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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엄마와 산책을 나갔던 꼬마소년은 투정을 부리다가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아직은 파란 신호등이지만 곧 빨간신호등으로 바뀔 것을 염려한 꼬마의 엄마는 아이를 막으려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즉사하고 만다. 길을
건너던 사람들은 꼬마의 눈을 가리고 현장을 보여주지 않으려한다.
그 꼬마소년은 노암이었다. 노암은 그후 아동심리학자에게 심리치료를 받고 열 여섯살이 되는 해에 치료가 끝나게 된다.
엄마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했던 노암은 현실과 과거의 상처를 오가며 가까스로 삶을 연명한다.
다행히 성적은 상위권이었고 대학에도 진학하는 등 노력을 하지만 자신의 영혼은 오래전 죽은 것같은 상실감에 시달린다.
사랑하던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상실감에 알콜중독자가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노암과 그의 누나 엘리자에게 맡기고 폐인이 된다. 한 가정의
행복이 노암으로 인해 파괴되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던 노암은 독특한 취향을 지닌 쥘리아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귀었지만 그녀는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떠나고 혼자 남게 된다.
노암은 회사의 중견간부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쥘리아를 떠나 보낸 이후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마흔이 되도록 스쳐가는
여자들과의 가벼운 만남만을 가진 채 사랑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못한 삶을 살게된다.
아마 엄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자신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딸아이 하나를 낳고 이혼을 한 누나 엘리자를 방문했던 노암은 세 살짜리 조카 안나에게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세 살짜리 꼬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어휘와 목소리로 그에게 한 말은
"넌 다섯 사람과 함께 같은 날 심장으로 죽을 것이다."이었다. 순간 심장이 멈출 것같은 충격을 받은 노암은 오래전 자신을 치료했던
아동심리학박사 로랑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이제 은퇴를 하고 진료를 하지는 않지만 노암에게 리네트를 소개해준다.
그녀는 사실 정통적인 심리학자는 아니었다. 정신에 결부된 영혼과 몸의 관계에 결부된 모든 지식들에 대해 열려있는 통합적인 접근법으로 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리네트는 노암의 조카 안나의 예언은 어떤 막강한 존재가 순수한 영혼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이스라엘에 있는 예언소녀 사라를 만나보라고 권하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종교도 없었던 노암은 리네트의 조언에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알수 없는 이끌림으로 이스라엘로 향한다.
자폐아였던 사라는 노암에게 안나와 같은 예언을 들려주고 다섯 사람의 이름을 차례로 알려주기 시작한다.
노암은 사라가 알려준 다섯 사람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이스라엘에서 한 달전 태어난 갓난 아기와 이탈리아의 존경받는 철학박사, 그리고 헝가리의 행복한 부부등을 만나면서 도무지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여정을 끝내려고 한다.
하지만 사라가 보낸 네 번째 동반자의 이름을 본 순간 노암은 미친듯이 암스테르담으로 달려간다.
바로 그가 평생 단 한번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던 쥘리아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지식은 하나의 덫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사물들에 이름을 부여합니다. 그것을 분석하고 분류하며 이로써 그것들을 통제한다고
믿습니다....우리는 영원과 무한에 비해 우리의 삶이 너무도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 합니다.'-본문중에서-
거리에서 만난 수도자의 입으로 전한 인생의 메시지는 사는 내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노암의 영혼을 흔들었다.
뭔가 더 위대한 존재들을 확인하고 자신의 죽음이 과연 언제 도래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지닌 채 사라가 전한 죽음의 동반자들을 만나는 동안
노암은 인생의 의미와 결혼, 사랑의 위대함들을 느끼게 된다.
'어떤 신비주의적 이론에 따르면 하나의 동일한 영혼이 여러 개의 몸에서 살 수 있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상처로 평생 고통받았던 노암은 쥘리아를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을 사라에게 보낸
리네트의 조언에 과거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있음을 알게된다.
사실 누구나 크고 적든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된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꼬마소년의 아픔은
너무나 아프고 안스럽다. 스스로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으로 속죄를 대신하는 것같은 안타까운 모습에 제발 과거로
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노암을 어린시절부터 지켜보던 시선이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었을까. 그래도 오래전 옛사랑과 재회하여 남은 시간을 행복으로 채워넣었을 것같아 다행스럽다.
예언을 따라 노암과 함께 한 여정도 신비스러웠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의 스토리 배치도 훌륭하다.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삶을 살았던 노암의 아픈 시간들을 어루만져주는 작가의 따뜻한 손길에 위로가 된다.
역시 '밝은 세상'의 책은 늘 행복감을 준다. 실망하지 않을 책을 선택하려면 '밝은 세상'의 책을 집어들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