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도둑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작가의 전작 히스토리언을 읽을 때에도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펼치면 우선 깨알 같은 폰트가 눈을 좀 힘들게 하고 꽤나 섬세하고 꼼꼼한 이야기의 흐름과 설명들이 때로는 지치게도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정말 탄탄한 스토리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전작 히스토리언은 표면으로는 드라큘라의 흔적을 쫓는 역사가들의 장대한 여정을 말하고 있지만 그 내면은 흡혈귀의 본고장 루마니아, 그리고 동유럽의 역사와 다양한 전설을 바탕으로 '드라큘라'라 불리웠던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를 내세우며 우리에겐 생소했던 여러 가지를 일깨워 줍니다.

 

   

오늘 읽은 백조도둑 역시 예술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으로 우리에겐 그냥 보는 것으로 지나치는, 그림을 소재로 한 깊이 있는 미술의 세계와, 그를 둘러싼 인간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미술작품을 소재로 한 책을 한 권 예전에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가의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 중간 중간 베르메르의 그림이 삽입이 되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백조 도둑들이라는 작품이 실존한다면 이야기와 함께 이미지로 넣었어도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어떤 그림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작품 앞에 오래 서 있을수록, 점점 더 이것은 권력과 폭력에 관한 그림처럼 보였다. 레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를 만지거나 더럽히고 싶은 생각보다 다시 여인에게 날아들기 전에 깃털로 덮인 백조의 육중한 가슴을 밀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로버트 올리버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낼 때 느낀 것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여인을 화폭에서 해방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본문중에서-

    

 

 

이야기는 로버트 올리버라는 유명한 화가가 어느 미술관에서 한 그림을 칼로 공격하는 강렬한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그 그림은 레다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그리스신화의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해 인간인 여자 레다를 탐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올리버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올리버를 맡게된 말로우라는 정신과의사는 올리버에게 강한 인상을 받고 올리버를 위해 병실을 작업실로 만들어 줍니다. 그곳에서 말로우는 올리버가 한 여인를 계속 그리는 것을 목격하고 그 그림속의 여인에 대해, 그리고 올리버에 대해 조사하기에 이릅니다. 올리버의 전 처인 케이트와, 사건을 일으키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메리라는 여자를 만나고, 올리버가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오래된 편지묶음들을 번역해 읽으면서 말로우는 올리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그가 왜 그 그림을 공격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하나하나 풀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올리버가 그림을 공격한 단 하나의 사건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므로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아 무척이나 오래 책을 가지고 다니다 헌책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어쩐지 좀 시원섭섭한 느낌입니다. 한번 더 읽기엔 너무 무리일 듯 하고 전반부를 읽을 때 지루하다 투덜대며 읽었던게 이 책을 몇 년에 걸쳐 조사와 검증을 거치며 세세하게 집필한 작가에게 조금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리고 인물 각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또한 올리버의 그림에 등장한 베아트리스라는 여인과 그의 백부에 얽힌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때론 아슬아슬한 사랑도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합니다. 미술석사 학위까지 가진 미술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은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그녀의 작품세계는 그동안 집필한 두 권의 책으로 모두 설명이 될 것 같네요. 다 읽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애쓰며 포치에 홀로 앉아 있으니, 키스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 그 기억은 높은 창문에서, 양탄자에서, 접힌 치맛자락에서, 책갈피 사이사이에서 흘러나온다. “내가 널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걸 부디 알아다오.” 그녀는 키스의 기억을 사라지게 할 수가 없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이제는 그 기억을 잊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최대한 오랫동안 이 기억을 간직하고만 싶다. -본문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