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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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딱 꼬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뭔가 상당히 나의 내면을 어지럽게 헤집어 놓은 느낌입니다. 우리가 흔히 봐 오던 스릴러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그렇지만 상당히 긴장이 되고 무언가 터질듯, 터질듯 하지만 터지지 않는 조마조마함이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형사나 그 비슷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저 등장인물들의 일상대로 무심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거기에 느껴지는 긴장감은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일 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독자의 몫이겠지요.



이 책을 처음 받고 책이 왔다고 포스팅을 했을때 한 이웃분이 상당히 기대되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워낙에 제가 알지 못하는 작가분들의 책과 희귀본들을 접하는 이웃분이라 "이 책이, 또는 이 작가가 뭔가 상당한 내공이 있는가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기대감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입 부분을 읽으면서 화끈하게 "그래! 이거야!" 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어떤사건이 터질듯 말듯한 그런 느낌을 감질맛 난다라는 표현을 쓰기엔 뭐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좀 쉬었다 읽고 싶지만 뒷부분이 궁금해서 도저히 덮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게 막 너무 흥미진진해서 책장이 훌훌 넘어가는 것도 아닌 그런...


큰누나의 죽음이후 25년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던 아서. 세아이를 둔 어엿한 가장이 되어 25년만에 고향인 벤트로드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오자 작은누나와 누나의 남편인 레이, 그리고 엄마가 반겨 주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등져왔던 고향은 아서를 배타적으로 대하는것만 같습니다. 거기다 아서가 이사온 바로 그날 마을의 한 여자 아이가 실종이 되는데요. 큰누나의 죽음이 자신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던 아서는 작은누나마저 남편인 레이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누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기에 이릅니다. 마을사람들은 실종된 소녀가 레이의 짓이라 생각하고 아서조차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누나를 그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지요. 가족은 이미 가족이 아니고, 고향마을이건만 이곳은 아서의 가족에게 타인보다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서는 모든것이 다 불안하기만 합니다.

사라진 소녀와 25년전 죽었던 아서의 큰누나인 이브, 그리고 그 모든일과 관련이 있을것 같은 레이를 향한 마을사람들의 공포, 아서의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이야기는 시종일관 무겁게 진행이 됩니다. 아서의 막내딸인 에비는 고모인 이브의 유품에 집착을 하고 이브의 큰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간 에비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며 이야기의 긴장감은 서서히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그러다 술에 취해 루스를 데려가기 위해 온 레이와 그를 피하려는 아서의 가족, 그리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총을 들고 숨어 있는 아서의 아들인 대니얼. 그들의 대치 상황은 그야말로 최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모든 불안과 두려움엔 이유가 있는 법. 아서가 어째서 그렇게 루스를 지켜려 했는지, 그리고 레이는 어쩌다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었는지, 이 모든 의문이 풀어지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그들은 더이상 두려움의 존재도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으로 신인상은 물론 각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무서운 신인으로 우뚝 섰는데요, 참 신기하게도 뭔가 강렬한 사건사고와 피튀기고 잔인한 스릴러를 즐기는 독자의 입장에선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듯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꽤나 괜찮았던 책이었습니다. 잔잔한 긴장감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런느낌도 괜찮구나 싶었습니다.

얇디얇은 흰색 커튼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창밖에 누가 있어요.” 엄마 옆구리에 얼굴을 파묻은 에비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대니얼은 또다시 쾅 하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며 커튼을 노려봤다. “밖에는 아무도 없어.” 하지만 대니얼도 자신이 없었다. 바람은 집으로 돌진해서 쾅 소리를 내지도, 옆쪽 마당을 비틀거리며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대니얼은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뛰지 않았으면 싶었다. 귀에 자기 심장 소리만 들렸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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