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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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서스펜스 같은 것은 없었다. 건조한 감정들, 단절된 소통과 무너진 일상만 엿보일 뿐. ‘플리즈 콜 미‘ 하나만 괜찮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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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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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을 위한 여정들...





'침묵', '바다와 독약'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엔도 슈사쿠의 작품이었다.

제각각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인도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그려진다. 작가 특유의 침착하고 깊이 있는 문장으로 삶과 죽음, 신앙과 철학, 구원의 문제들을 두루 통찰한다.


주인공들이 안고 있는 가슴속의 사연과 상처들이 참으로 애처롭고, 또 애틋했다.

병든 아내가 죽기 직전 다시 태어날 테니 꼭 자신을 찾아와 달라는 말을 남기자 그녀의 바람대로 아내의 환생을 찾아 떠나는 남편이 있는가 하면, 대학 시절 가톨릭에 심취한 순진한 청년을 장난삼아 유혹해 신을 배반케 하고 조롱했던 여자가 훗날 수도사가 된 청년을 다시 만나러 떠나기도 하고, 심한 병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자신을 위로해주던 구관조 한 마리를 잊지 못하는 동화 작가도 있다.


하나같이 기구하고, 슬픈 사연들이다. 특히 구관조와 동화 작가의 사연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병들고 아파서 신음할 때마다 침대 옆에서 그저 '' '' '' 하고 소리 내던 구관조. 웃음인지, 꾸짖음인지 모를 그 소리 때문에 위안과 힘을 얻고 남자는 마침내 병을 이겨내지만, 구관조는 죽고 만다. 구관조가 자신을 대신해서 죽었다고 생각한 남자는 새와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를 쓰기 시작하고 훗날 죽은 새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인도로 향한다.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는 모든 이들이 결국 '구원'을 얻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자 세상은 인간의 의지만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사를 관장하는 절대자가 있다면 그 또한 인간의 의지를 함부로 저버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작가의 유작인 만큼 유난히 죽음에 대한 깊은 응시가 엿보였고, 반성과 화해, 해탈과 구원의 의지도 느껴졌다.

작가의 문학관이 총 집대성된 작품이라 할만했다. 극 중 인물들처럼 먼 여행을 떠날 때 가져가고 싶은 한 권의 책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관에 '침묵''깊은 강'을 함께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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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김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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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재미있게 잘 읽혔다는 게 가장 큰 미덕이었다재미있었다그리고짙고 긴 여운을 남겼다. '골든에이지'는 실로 오랜만에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국내 작가의 소설집이었다비견될만한 작품집을 찾자면 박성원의 '우리는 달려간다', 김재영의 '코끼리',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박민규의 '카스테라', 윤성희의 '거기 당신?' 정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젊은 작가의 소설집을 읽고 수록작 전부를 온전히 좋아해 보긴 실로 오랜만인 것 같다.


잊힌 존재혹은 보잘 것 없고 연약한 존재그런 세상을 작가는 예리한 통찰력과 애틋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섬세하고 세심한 문장으로 그려간다.

조선 최초로 축구공을 만들었던 사람명상 음악을 만들러 한국으로 온 세계적인 힙합 스타한림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의 정체버뮤다 삼각지대를 통해 한국 해상으로 입성한 외국인 난파선원지구 공동설을 믿고 땅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그리고 돌아가고 싶은 자신만의 골든에이지를 찾아 육신을 버리는 사람의 이야기...

작가는 우리 삶과 밀접하나 등지고 외면당하기 쉬운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들을 인문학적 사유와 상상력으로 멋지게 포장해 한 권 소설집에 소담스럽게 담아냈다독자는 그저 한 편한 편이야기의 포장을 벗기고 그 맛을 즐겁게 음미하면 된다처음에는 독특하고 오묘하게 느껴지던 맛이 사실은 내 안에 아련하게 녹아있는 그립고정답고익숙한 맛이었음을 알게 된다삶의 이면 속에 감춰졌던 진실들이라지만 그 진실은 사실 삶의 이쪽에서도 능히 짐작하고 볼 수 있었던 것들이다보려고 하고,느끼려고 노력만 했었다면.


소설집의 경우 앞에 수록된 한두 편이 좋으면 오히려 불안해지곤 한다좋은 작품을 앞에 몰아넣은 게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다.앞은 좋았으나 뒤로 갈수록실망스러운경험을 그동안 꽤 많이 했었다. '골든에이지'는 책장이 넘어갈수록 그런 불안감과 실망을 날려버리고 있었다마지막까지 훌륭했다오히려 맨 마지막에 수록된 표제작 '골든에이지'가 이 작품집의 백미였다어쩌면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앞선 작품들을 연습용으로 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작품집을 대표할 만한 수작이었다. '골든에이지'에 이르러서 작가는 오랜 시간말할수 없었던 이야기를 드디어 끄집어내고뛰어난 상상력과 가슴 시린 서사로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세상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세상에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면들이 많다사람도 마찬가지고 삶도 마찬가지다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무심코 스쳐 지나가 버리는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고,다시 한번 돌아보면 선명히 드러나는작지만 분명한 어떤 진실어떤 사실어떤 이야기어떤 목소리가 있다그런 것들을 놓치고 살아간다면 우리 삶은 조금씩 건조하고황폐해져 삭막한 사막처럼 변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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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독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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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과 복잡한 감정을 그리며, 감정의 충돌이 때론 엉뚱한 사건을 야기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미스터리는 나쁘지 않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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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을 땐 고양이
마스다 미리 지음, 히라사와 잇페이 그림,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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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컷 만화가 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의 최대치가 담겨 있다. 종종 두 컷이라는 제한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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