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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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달콤 쌈싸름한 초코렛을 먹고 난 느낌이다. 사랑이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으니까.

전작 '미 비퍼 유'가 죽음으로 갈라놓은 사랑이어서 가슴이 미어졌지만 여기 싱글맘 제스와

이혼남 에드의 사랑은 조금 피곤하고 경쾌하고 키다리아저씨의 헌신이 느껴지는 사랑이다.



열 일곱의 어린나이에 임신을 한 제스는 철부지 남편 마티의 사업실패와 게으름으로 졸지에 가장이 되어버린다.

결국 마티는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요양차 떠나버리고 마티와 전애인 사이에서 태어난 니키와 자신의 딸 텐지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이 된다. 니키는 여덟살이 되던 해 제스에게로 와서 이제 열 여섯 살 소년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스카라를 칠하고 마리화나를 피우는 은둔형 아이로 웃음을 잃은 채 살아간다.

낮에는 청소부로 밤에는 바텐더로 투잡을 뛰느라 정신이 없던 제스는 어느 날 텐지의 선생님으로 부터 연락을 받는다.

텐지가 수학에 엄청난 재능이 있고 명문학교인 세이트 앤에서 장학금을 주면서 입학하기를 바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90%의 장학금에도 불구하고 교복이며 수학여행등으로 1년에 2000파운드가 필요하며 우선 등록비로 500파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밀린 고지서와 집세마저 빠듯했던 제스는 절망하지만 텐지는 세이트 앤에 입학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행복해 한다.

텐지의 사정을 잘 아는 담임선생은 스콜틀랜드에서 열리는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일등을 하면 5천 파운드의 상금을 받을 수 있고 그 상금으로 세인트 앤의 학비로 충당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드디어 제스는 니키와 텐지, 그리고 덩치만 크고 침을 질질 흘리는 개 노먼을 데리고 스코틀랜드로 향한다.

남편이 남기고 간 고물 롤스로이스를 타고서, 하지만 그 차는 2년동안 등록세도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언제 멈출지도 모를 고물 자동차이다.


잘 나가는 소프트프로그래머 애드는 학창시절 컴퓨터밖에 모르는 소심한 아이였다.

애든 대학시절 절친인 로넌과 회사를 차리고 승승장구하던 애드는 어느 날 대학시절 우상이었던 디나를 만나게 되고 열정적인 사랑에 휩싸인다. 하지만 디나의 얄팍함에 금방 질린 애드는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자신의 수표를 끊어주고 얼마 후 자신의 회사에서 신상품이 출시되면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정보를 주게된다.

니나는 증권계통에서 일을 하는 자신의 오빠를 동원하여 엄청난 이익을 내게 되고 애드는 내부거래자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잠시 피해있으라는 변호사의 조언으로 남부 해안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지내던 중 청소부였던 제스를 만나게 된다.

그 날 저녁 제스가 야간에 일을 하고 있는 바에 나타난 에드는 술에 취하게 되고 제스를 그를 집으로 데려다 주게 된다.

타고 간 택시에서 그의 신분증과 돈이 떨어져있었고 제스는 텐지의 등록금을 내기 위해 그 돈을 훔치게 된다.

제스는 그 돈으로 스코틀랜드로 향하다가 그만 길에서 경찰에게 걸리게 되고 마침 지나던 에드는 이상한 이끌림으로 그들 일행을 스코틀랜드 올림피아드 시험장으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이렇게 에드와 제스일행의 이상한 여정이 시작된다. 냄새 나는 개 노먼은 침까지 흘리고 하루면 도착할 거리인 여정이 텐지의 멀미로 속도를 낼 수 없어 3일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니키와 텐지를 괴롭히는 이웃 피셔 형제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렸던 니키는 에드의 도움으로 활력을 찾아가고 제스 역시 남편이 떠나간 후 전혀 관심이 없었던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텐지는 우여곡절끝에 시험장에 도착은 하지만 깨어진 안경과 잘못된 시험문제때문에 멘붕이 오고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만다.


내부고발자 혐의로 곧 감옥에 가게 될 운명의 에드와 어떻게든 텐지를 사립학교로 진학하게 하고자 하는 제스의 여정은 좌충우돌, 파란만장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열기가 조금씩 느껴진다.

오랫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를 외면했던 에드는 제스의 사랑으로 가족의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되고 제스와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우연히 자신의 돈을 제스가 훔쳤다는 사실을 알고 떠나버린다.


사랑의 아픔에 시달리던 제스는 아이들을 위해 다시 힘을내고 자신이 에드의 돈을 훔쳤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진심으로 후회와 반성을 한다.

하지만 에드는 제스를 떠나 자신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서로 아픔만 남긴 채 사랑은 끝나고 만다.



 

어려서 읽었던 연애소설들이 떠올랐다. 쉬운 사랑은 뜨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제스와 에드의 운명같은 사랑도 감동스럽지만 겨우 아홉 살의 나이차가 나는 제스와 니키의 모자간의 사랑도 감동스럽다. 이미 자신을 떠난 남편이 전애인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이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절대 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과 기피증에 걸린 아들조차 진심으로 껴안는 제스의 사랑은 충분히 보상받아 마땅하게 보인다.

통장 잔고에 10파운드에 돈이 남아있는 순간에도 다시 사랑을 꿈꾸게 된 에드와의 아픈 이별에도 불구하고 제스는 다시 일어선다. 눈물을 훔치고 다시 가스렌지를 뿍뿍 문질러 닦아내고 허드렛 일들을 찾아 나선다.

자신이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었으므로. 참으로 대단한 모성앞에 숙연해진다.

더구나 돈 한푼 없는 상황에 덩치만 크고 골치덩어리처럼 보였던 노먼이 죽음에 이를만큼 다치게 되자 치료비가 엄청나게 나올 것임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제스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금 깨닫는다.


이 소설은 단지 남녀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간의 사랑, 형제간의 우애, 그리고 내 집에 들어온 동물도 엄연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자신이 낳은 아이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의 전남편의 아이까지 껴안는 에드의 사랑도 멋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선택이었을텐데 이런 점은 참 부럽다.

싱글맘이지만 캔디처럼 씩씩한 제스의 억척스러움과 넘치는 사랑이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한국의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조조 모예스의 작품들은 감동과 사랑과 헌신이 그대로 녹여져있다.

그녀가 결국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사랑'이다.

자신안에 사랑이 고여있지 않으면 절대 이런 글들이 나올 수 없는 아주 따뜻한 작가이다. 흠 굳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은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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