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의 모든 것
김희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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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괴담. 우리는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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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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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속에 가려진 미스터리를 쫓는다. 저멕키스 감독의 ‘왓 라이즈 비니스‘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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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 숲
권여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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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 '오수정'에서 같은 장면을 두 사람이 회상할 때 미묘하게 다르게 기억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억은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진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예전부터 권여선 소설과 홍상수 영화는 닮은 점이 무척 많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홍상수 영화를 볼 때 느꼈던 유머와 쾌감, 감탄 같은 것을 여러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비교하고자 홍상수라는 이름을 언급했지만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에는 어디까지나 '권여선식' 촌철살인과 그녀만의 도도한 세계관이 흐른다. 영화계에 홍상수가 있다면 문학계에는 권여선이 있는 것이다.

'분홍 리본의 시절'과 '내 정원의 붉은 열매'를 거쳐 '비자나무 숲'에 이르러 권여선의 소설은 더욱 인간의 중심으로 파고든다. 인간 중심이란 곧 기억이 아닌가. 한 인간은 그 인간이 지닌 기억의 총합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이 기억하는 범위까지가 그 인간의 세계인 것이다. 이번 소설집은 바로 그 인간들의 세계에 대한 관찰이자 탐구다.

모두들 기억을 지니고 있고,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 생각한다.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고 신뢰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허물어진다면 실존이 흔들릴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기억에 따라 세계를 재단할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수가 수천, 수만, 수억에 이르는 것이다. 이들에게 기억의 공유란 힘들다. 같은 장면에 대한 기억이라도 전혀 다르게 각인되어 있을 수 있으니. 각자의 기억을 소환해서 비교, 토론이라도 해야할 지경에 이르면 혼란과 혼돈, 곧 관계와 세계의 전복이 초래되는 것이다.

'은반지'라는 단편이 이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은 남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고, 심지어 주변 인물에게 굉장한 친절과 배려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인물은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늙은 여인은 이런 기억의 충돌에서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한 충격과 혼란을 겪는다.

'진짜 진짜 좋아해'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스물 두살 젊은 시절을 추억하다가 별안간 토막나 사라졌던 한 때의 기억을 복원하게 된다. 기억은 역시나 자신의 주관대로 복원되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자신의 기억속에 존재한 대상들의 기억과 충돌을 일으킨다. 그 순간 인간은 길을 잃게 된다. 어디로 왔는지 모르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과거가 무너지면 곧 현재의 나도 무너지는 것이다. 현재의 내가 무너지면 미래의 나도 그릴 수 없다. 스스로에게 신뢰를 보낼 수 없고, 세계와 관계맺고 사는 일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타자와의 기억의 충돌이란 이렇듯 끔찍하고 난감하고 막막한 경험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충돌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만 의식할 수도 있고, 상대만 의식하고 있을 수도 있고, 동시에 의식하는 수도 있다. 상대는 이미 의식했는데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먼 훗날 어떤 사소한 계기로 불현듯 의식하게 되는 수도 있다. 그러면 더욱 끔찍해지는 것이다.

표제작인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 숲'이 가장 좋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누군가에겐 애인이었고, 누군가에겐 형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아들이었던 한 남자에 대한 세 사람의 기억의 공유가 그려진다. 그들은 자신만이 알고 있었던 기억들을 술회하며 지금은 없는 한 남자의 존재를 복원시키고, 함께 그를 추억한다. 기억의 조각맞춤. 그 과정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반성하고, 이를 지켜보는 독자는 인간과 기억에 대한 뜻깊은 성찰을 경험한다.

수록작 대부분이 무척 재미있게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뭔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자기혐오와 비애에 가깝다. 권여선은 인간 세상의 불편한 진실들을 곧잘 들추는 작가다. '팔도기획'이나 '꽃잎 속 응달' 같은 작품에서 그 특기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더럽고 치사하고 비굴한 인간의 모습, 인간의 기억에 대한 냉정한 해부. 후후후 웃다가 어느 순간 독자는 무기력하게 가시덩굴 사이에 박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곱게 화장하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겉모습만 보고 싶어 할 뿐이다. 거기에 진실 따위는 한 방울도 묻어있지 않다 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이 싸질러놓은 변은 누구도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이 치워지지도 않은 채 버젓이 썩고 있는데도 자꾸 외면하려고만 든다.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심코 모퉁이를 돌면 이미 썩을대로 썩어 문드러진 나의 진실, 세계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진실의 기습적인 공격은 간담을 서늘케 하며 잊었던 익숙한 공포와 자기혐오와 비애를 불러일으킨다. 그럴 때 우리가 곧잘 취하는 행동은 서둘러 진실을 다시 덮어버리는 것이다. 모퉁이를 돌아나와 다시 얼굴에 분칠을 하고, 환한 햇살 속으로 활보하려 애쓴다.

권여선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 세계 어딘가에서 뭔가가 거대하게 썩고 있고,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부패는 빠른 속도로 계속 진행중일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확실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은 이미 인간 개개인이 손 쓸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것라는 확신 같은 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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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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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하는 특수청소에 대한 묘사와 죽음을 통해 한 인간의 생을 되짚어가는 과정이 세심하고 흥미로웠다. 단서와 복선을 이용해 죽음 이면에 숨은 사건을 풀어가는 솜씨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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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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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사회상과 탄탄한 미스터리 구조가 맞물려 시종 긴장감과 재미를 잃지 않는다. 유력한 용의자 네 명을 두고 한 명씩 범인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제거해가는 마지막 추리는 단연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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