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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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매력은 촌철살인에 있는 것 같다. 아주 짧은 단편속에 담긴 메시지는 장편이 주는

울림에 못지 않은 강한 메시지가 있다.

전작 '신문물 검역소'에서 보여준 재치발랄한 이야기는 작가가 가진 재능의 일부분에 불과했던가.  9편에 담긴 묵직한 울림들은 작가의 깊은 시선을 담고 있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속에는 인간의 편견과 거짓이 부른 참극이 담겨있다.

단지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동네의 소소한 사건까지도 피의자로 의심받아야 했던 한 남자가

오랜시간 핍박과 천대를 견디면서 마지막에 한방 날리는 페이소스가 너무도 강렬하다.

개를 잡는 첫장면에 이미 굳어버린 독자들은 남자를 평생 우롱했던 젊은이가 남자가 기른

개에게 물리는 순간 통쾌함보다는 으스스한 소름을 느낄 것이다.

인간들은 때로 동정을 가장한 허세로 비수같은 폭력을 날린다. 혹시 그 상대는 그 폭력을 곱씹으며 주인공인 남자처럼 언젠가 목덜미를 물어뜯을 개를 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택의 여지없이 세상에 태어난 눈이 셋 달린 소녀의 이야기는 얼핏 일본의 으스스한 괴기소설을 닮았다.

책임없이 내질러진 죄없는 삶이었고 눈물이 보석이 되는 능력때문에 욕망에 찌든 인간들에게 휘둘렸던 소녀는 자신의 눈을 찌름으로써 고통을 끝내려고 한다. 하지만 왠지 눈물보석을 내놓지 못할 소녀의 운명이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 마음이 어두워진다.


여자가 되고 싶어 빚을 내면서까지 삶을 이어가려던 여자, 아니 남자는 죽음에 이르는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끝내 닿고 싶었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까지 저당잡혀야 할만큼 성의 트렌스가 절실했던가.  실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절실함이 이 소설에 담긴 것 같아 가슴이 저려온다.


신과의 알까기 한판으로 인생역전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상하고 아름다운'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나의 인생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인생까지도 달라진다는 정의에 잠깐 지나온 내 선택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린시절 잠깐의 분노로 친구가 죽음에 이르렀고 이후 보잘 것 없는 삶을 살아온 남자가 과거로 돌아가 친구를 다시 살려내고 그로 인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도 달라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오래전 이휘재의 '인생극장'을 보는 것 같다. 그 때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우리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실패한 인생조차도 사실 과거 어느 지점에 성공을 향한 불씨가 숨어있었음을 알게된다면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혹시 내가 놓쳤던 선택중에 탈피되지 못한 인생들은 없었는지 묵직해진다.


어느 한 작품도 가벼운 것이 없다. 참 다재다능한 작가란 생각이 든다.

자못 글을 쓴다는 작가라면 범인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깊숙한 어둠까지 투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함은 이 단편들을 통해 각인되었다. 그래서 작가들은 삶의 무게가 남다르지 않을까. 그것도 신이 주신 소명이니 글로 풀어낼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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