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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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13년전 한 여대생이 외국국적을 가진 몇사람들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도망가다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그때 그 외국국적을 가진 사람중 한명을 잡았는데 공소시효가 지나서 무죄석방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 강간에 대한 공소시효는 불과 5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인가 뭔가로 구속을 하려고 했는데 그 특수강도라는 항목에 뚜렷한 증거가 없다하여 무죄가 되었다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그 무서운 죄를 짓고도 아무처벌도 받지 않는, 그것도 성추행의 증거는 뚜렷이 남아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무죄를 선고해야 하다니. 다행히 싱가폴은 강간에 대한 공소시효가 20년이라 자기나라로 추방하고 그 나라에 죄인을 인도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법은 참 누구를 위한 법인지 이런 뉴스를 볼때마다 정말 이 나라에서 살기가 싫어집니다.

 

 

오늘 읽은 <루팡의 소식> 또한 공소시효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15년전 한 고등학교의 여교사가 옥상에서 투신을 했는데 그 당시엔 자살이라는 결론이 났었지만 "이 사건은 자살이 아니고 타살"이라는 비밀제보가 있어 공소시효를 하루 앞두고 재수사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제보에 의해 이 살인사건에 연루가 된것같은 당시 세 사람이 차례로 연행이되어 진술을 하는데 15년전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가 됩니다. 기타로, 다치바나, 다쓰미 세 명의 악동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일명 <루팡작전>을 세웁니다. 시험 전날 교장실 금고에 보관하는 시험지를 빼낸다는 작전입니다. 조금 어설퍼보이는 작전이었지만 본인들에게는 나름 완벽한 계획이었고, 삼일 중 이틀은 보란듯이 성공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시험 전날 밤,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바로 시험지를 보관하는 금고에서 여교사의 시신이 발견이 된 것이죠.

 

 

15년전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기타로와 친구들의 진술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요. 하얀구두에 얽힌 이야기가 나올땐 기타로의 아내를 의심하게 되었다가 여교사의 여성편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땐 동료교사와 한 제자를 의심하기도 했고...아무튼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기타로라는 인물은 불량하면서도 여동생에 대한 애틋함이 있어서인지 부모가 없어 외로움을 타는 친구의 여동생을 안타깝게 여겨 잘 보살펴주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돌봐줬던 친구의 여동생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때 정말 깜짝 놀랐었죠.

 

 

시험지를 빼돌리는 <루팡작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은 재기발랄한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청춘소설의 매력을 맛볼 수 있었고, 금고에서 여교사의 시신이 발견된 후부터는 그에 더해 본격 미스터리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밖에 남지 않은 공소시효. 그 시효가 다 하기전에 범인을 찾아내야만 하는 긴박함이 활자를 통해서도 생생히 느껴지는듯 했습니다. 이 책은 예전부터 알고만 있었던 책이었는데 표지와 제목만으로 뭔가 좀 나랑 맞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은 역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ㅋ 하지만 이번에 개정판이 나오며 옷을 싹 갈아입고 나왔는데 표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진작에 읽지 못했던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 작가분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시간에 쫓겨 세 사람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시험은 내일로 끝, 남은 것은 한문과 윤리 두 과목뿐이다. 재빨리 훔쳐내고 느긋하게 자고 싶었다. 세 사람은 순서대로 관문을 돌파하여 이십 분쯤 걸려 교장실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최단기록의 갱신이다. 선두인 다치바나가 금고 열쇠를 꺼내 곧바로 낡은 금고를 향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열쇠를 꽂아 휙 돌렸다. 문이 열렸다. 바로 기타가 손전등을 댔다. “아앗!” 하고 세 사람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자다. 금고 안에 여자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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