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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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 누구에게는 너무 길고 누구에게는 너무 짧게 느껴지는 것은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어제도 주어졌으니 오늘도 당연하고 아마 내일도 틀림없이 주어질 것이란 막연한 믿음 때문에 우리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잘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언젠가 TV에서 '사랑'이란 주제로 다큐가 방송된 적이 있었다. 싱글맘으로 붕어빵을 팔면서 두 아이를 열심히 키우던 엄마는 말기암 환자였다.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던 붕어빵엄마는 결국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녀에게 오늘 이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을까.

오늘이 바로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확 와 닿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분명 더 나이들어 있을테니 말이다.



100세시대라니 여든이란 나이는 계절로 치면 가을의 끝무렵일테지만 분명 적은 나이는 아니다.

오랫동안 정신과의사로 환자를 돌보던 작가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더니 이렇게 또 기막힌 제목의 책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적어도 인생의 희노애락과 오욕칠정의 이치를 알만한 나이인지라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밖에 없다.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바로 딱 이분에게 해당되는 말이지싶다.

잊힐만한 나이라고 생각했던 76세의 나이에 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하다니 그의 열정은 나를 넘어서 이십대의 젊은이 못지 않았다.



우리나라 격변의 역사를 몸소 체험하며 살아온 그가 전하는 메세지는 고루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가 '이렇게 살아라'라고 다그치면 은근히 꼬라지가 나는 못된 근성이 숨어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역시 자기 인생을 잘 살았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누군들 흠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얄팍한 기만때문에 그 흔한 자기계발서들을 잘 읽지 않는다.

하지만 질곡을 겪어온 할아버지의 조근조근한 가르침마저 내칠 만큼 모자란 사람은 아닌지라 전쟁같은 인생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내가 만나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세상입니다....그리고 나 또한 상대방의 세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기적이기만 한 나에게 이 말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나는 늘 상대방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길 바라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나 역시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구나..

문장은 부드럽지만 따끔한 매같은 가르침이 들어있다.



세상 온갖 성서와 종교의 가르침에는 용서에 대한 수 많은 말들이 전해진다. 그만큼 용서한다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용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용서의 대상은 상대뿐 아니라 나를 향하기도 합니다. 용서는 하되 용서한 일은 잊지 말아야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잊어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 남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문중에서

내 평생 돈을 버는 일 보다도 더 어려웠던 것은 바로 '용서'였다. 용서는 커녕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꼭 되갚아 주겠다고 다짐했던 일들만 가득했다. 실제로 그렇게 복수했던 일도 많았고.

그런 내게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 남을 용서할 수 있다니..참 어렵고 무거운 가르침이다.

돌아보니 나도 남에게 수많은 비수를 꽂았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도 못하는 그 수많은 죄들을 누군가 용서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곰곰 생각해본다.

내가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용서를 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내가 누구를 용서하고 우쭐거릴 수 있겠는가. 스스로 나 자신을 용서하고 내 인생의 끝까지 나를 끌고 갈 사람은 나뿐이란 말에 마음이 저릿해진다. 내가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면 용서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아마 내 남은 삶의 마지막 미션은 '용서'가 아닐까한다.


거울속에서 이미 젊음을 잃고 찌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육체는 젊어지지 않습니다...마음으로 젊게 산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외모처럼 바로 드러나기 힘듭니다.

....젊은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과 젊어 보이는 데만 애쓰고 살아온 사람. 이미 삶 자체가 달라져 있습니다.'

그의 이 말이 위안이 된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참이 아니고 내면의 마음이 진정한 젊음이라니..하지만 나는 과연 오늘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가장 젊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보다 더 젊은 마음으로 인생의 늦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그 앞에서 문득 부끄러워지는 이유이다.

나는 언제가 그가 지금 서있는 시간쯤에 도달하면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생의 가장 젊은 오늘을 소중하게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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