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쌈싸름한 쇼콜라의 맛이 이렇지 않을까. 이미 내게는 다시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달콤한 사랑을 흠뻑 해본 느낌이다. 아주 오래전 내게도 찾아온 적이 있었을법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사랑에 푹 빠져 행복한 시간이었다.

스물 일곱의 이자벨라는 함부르크의 한 꽃집에서 일하는 플로리스트이다. 생후 6개월만에 아버지를 잃고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이자벨라는 일하는 엄마때문에 외로운 시간을 견디며 성장했다.
하지만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온터라 그동안 익힌 습관대로의 삶을 선호하고 예외는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성향이 있다.
그녀에게 4년 동안이나 누들스프를 만들어주던 베트남 식당이 폐업하자 낙담한 이자벨라는 꽃집 주인인
브리기테의 조언대로 새로 생긴 건너편 레스토랑 틸스로 향한다. 틸스의 사장 옌스는 서른 살의 돌싱으로
음식솜씨가 좋은 편이었지만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자벨라의 주문을 받아내기 힘들어한다.
안먹는거 투성이의 이자벨라의 식성을 맞추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옌스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라며 이자벨라의 새로운 식성을
찾아준다. 그렇게 시작된 옌스와의 인연은 그의 이복여동생인 열 여섯의 메들레와 새로운 친구가 되고 셋은 곧 절친이 되기에 이른다.
이자벨라는 그동안 볓 번의 연애를 하고 실연도 했지만 심장이 쿵하는 그런 사랑은 만나지 못했다.
꽃집이 문을 닫을 정도로 경영위기에 처하자 급하게 불러드린 채권전문 변호사 알렉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서른 다섯의 멋진 변호사 알렉스에게 마음을 뺏긴 이자벨라는 그와의 만남을 기다리게 되고 옌스에게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다. 옌스는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축하해준다.
정말 옌스는 이자벨라의 사랑에 질투가 생기지 않는건가?
옌스와 메들레, 이자벨라와 브리기테는 더위가 심해지자 북해의 별장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고 메들레의
이상한 계략에 휘말려 옌스와 메들레 둘만 남게 된다.
그동안 너무 덤덤하기만 했던 두 사람에게 기묘한 감정들이 흐르게 되고 읽는 내게도 간지러운 기다림같은 것이 느껴진다. 아 정말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될까?
성숙한 남자 여자가 과연 사람친구만으로 교류한다는게 가능한지 궁금해진다.
같은 침대에 누워 밤을 보내도 잠시 흔들리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는 쿨함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첫눈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은 만남의 주인공 알렉스가 이자의 인연일까.
아니면 거의 가족같이 친밀해지고 편안해진 옌스가 진짜 인연일까.
아마 나라면 알레스같은 가슴 떨리는 상대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지만 운명은 어디에 길을 마련해두었을지 궁금하다.
옌스가 만드는 달콤한 디저트처럼 읽는 내내 웃음이 절로 나오고 누구와 진정한 인연이 될런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제든 이런 연얘소설은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내가 다시 이자벨라의 나이가 된다면 꼭 이런 설레임 가득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지금 달콤한 사랑이 필요하신 분, 혹은 브리기테처럼 결혼생활이나 연애가 늘어져버린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적어도 읽는 동안만이라도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때문에 행복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