 공감할 인간들도 찾기 힘들다.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믿음’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믿음’이라는 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 것인가?

릭은 글 머릿부분에서는 자신의 전기양과 다른 이의 진짜 동물을 비교하며 절망했었다.
중반에서는 다양한 안드로이드를 만나면서
자신이 인간이 맞는지,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아닌지를 헷갈려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그는 결론을 내린다. 가짜 두꺼비에게도 생명은 있다, 고.
겉으로 보면 똑같은 생물인데, 굳이 본질을 생각하기 시작해봤자 허무해질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생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사람은 살아갈 힘을 잃나 보다.
결국, 인간의 본질은 ’허무’라는 것 - 이것을 생각하면
인생의 어떤 노력이나 결실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절망의 다른 이름은 희망이듯이,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아무리 공허하고 허무한, 가짜로만 가득한 장소에 있다고 해도
내가 진짜라고 믿으면 진짜인 것이고,
이 능력을 이용하면 아무리 황폐한 곳도 낙원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 가진 ’믿음’이란 능력은 놀라운 것이다.
허무에서 행복을 만들어내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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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펭귄클래식 36
다니엘 디포 지음,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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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꽤 두꺼워서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술술 읽혔다.
번역을 매끄럽게 잘 해놓아서인지 어려운 문장이 없다.
주인공이 섬에서 혼자 집짓고, 기구만들고, 음식 만들고, 농사 짓고, 사냥하는 얘기가 태반이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얘기라니, 뭐 그렇게 재밌겠냐만은
(심지어 로빈슨이 표류한 섬은 맹수도 없는 아주 평화로운 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아마 주인공이 처한 ’극단의 양면성을 가진’ 특수한 상황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침몰한 배에서 홀로 살아남는다. 이는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후로는 홀로 20여년간 고독하게 살아야 했다는 점에서 불행이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인공은 그 많은 섬들 중에서도, 특히 바로 옆에 있는 식인종의 섬에 표류할 수도 있었는데도
야만인도, 맹수도 없는 아주 평화로운 섬에 표류했다는 점에서- 아주 큰 행운아라고 볼 수 있지만... 
바로 옆에 식인종의 섬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불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요컨대 주인공은 표류상황이 주는 위기 속에서도 자급자족의 평화를 누리고,
안정된 삶 속에서도 식인종에 대한- 또 자신이 홀로 늙어죽을지도 모른다는 데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러니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주인공이 무사히 살아남을지, 살아남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을지-
이것을 보는 것처럼 재밌는 게 또 없을 것이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소설,
그래서 독자에게 용기를 주는 소설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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