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관의 비밀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1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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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 째로 읽은 엘러리 퀸의 장편 추리소설이었다.
그동안 네 권의 비극 시리즈를 비롯하여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로마 모자의 비밀, 중국 오렌지의 비밀, 악의 기원, 재앙의 거리까지 엘러리 퀸의 소설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엘러리 퀸은 에가사 크리스티와 함께 고전 추리소설작가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한 미술품 중계상이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장례식이 진행된다.
그런데 장례식이 끝나자 고인의 유언장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처음에는 그저 유언장만 찾으면 끝이나는 작은 소동에 불과한 줄 알았다. 그러나 유언장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은 도난에서 살인으로 급전환 된다.
마침내 명탐정 엘러리 퀸이 아버지 퀸 경감과 함께 등장하고 그의 명석한 두되가 가동되기 시작한다.
퀸은 사건의 중심에는 100만 달러짜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가 있으며, 그것을 둘러싸고 배신과 음모, 살인과 협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러나 퀸의 논리적 사고가 빛을 발하여 범인의 윤곽이 거의 잡히려는 시점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터지며, 지금까지의 추리는 완전히 백지화되고 만다. 퀸은 절망에 빠지지만 다시 도전한다.

사라진 유언장, 관 뚜껑 위의 시체, 1000달러 지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연쇄 살인, 각기 다른 타이프로 친 두 개의 협박장...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연관을 갖고 하나로 이어질까...
과연 퀸은 어떻게 범인을 추적하고,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될까...

소설의 서두에도 언급이 되듯 이번 사건은 엘러리 퀸이 지금껏 맡았던 사건 가운데서 가장 힘겨운 사건이다. 퀸의 추리는 몇 번이나 빗나가며 범인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오히려 퀸이 범인을 조종하며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하게 만든다. 진범이 밝혀지는 라스트는 여느 엘러리 퀸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압권이다.

퀸은 항상 독자에게 모든 단서를 다 제공한다. 즉 탐정이 알고 있는 것은 독자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놓고 독자와 정정당당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승자는 늘 엘러리 퀸이다. 나는 한번도 퀸을 앞질러서 범인을 맞추거나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늘 패자가 되어도 기분이 좋다. 나 정도의 독자가 예상하고 추리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라면 그것은 결코 대단하고 멋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퀸은 소설 속에서 '작은 단서 하나라도 확실하게 설명되지 않거나, 모든 것에 대해 완결무구하게 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사건을 설명하지 않겠다.' 라는 말을 한다. 탐정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엘러리 퀸의 강한 의지와 자신감이 함께 느껴지는 대사다.

 * 이 소설에는 특히 매혹적인 여자가 한 명 등장한다. 처음에는 사건의 주변부를 떠도는 듯 싶다가 어느 순간 사건의 중심부에 서 있음을 알게되는 여자인데 퀸이 창조한 여성 캐릭터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내가 언급하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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