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여행 - 네가 원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박선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영어유치원이니 학습지니 학원이니..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무척이나 바쁩니다. 그래도 우리땐 학교에 가면 기역,니은 배우고 덧셈, 뺄셈 배운거 같은데 요즘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보면 한글과 사칙연산은 이미 알고 있는걸로 기정사실화 되어 진도가 나가다 보니 아이의 학습에 조금 소홀했던 엄마들은 자칫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다 보니 유치원때부터 아이들은 서너가지를 배워야 하고 결론적으로 웬만한 사립 유치원비는 대학교 학비를 가뿐하게 넘나들기도 합니다. 이미 우리아이들은 이때부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저 역시 지금 4학년인 딸아이에게 유치원때부터 영어에 중국어, 한자, 바이올린, 학습지, 피아노..정말 아이를 혹사시킨것 같군요.흑..지금도 서너개 학원에 학습지를 하고 있는데 아이는 요즘 "엄마, 저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제발 학원 좀 끊어 주세요."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아직도 그 틀을 깨버리지 못하고 아이의 정신건강 보다는 현실적 능력을 바라는 무지한 엄마로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만난 책 <일곱 살 여행>은 부럽기도 했지만 나를 참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아이의 입학선물로 엄마와의 80일간 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20여년간 몸담아온 직장이 있었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남편도 있는데 이런 결정을 한 저자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이런 아내를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남편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국, 터키, 이집트, 그리스, 독일을 돌아오는 80일간의 유럽여행. 상상만으로는 너무 행복한 여행이겠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남편도 없는 일곱살 아이와의 여행은 많은 인내가 따르는 힘든 여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워낙에 남편에게 의존하는 여행을 하고 살다보니 저는 꿈도 못 꿀 그런 여행입니다.

 

 

 

남편은 내게 이 여행을 허락하면서 단 한 가지를 부탁했는데, 그건 바로 손양의 안전이었다. 그런데 손양은 여행 중에 툭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곤 했다. 워낙 호기심이 왕성한데다 시간이 갈수록 여행에 대한 자신감마저 커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혼자서 현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엄마 없이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니까. (101쪽)

 

 

 

이 책을 읽으며 난 정말 아이를 믿지 못하는 엄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학원에서 가는 캠프에도 잘 보내지 않는 그런 엄마입니다. 꼭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는 여행이어야만 한다는 어리석은 지론을 갖고 있었지요. 하지만 여행은 많이 다녔다는걸 위안으로 삼아 봅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상상하는것 이상으로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며 그저 어린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할 뿐이라는 겁니다. 가끔 아이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놀라보신적 있으시잖아요. 저는 지금 아이의 생각이 자라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놓지않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아이의 시선은 놀랍도록 넓고 깊고, 때론 개미 키만큼 낮아지기도 합니다. 카메라로 친다면 최대 화각을 지닌 광각렌즈와 고급 망원렌즈에 매크로렌즈까지 합쳐진, 그야말로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슈퍼렌즈 같아요. 게다가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오지랖은 하마터면 놓치고 갈 작은 풍경까지도 속속들이 챙겨주기에 세상에 둘도 없는 슈퍼 가이드와 같지요. 그러니 알 것 다 아는 어른들의 화각에는 절대 들어오지 못할 피사체들이 아이의 시선이란 렌즈를 통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제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워진 것입니다. (에필로그중)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여행기는 이미 잘 알려진 오소희 작가님이 있는데요, 항상 정말 멋진 엄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멋진 엄마가 한분 더 계시네요. 2009년엔 저자와 손양이 제주 올레코스를 완주했다고 하는데, 손양이 최연소 완주자라고 합니다. 저도 딸아이와 제주 올레코스를 한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 결론이 몇일이 걸릴지 몇개월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덕분에 오랜만에 반성이라는 걸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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