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4만원
옥상달빛 지음, 조원희 그림 / 그린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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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의 배송을 기다리며 옥상달빛의 노래 <염소 4만 원>을 들었다.

경쾌하게 '함께 하자'고 내 어깨를 툭 치는 뮤지션의 마음이 와 닿는다.

이미 노랫말(글)이 나온 이야기를 조원희 그림작가가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다.


속표지를 여니, 첫 장부터 눈에 띈다.

"너희들은 염소가 얼만지 아니"

축구하던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같이 돌아보는 이 장면이 참 좋다.


한달에 옷 한 벌 안 사면 염소 한 마리


온 가족이 다 함께 이번 겨울에는 옷을 좀 덜 사고 아프리카에 염소 한 마리를 보내야 겠다.


책 속에 같이 들어온 독후활동지도 참 좋았다. 특히 1번 활동, 유엔에서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7개의 목표를 정하고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처음 봤는데 앞으로 수업에서 활용해서 써보고 싶다. 그리고 독후활동지에 <아프리카 염소 보내기 캠페인 알아보기> QR코드가 있는데, 이 책의 2쇄를 인쇄할 때는 이 코드가 그림책에 수록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책 제목 <염소 4만원>

띄어쓰기 맞춤법에 따르면 '4만 원'이 맞다. 옥상달빛 원곡 제목도 '4만원'으로 표기되어 있다. 편집자분들도 고민하셨겠지만, 그래도 어린이 책이니 맞춤법 표기대로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또 하나는, 피부색이다. 다인종을 그린 그림책을 보면 피부색에 눈이 간다. 하얀색VS검은색의 구도가 불편하다. 우리집 꼬마 아이만 해도 여름을 바깥에서 살다시피 해서 남부럽지 않게 까맣게 탔다.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염소를 보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사람들 사람들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봐 주었으면 하고 부탁드린다.은 다 하얀 피부다. 그림책답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게 일관적으로 하얀색 피부를 그리는 것은 그림책에서 지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에도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살고, 피부색이 다양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함께'의 가치를 노래하는 책에서 소외되는 다른 사람들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봐 주었으면 하고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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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의 페미니즘 다이어리
김고연주 지음, 김다정 그림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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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아이들 책 제목에 '페미니즘'을 달고 나온 작가와 출판사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과감한 시도 덕분에 궁금해서라도 이 책에 손이 갈 수밖에 없겠다. 특히 핑크와 공주 이야기를 좋아하고 옷에 관심 많은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런 책은 대환영이다.

서연이라는 이름보다 '여자애가'로 더 많이 불리는 주인공 아이를 보다보면, 문제의식과 궁금증이 절로 일어난다. 책 내용은 쉬우면서도 그 내용은 진중하다.

"널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커서 누구랑 결혼할래?"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들었던 상황들에 대해 질문을 품게 된다.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하기"라고 끝나는 문체가 다소 불편했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인데 "~하기"로 끝나니 그 행동을 조장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담담하게 '머리 꽁꽁 묶어주기'보다 '머리 꽁꽁 묶어준다'라고 하는 게 읽는 입장에서는 더 편하고 화자의 마음으로 집중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서연이 캐릭터에 입혀진 '다홍색'이다. 제목도 다홍색이고 말이다.

그림 작가님께서 색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거다. 그런데 보편적으로 남성은 파랑, 여성은 빨강이라는 프레임이 강하다. 화장실 표시만 봐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서연이에게 다홍색 옷을 입히니, '페미니즘, 평등'의 느낌에서 거리가 멀어진다.

아이와 같이 읽기 참 좋은 책이었기에, 이 두 가지 아쉬움을 전해 본다.

개인적으로 남자아이 버전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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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의 아이들 북멘토 가치동화 39
정혜원 지음, 원유미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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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다룬 역사동화책은 여러 번 접했지만,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 동화책은 처음 읽는다.

이름부터가 낯설다. 을불, 검손, 이랑... 하지만 낯선 느낌도 잠시,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고구려의 이랑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행동하는 역동적인 인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특히 그 변화가 사건 중심으로 서술되는 역사 그 이면에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나타난 변화라는 점에서 멋졌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살다가 한 자리에서 만난 삼국의 아이들.

태어나고 나니 그저 삼국 중 한 나라의 백성이었을 뿐인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와 애국심보다 더 높은 우정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자기 삶을 살아낸다.


환경과 운명을 탓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며 새로운 선택을 하는 이 아이들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성장 이야기를 삼국시대 역사와 버무려 동화로 펴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다 읽고 덮어보니, 출판사가 눈에 들어온다. 북멘토다. 작년에 북멘토에서 출간된 '불귀신 잡는 날' 역사동화도 재미있게 읽고 우리반 아이들과 돌려 읽었었다.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다가갈 수 있도록 좋은 책을 꾸준히 펴내주는 출판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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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 빨간콩 그림책 4
가이아 구아스티 지음, 클레망스 페니코 그림, 여기-시 옮김 / 빨간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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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시를 쓰는 한 시인의 강연에서 이 말이 가장 와닿았다.

세상에는 나를 도와주는 수 천 개의 손길이 있다고.

꼭 엄마, 아빠가 아니더라도.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나를 도와주는 수 천 개의 손길이 모여 지금의 내가 이 곳에 우뚝 서 있게 해주는 거라고 말이다.


그림책 속 안나에게도 힘든 일이 하나 있다.

음식을 잘 먹지 않는 것이다.

뭐, 아주 조금씩은 맛보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안나를 위해 오빠 조가 나선다. 이웃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영양이 풍부한 케이크를 만들 재료를 찾고 있다며, 케이크 만들 재료를 구한다.


그리고 완성된 일명 가장 맛있는 케이크의 결과물은? 후훗.

그 모양과 맛과 이후의 이야기는 다른 독자를 위해 아끼도록 한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듯이, 안나는 오빠가 만든 케이크를 아주 맛있게 만든다.

자신이 거부했던 음식 속에 수 천 개의 보이지 않는 나를 도와주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거나 쉽게 먹고, 쉽게 남기고, 쉽게 버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남긴 김치가 할머니가 아픈 무릎을 문질러가며 해주신 김치인 것을 안다면,

배부르다고 남긴 돼지고기가 어떤 과정으로 길러졌고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생각한다면,

송아지를 낳은 젖소가 어떤 마음으로 우리에게 우유를 내주었을지 상상해 본다면....


우리 앞에 있는 음식을 한 끼 먹부림으로 10분안에 해치워야 할 미션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과 고마움이 깃든 선물로 대할 수 있으리라.


간단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깃든 나눔과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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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모두의 예술가 1
루시 브라운리지 지음, 에디트 카롱 그림, 최혜진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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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빛의 벙커 '반 고흐 전시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었다. 전부터 반 고흐를 좋아했던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반 고흐 관련 굿즈를 듬뿍 살 수 있었다. 생생했던 전시회의 기억은 나날이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한 번 전시회를 보고 온 아이들은 원래부터 집에 있었던 반고흐 그림들과 전시회에서 사온 이런 저런 굿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잘 쓰는 머그컵, 마우스패드, 장바구니까지... 오호라, 드디어 화가 한 명의 이름은 확실히 알고 가겠구나! 엄마는 잠깐 솟아오른 아이들의 반 고흐에 대한 학구열이 꺼질세라, 온갖 도서관을 떠돌며 반 고흐에 대한 어린이책을 빌려다가 읽어주었다. 


단행본이나 예술 전집 속에서 반 고흐 이야기책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내가 빌렸던 책 중 대부분이 그림에 대한 설명 나열이거나 어린이 눈높이에 맞지 않는 내용이었다. 게중 딱 한 권만 반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을 적절히 버무려 아이들 눈높이에서 쉽게 스토리텔링으로 다가간 느낌이었고, 아이들 역시 그 책만 여러번 읽었다.



그러다가 책읽는 곰 출판사에서 나온 <모두의 예술가 1. 빈센트 반 고흐>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오일 파스텔 느낌이 나는 재료로 쓱쓱 그린 그림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색연필 그림으로 느껴질 것이다. 유채 물감을 썼던 반 고흐의 작품과 결이 비슷한 재료로 삽화가 그려져 명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확 낮추어 준다. 책 내용 또한 단순히 반 고흐의 작품과 삶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게다가 페이지를 걷을 때마다 실제로 반 고흐가 그렸던 그림이 내용과 어우려져 화가를 다룬 그림책의 장점을 참 잘 살렸다. 페이지 구성 또한 어색하지 않고, 외국책이지만 읽어주기 쉽게 잘 번역되었다.



간만에 예술가를 다룬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만나서 참 기쁘다. 이쯤되면 모두의 예술가 시리즈가 궁금해져서 검색해 보니, 앞으로도 다른 화가들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올 예정인가보다. 기대가 된다.



다만, 2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책의 도입부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어요.

빈센트의 동생 테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활달한 성격이었지요.'

너무 급작스러운 전개이다. 원본책에서 이렇게 쓰여져 있더라도, 도입은 어린이 독자를 위해 조금은 더 설명을 넣었으면 한다.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러운 전개인데, 첫 페이지는 읽어줄 때마다 자꾸 걸려서 아이들에게 자꾸 부연설명을 하게 만든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페이지에 삽입된 반 고흐 그림 아래 작품 제목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맨 뒷장에 간단한 작품 설명이 나와 있지만, 궁금할 때마다 펼쳐보기는 참 번거롭다. (어른들이나 들춰보지, 아이들은 궁금해도 그냥 지나가기 마련이다.) 다음 인쇄본에서는 제목과 연도 정도는 작게 주석으로 달면 좋겠다.


이 두 가지가 보완된다면 더욱 재미있게 모두의 예술가 시리즈를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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