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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삼년전 아이들 사이에서 지구종말이라는 말이 일파만파 퍼져 이슈가 되었었지요. 아이들의 이슈에서 더 나아가 인터넷에서도 화재가 되어 여러학설을 들먹이며 과학적 추론과 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설마...!"라며 불안해 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게 떠들어대던 운명의 날 2012년 12월 21일. 불과 얼마 전이던 그날이 지금은 아주 먼 옛날같이 느껴지지만 오지 않을것 같은 그날은 의외로 빨리 다가왔고 역시나 보란듯이 조용하게 그날은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그날이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지만 아이들의 느낌은 또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름 많은 생각과 걱정을 했기때문에 틈만나면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까 하는.
오늘 읽은 론 커리의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란 책은 저에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책 속 주인공인 주니어였다면 어떻게 36년을 살았을까.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존 티보도 주니어가 엄마의 자궁속에 있을때부터 들려온 목소리. 그가 태어나 첫 숨을 쉬자 그 목소리는, 주니어가 서른여섯살이 되는 2010년 6월 15일,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무서운 진실을 알려줍니다. 그 어마어마한 사실을 안고 살아가야할 주니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애가 너무 침울해요. 이상할 정도로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주니어는 '세상의 종말'에 집착하는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에 약물중독, 인생의 밑바닥을 헤집으며 절망적인 인생을 살고 있을때 정체모를 국가기관으로 잡혀온 주니어는 인공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두번째 기회가 주어 집니다. 과연 주니어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난 평생 어떤 것에도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길모퉁이만 돌면 모든게 부질없어 보이는데 보통 사람들처럼 대학 농구팀을 만들고, 노령연금을 붓고, 자식을 키우는 일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무의미했어요. 모든것이. 그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보십시요. (254쪽)
기회가 된다면 이제는 말해 주고 싶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몰라. 나는 정서불안에 시달리는 문제아 따위가 아냐. 내게는 섬뜩한 미래가 보여. 당신들은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봐도 믿지 않겠지만 나는 그게 환각이 아니란 걸 알아 (132쪽)
이야기는 색다르게 제3자의 입장에서 이끌어가는 2인칭으로 전개되어 집니다.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개라 좀 생소하긴 했지만 그 제3자가 주니어에게 무서운 진실을 알려준 전지자이다보니 인물의 세세한 묘사가 돋보였습니다. 론 커리의 데뷔작인 단편집 '신이 죽었다'라는 책을 2011년도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에서 작가는 '신이 없는 세상에 사랑이 머물 곳이 있을까? 오늘날 세상의 중심이 완전히 붕괴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것인가' 라며 "신"과 "세상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전인류를 향한 자기성찰의 메시지를 담아 묵직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나는 오늘 하루도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였나,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책을 덮고 음미 할수록 더욱 진한 감동이 밀려오는 책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끝이 있고, 그래서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
너와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끝날 지라도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끝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