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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 ㅣ 빨간콩 그림책 4
가이아 구아스티 지음, 클레망스 페니코 그림, 여기-시 옮김 / 빨간콩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시를 쓰는 한 시인의 강연에서 이 말이 가장 와닿았다.
세상에는 나를 도와주는 수 천 개의 손길이 있다고.
꼭 엄마, 아빠가 아니더라도.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나를 도와주는 수 천 개의 손길이 모여 지금의 내가 이 곳에 우뚝 서 있게 해주는 거라고 말이다.
그림책 속 안나에게도 힘든 일이 하나 있다.
음식을 잘 먹지 않는 것이다.
뭐, 아주 조금씩은 맛보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안나를 위해 오빠 조가 나선다. 이웃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영양이 풍부한 케이크를 만들 재료를 찾고 있다며, 케이크 만들 재료를 구한다.
그리고 완성된 일명 가장 맛있는 케이크의 결과물은? 후훗.
그 모양과 맛과 이후의 이야기는 다른 독자를 위해 아끼도록 한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듯이, 안나는 오빠가 만든 케이크를 아주 맛있게 만든다.
자신이 거부했던 음식 속에 수 천 개의 보이지 않는 나를 도와주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거나 쉽게 먹고, 쉽게 남기고, 쉽게 버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남긴 김치가 할머니가 아픈 무릎을 문질러가며 해주신 김치인 것을 안다면,
배부르다고 남긴 돼지고기가 어떤 과정으로 길러졌고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생각한다면,
송아지를 낳은 젖소가 어떤 마음으로 우리에게 우유를 내주었을지 상상해 본다면....
우리 앞에 있는 음식을 한 끼 먹부림으로 10분안에 해치워야 할 미션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과 고마움이 깃든 선물로 대할 수 있으리라.
간단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 깃든 나눔과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