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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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눈을 접으며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이 기억나는 사람. 김제동.  왠지 진지한것 하고는 거리가 멀것 같은 그 사람이 이 시대가 궁금해하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길거리에서, 때론 한잔의 차와 한잔의 술을 마주하고, 때론 조용한 암자에서.   진솔하고 소신있을것 같은 김제동씨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많은분들과 나눈 대화를 엮은 책 "김제동이 만나러갑니다"를 읽게 되었다.   방송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그가 어느날 모든 방송에서 사라져버렸다.  티비를 자주 보지 않던 나도 주말이면 아이들의 성화에 또래들이 나오는 티비프로그램을 가끔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구가되고, 오빠가 되고, 삼촌이 되어주던 친근한 김제동씨가 어느순간 보이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이런저런 사연들로 방송을 모조리 접었다는 얘길듣고 안타까움이 먼저 앞섰다.  다행히 요즘은 한 티비프로에서 매니저로 활동하며 다시 김제동씨를 볼수 있어서 무지 반가웠다. 

 

이 책은 그가 방송활동을 접은 후,  토크 콘서트라는 이름을 걸고 사회각계의 인사나 동료연예인, 또는 평범한 제주해녀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내용들이었다.  세인들의 수많은 관심과 화려한 그들의 삶 뒤안엔 우리들이 알지 못했던, 편견과 질타로 바라 보았던 일들이 그들에겐 큰 짐이 되었고, 때론 소중한 그들의 삶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기도 했을것이다.  대중이란 이름의 큰 파도가 몰아칠때마다 사지로 몰려야했던, 강해 보이지만 나약한, 그저 우리와 똑같은 한 인간일 뿐인데 말이다. 

 

세상엔 의외로 행간을 못 읽는 사람이 많아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자기와 상반된 의견은 무시하고... 좌빨이니, 노빠라느니.  연예인이건 작가건 정부의 정책이나 시대에 대해서 한 마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상하게 집권 세력이나 보수적인 사람들은 촛불, 집회, 인터넷 등의 단어에 공포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14쪽-이외수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산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나의 가장 큰 가치와 행복은 웃음이다.  사람들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더니 박 변호사께서는 "당장의 방송 공간은 좀 잃었을지 몰라도 국민의 마음은 훨씬 많이 얻었다"면서 과찬을 해주신다. (64쪽-박원순편)

 

"연애 안해요?" "왜 안하고 싶겠어. 그런데 냉정히 말해 나에겐 아내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내가 아내가 될 자질이나 소양은 부족한 것 같아. 나의 변덕스러움과 고집스러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아내의 마음으로 항상 응원해 주는 사람말야.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내 편, 내 동지가 돼주는거지." (102쪽-고현정편)

 

그 사람에게 질문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도 슬쩍 얹어주는 노련함.  역시 김제동스러운 책이었다.  한순간의 말실수로 네티즌이나 여론의 거센 폭풍에 맞서야 하는 사람들.  공인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만인의 귀감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  나 역시 이슈가 되는 기사 앞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하고 나만의 잣대로 그들을 비판하기도 했었고, 지금역시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 와 그들도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이다 라는 두가지 결론 앞에서 망설여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그것역시 대중들의 생각일 뿐이고, 김제동씨처럼 소신있게 살아 간다면 뭐가 두렵겠는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때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정치색을 띈 연예인이라고 몰아부친 사회앞에서 그는 또다시 2주기때  희망이라는 주제로 무료 토크콘서트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하니, 작지만 큰사람 김제동에게 다가가 보고 싶은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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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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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영미스릴러에 길들여져 온 나에게 정유정작가의 7년의 밤은 또다른 스릴러를 맛보게 해준 작품인것 같다.   영미나 일본 스릴러에서 느낄수 없었던 묘한 전율(?)이랄까?  무서움을 많이 타서 추리,스릴러 소설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내가 어느새 스릴러소설의 매니아가 되어 있는지금, 7년의 밤을 읽으며 다시한번 머리카락이 쭈뼛서고,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느끼며 읽었다.   정유정 작가의 전작 "내심장을 쏴라"와는 또 다르게 7년의 밤은 긴장감을 놓칠수 없는 빠른 전개가 펼쳐진다.  내 심장을 쏴라는 폐쇄된 정신병동을 둘러싼 사람들의 따뜻한 인간미와 함께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간다.  그리고  정신병동에 있는 사람들과 정신병동 밖에 있는 사람들중 대체 누가 정상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7년의 밤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일깨워 준다.  또한,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세세한 묘사로 한층 섬세해진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내 심장을 쏴라 라는 소설과 7년의 밤 이라는 소설을 쓴 작가가 같은 인물인지 놀라울 정도로 두 소설의 성격과 전개는 달랐다.
 
 
소설은 세령호와 세령수목원을 중심으로 세령이라는 한 소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남자 최현수,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아들 서원, 세령의 아버지 오영제, 서원이가 아저씨라 부르는 안승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버지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어린서원에게 살인자의 아들이란 낙인이 찍히고, 현수는 세령부녀와 그의 아내 은주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다.   서원은 그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살아간다.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서원에게는 정기적으로 당시의 살인사건을 다룬 신문이 배달된다.   그 우편물이 배달되면 서원은 그에게 손가락질과 수근거림이 이어지는 그곳을 떠나야 한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다 서원은 승환을 찾아가고 등대마을에서 1년여를  편하게 지내던 어느날, 승환마저 그에게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승환이 당시의 사건을 소설로 써오던 원고를 서원이 읽으며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예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7년의 밤은 그렇게 7년전과 현재를 오가며 긴장감을 늦출수 없는 전개를 이어간다.
 
 
어떻게 죽었을까.  꿈에서처럼 교수대에 목이 매달려서? 죽기 전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버지 손에 죽은 그 아이의 공포를 이해 했을까. 떨었을까. 후회했을까. 슬펐을까. 의연하게 맞았을까. 숱한 나날, 수많은 순간, 당신이 아들 손에 죽고 또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마지막 순간에 뭐라고 말했을까.  살려달라고 애원하셨어요? 용서를 빌었어요? 설마, 설마 나를 부른 건 아니겠지요? (295쪽)  7년이라는 세월동안 살인자의 아들이란 감투를 쓰고 세상을 버리고 살아야 했던 서원.  아버지의 사형집행 소식을 접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수 없었던 그였다.  하지만 승환의 소설을 통해, 사형집행을 기다리며 자신을 지키려는 현수의 애끓는 부정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살아왔던 서원은 승환의 소설로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접하게 되었을때,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눈녹듯 녹아내리고 최현수라는 한남자, 최서원의 아버지로 설 수 있었을 것이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소설이었다.    꼼꼼하고 탄탄한 각 인물들의 설정 또한 이 소설을 단 한 순간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었다.   2년여를 일체의 다른 작품없이 이 작품에만 매달려온 작가의 노력이 충분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정유정작가, 그녀의 대단한 이야기 7년의 밤.  나에게 상당한 여운으로 남을 한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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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엄마 - 자살을 결심한 엄마와 그 시간을 함께한 세 딸이 전하는 이야기
조 피츠제럴드 카터 지음, 정경옥 옮김 / 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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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엄마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포근하고 정감이 넘치고, 때론 울컥한다.   학굣적엔 엄마의 잔소리가 진저리칠만큼 싫었다.  다 나를 위한 잔소리라는 말은 개나 물어가라며 콧방구를 꾸었었다.   딱 너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면 엄마맘을 알겠지..하던 엄마의 넋두리가 지금도 귀에 선연하다.   지금은 두딸을 키우고 있는 나도 엄마의 입장이다.  예전의 우리엄마처럼 나도 정말 진저리칠만큼 잔소리를 많이 한다.   내 잔소리를 들으며 우리 딸들도 그런 맘이겠지?  우리딸들이 예전의 나 같았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두딸을 보는 난 그 옛날의 엄마맘이 아닐까 생각하니 괜히 울적한거다.   나도 이 책을 쓴 작가처럼 세딸중 막내였었다.   유난히 할 줄 아는것도 없이 어린나이에 덜컥 결혼을 해버려서인지 저 핏덩어리가 결혼을 해서 남편 굶기고 살지나 않을까 하는 엄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이것저것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가져다 먹는 못난 딸이지만 말이다.   엄마는 그렇게 내겐 아직도 크고 든든한 존재이다.   그런 엄마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어느순간 내 엄마도 나의 곁에서 사라지겠지 하는 걱정이 열배는 더 커진것 같아 묘한 가슴떨림을 느꼈다.    

이 책은 화자인 "조"와 그녀의 엄마와 언니들의 실화이다.  조의 엄마는 24년째 파킨슨병을 앓아오고 있고, 울혈성 심부전증,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  언제나 고고하고 화려할것 같았던 조의 엄마는 파킨슨병으로 인한 몸의 뒤틀림과 침대에만 누워 지내야 하며 결국은 그렇게 추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야 하는 미래를 생각하자 우울한 나머지 지금 세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죽고싶어한다.  그것은 바로 자살...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생각하며, 또한 이런 엄마를 지켜보는 조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할머니가 되어가고 계신 우리엄마 생각이 절실히 나며 가슴 한켠이 싸해져 왔다.  이 글이 만약 픽션이었다면 이만큼의 절절함이 있었을까.  작가는 자살하려는 엄마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느끼는 감정의 기복들을 세세하게 묘사해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상황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엄마의 자살소동이 딸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행동일 거라 생각하는 두 언니들과 달리, 조는 엄마의 한마디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엄마의 집과 자신의 집을 오간다.  가슴한켠엔 언니들의 생각이 제발 맞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자살방법을 찾다가 결국 조의 엄마는 단식을 감행하게 된다.  얼마간의 단식후 모르핀 복용으로 인생을 마감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생각과 다르게 모르핀을 마시고 몇일후에 세상을 뜨신 조의 엄마.  정말 이렇게 엄마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조와 그의 언니들이 무심하게도 생각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잘 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옆에 있을땐 그저 엄마일 뿐이었던 한 사람이 내 곁에 없으면 사무치게 그립고, 생전에 못해드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나 자신을 원망한다고 했던가.   여즉 느끼지 못했던 엄마라는 큰 존재가 지금 당장 내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앞이 막막할 뿐이다.    만약 내가 여러가지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과연 난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 엄마 였다면 난 어떤 일을 해서라도 말릴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어떨까...글쎄...나에게 커다란 질문이 되어 남아 있을것이고, 내 인생, 내 미래에 대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준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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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엄마 - 자살을 결심한 엄마와 그 시간을 함께한 세 딸이 전하는 이야기
조 피츠제럴드 카터 지음, 정경옥 옮김 / 뜰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엄마가 세 딸에게 자살하겠다고 한다.

"안돼, 엄마."

"가지마, 엄마."

"끝까지 엄마 곁에 있을게."

자살을 결심한 엄마와 그 시간을 함께한 세 딸이 전하는 이야기

 

 

엄마....엄마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포근하고 정감이 넘치고, 때론 울컥한다.   학굣적엔 엄마의 잔소리가 진저리칠만큼 싫었다.  다 나를 위한 잔소리라는 말은 개나 물어가라며 콧방구를 꾸었었다.   딱 너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면 엄마맘을 알겠지..하던 엄마의 넋두리가 지금도 귀에 선연하다.   지금은 두딸을 키우고 있는 나도 엄마의 입장이다.  예전의 우리엄마처럼 나도 정말 진저리칠만큼 잔소리를 많이 한다.   내 잔소리를 들으며 우리 딸들도 그런 맘이겠지?  우리딸들이 예전의 나 같았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두딸을 보는 난 그 옛날의 엄마맘이 아닐까 생각하니 괜히 울적한거다.   나도 이 책을 쓴 작가처럼 세딸중 막내였었다.   유난히 할 줄 아는것도 없이 어린나이에 덜컥 결혼을 해버려서인지 저 핏덩어리가 결혼을 해서 남편 굶기고 살지나 않을까 하는 엄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이것저것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가져다 먹는 못난 딸이지만 말이다.   엄마는 그렇게 내겐 아직도 크고 든든한 존재이다.   그런 엄마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어느순간 내 엄마도 나의 곁에서 사라지겠지 하는 걱정이 열배는 더 커진것 같아 묘한 가슴떨림을 느꼈다.

 

 

이 책은 화자인 "조"와 그녀의 엄마와 언니들의 실화이다.  조의 엄마는 24년째 파킨슨병을 앓아오고 있고, 울혈성 심부전증,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  언제나 고고하고 화려할것 같았던 조의 엄마는 파킨슨병으로 인한 몸의 뒤틀림과 침대에만 누워 지내야 하며 결국은 그렇게 추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야 하는 미래를 생각하자 우울한 나머지 지금 세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죽고싶어한다.  그것은 바로 자살...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생각하며, 또한 이런 엄마를 지켜보는 조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할머니가 되어가고 계신 우리엄마 생각이 절실히 나며 가슴 한켠이 싸해져 왔다.  이 글이 만약 픽션이었다면 이만큼의 절절함이 있었을까.  작가는 자살하려는 엄마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느끼는 감정의 기복들을 세세하게 묘사해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상황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엄마의 자살소동이 딸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행동일 거라 생각하는 두 언니들과 달리, 조는 엄마의 한마디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엄마의 집과 자신의 집을 오간다.  가슴한켠엔 언니들의 생각이 제발 맞기를 바라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냥 고개만 끄덕였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리고 엄마와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나는 엄마의 말이 영원히 공중에 떠 있게 하고 싶다.  우리 둘 사이의 공간에 새겨진 서명처럼. (162쪽) 이런저런 자살방법을 찾다가 결국 조의 엄마는 단식을 감행하게 된다.  얼마간의 단식후 모르핀 복용으로 인생을 마감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생각과 다르게 모르핀을 마시고 몇일후에 세상을 뜨신 조의 엄마.  정말 이렇게 엄마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조와 그의 언니들이 무심하게도 생각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잘 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옆에 있을땐 그저 엄마일 뿐이었던 한 사람이 내 곁에 없으면 사무치게 그립고, 생전에 못해드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나 자신을 원망한다고 했던가.   여즉 느끼지 못했던 엄마라는 큰 존재가 지금 당장 내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앞이 막막할 뿐이다.  내가 알았던 엄마, 내가 태어나면서 세상에 나타났고 내 눈을 통해서만 존재한 엄마는 일부에 불과했다.  나는 마침내 엄마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완전한 엄마를 찾은 것이다.  하필이면 엄마를 잃어가는 시간에! 지금이라도 엄마를 발견하게 되어 고마울 따름이다. (312쪽)  만약 내가 여러가지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과연 난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 엄마 였다면 난 어떤 일을 해서라도 말릴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어떨까...글쎄...나에게 커다란 질문이 되어 남아 있을것이고, 내 인생, 내 미래에 대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준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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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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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야말로 에쿠니가오리의 책이구나 싶었다.  단지, 사랑이야기가 아닌 가족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그녀의 책들과는 조금 차별화 되었지만 말이다.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볼때 그녀의, 그녀다운 필력이 이거구나! 라는 생각이 딱 들만큼 다른 작가들과의 변별이 쉬웠다고나 할까?  너무 잔잔하고, 너무 변화가 없고, 너무 무덤덤해서 지루하고 읽어내기가 힘들것 같았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라는 말을 서슴없이 갖다 붙어본다.   얼마전에 읽었던 그녀의 책 "반짝반짝 빛나는"을 내가 읽은 베스트중 한권으로 올려놓고 그녀에 대해 급 호감이 생겼었다.   특히, 우리나라 작가가 아니기에 그녀의 미묘하고 세밀한 감정의 부분까지 고스란히 옮겨 놓을수 있었던 역자에게 또한번의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 책의 역자는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김난주님이셨다.   어쩜,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김난주님이 썼다고 생각할 만큼 그녀의 번역은 '에쿠니가오리식'이라고 할 만했다.  아님, 우리 독자들이 '김난주식' 에쿠니가오리에 젖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읽은 에쿠니가오리 책들의 역자가 모두 김난주님이었으므로...
 
 
우리는 잠시 말없이 각자 차를 마셨다.  차는 따끈하고, 마른풀 같은 냄새가 났다.  도중에 시마코 언니가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리쓰는 책꽂이에서 멋대로 책을 꺼내 읽고 있다.  나는 마들렌을 두 개 먹었다. "목욕이나 할까." 시마코 언니가 그렇게 말하고서 빈잔을 쟁반에 내려놓을 때까지, 우리 셋은 그렇게 망연히 차를 마셨다. (188쪽)  정말 평온한 풍경.  어쩜 이런 큰 사건없는, 그저 일상같은 가족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쓸 수 있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마치 내가 미야자카 가족의 일원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항상 아웅다웅 하는 우리네 가족과 비교를 해보면 재미는 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규칙과 질서로 잘 짜여져서 살아가는 미야자카 가족이 부러워 지기도 했다.  보수적인듯 하지만 말없이 자식들을 응원해주는 든든한 아버지,  감성적이고 소녀같은 엄마,  똑부러지고 정말 맏딸스러운 소요,  활달하고 엉뚱한 구석이 있는 시마코,  무지 착할것 같은 화자인 고토코,  중학생 스럽지 않은 막내 리쓰까지 가족의 구성원 하나하나 조차도 크게 튀는 구석이 없는 정말 평범한 가족이야기였다.  
 
 
화목한 자리였다.  소요 언니에게는 아무도 축하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언니가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은 모두가 기뻐했다.  가족이 다시 모였다는 것은 순수한 기쁨이며 행복한 온기 같은 것.  (254쪽)  사건이라고 해봐야 큰딸인 소요가 이혼을 하는것과 둘째딸 시마코가 싱글맘이 되려한다는것 정도?   이들 가족은 항상 서로의 존재를 그리워 하는듯 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소요의 이혼으로 온가족이 다시 같이 살게 됐을때 그들은 더 커 보이고 더 행복해 보였다.  이혼이라는,  어찌보면 참 가슴아픈 사건을 겪으면서도 행복하다 느낄수 있는건 가족의 힘이 아닐까?   이 책의 원제가 '싱크대 아래 뼈' 였다고 해서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까지 왜 원제가 저러할까 궁금했었다.  하지만 거의 뒷부분 단 몇문장에 소개된 에피소드가 그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출판사에서 이 책의 제목투표를 할때 난 원제만 보고 뭔가 반전이 있을것 같은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생각에  '미야자카 이야기'라는 곳에다 한표를 던졌었건만, 역시나 '소란한 보통날',  그 현명한 판단에 박수를 보내본다. 
 
 
 
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납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룰, 그 사람들만의 진실.
소설의 소재로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그런 연유로, 이렇게 색다른 가족 이야기를 썼습니다.  -작가의 후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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