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것 같습니다. 다행히 어제저녁은 날이 살짝 풀려서 김재희작가를 만나러가는 길이 가벼웠습니다.

 

 

강남구청역과 학동역 사이에 자리잡은 '221B'카페는 너무나 멋진 곳이었습니다.

추리물 매니아들은 눈치챘겠지만 이 카페는 셜록홈즈가 살던 영국 런던 베이카가의 주소와 같습니다.

셜록의 옆모습이 새겨진 이 카페 오늘 모임과 아주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들죠.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이 카페여기저기에 느껴지는 셜록카페. 오늘 만남이 즐거울거란 예감이 팍팍 듭니다.

 

 

셜록카페답게 셜록의 이미지들이 그득합니다. 저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준 바로 그 소설들입니다.

참고로 오늘 만나기로 한 김재희작가는 아가사 크리스티같은 추리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추리물의 바이블같은 그녀의

작품들도 존경스럽지만 여든넷이란 나이까지 집필활동을 했던 그녀의 건강과 재능이 한없이 부럽다고 하네요.

저역시 김재희작가가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수의 나이까지 멋진 추리작품 저도 끝까지 읽고 싶네요.

 

홈즈의 피규어일까요? 그렇다면 곁에 있는 피규어는 왓슨과 누구인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피뷰어보다 홈즈의 모자가 더 반갑네요.

역시 셜록 홈즈하면 이 모자죠.

 

 

 

'섬, 짓하다'라는 작품은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다리가 놓여져 섬이 아닌 섬이 된 삼보섬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3명의 여자가 실종되었고 이 사건을 프로파일 하기위해 섬에 내려온 프러파일러 성호와 그의 과거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추리문학이 좀 부진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훈민정음 살인사건'이나 '경성탐정 이상'과 같은 역사추리물을

썼던 작가가 여성이었다는 것에 놀라고-흠 여성비하는 절대 아닙니다. 작업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들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섬,짓하다'의 작품성에 놀랐던 저로서는 오늘 만남이 기대가 컸습니다. 

 

알라딘이벤트 당첨자 명단에서 제 이름이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오랜 섬생활로 문화생활을 못했던 저로서는

애인을 만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오늘 모인 독자들은 시나리오를 쓰거나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실력있는 독자들이어서 놀라웠습니다. 이런 수준의 독자가 좋아하는

작가라면 이미 실력은 검증이 된거나 다름이 없을테니까요.

 

 

참 후덕해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엄청 노력하고 프로페셔널한 작가였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고 포스트잇을

붙여나가는 작업을 해왔다는 작가의 열정은 재능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섬,짓하다'는 5개월이상의 자료수집과 1년여의 시간을 들인 작품이랍니다. 머리에 쥐가 날정도라고 표현하셨는데 국립도서관을

오가고 범죄 수사에 관한 책들을 부지기수로 읽고 공부하셨답니다. 우스개소리로 일반인들 중에서는 가장 범인을 잡을 확률이

높을정도랍니다. ㅎㅎ 이미 반은 프로파일러라고 봐야겠지요?

 

미리 올려둔 질문지에 수준이 높아서 준비를 많이 해오셨더군요. 작가를 꿈꾸는 독자가 많아 살짝 대담의 수준을 높여서 정말 피가되고

살이 될 것만 같은 팁이 쏟아졌습니다.

추리물을 쓰려면,

일단 A4용지 10매 정도의 분량이 좋겠고 추리물의 틀을 절대 벗어나지 말것 등을 당부하셨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가면 늘 물어보는 질문, 독자들의 리뷰를 읽어보시는지..."아 당연히 읽어봅니다."

독자들은 리뷰 한 장 정말 정성껏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풀리지 말고 솔직한 소통이 그들 작품에 거름이 될테니까요.

드라마로 재탄생할 '경성탐정 이상'에 대한 애정이 넘쳤습니다. 우연히 글을 읽다가 이상과 구보의 이미지에 꽂혀 소설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역시 작가란 아무나 되는게 아닌가봅니다. 우리는 이런 걸 봐도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내다니...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마구 부러웠습니다.

 

 

이상과 구보의 사진까지 복사해와서 우리들에게 보여주며 30년대 이런 패션을 소화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상에게 홀딱 반한 심정을

드러내시네요. 하긴 이 사진이 없더라도 이상 그 자체가 소름끼칠만큼 존재감이 있지만 살짝 곱슬진 머리와 스트라이프 넥타이라니..

글만 잘쓰는 작가가 아니라 패셔니스타였네요.

드라마'경성탐정 이상'에서는 어떤 스타가 이상과 구보를 연기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심,짓하다'를 읽는내내 글보다는 영상이 어른거렸던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쓰기전에 시나리오작가로 활약하셨다네요. 그런 영향이 소설에 녹아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이 '섬,짓하다'도 드라마나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참석한 독자들은 김재희작가에게 일본의 추리물들은 연작들이 많은데 '섬,짓하다'의 성호가 다음작품에도 주인공이 되어 연작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습니다.

 

멋진 카페였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9시에 폐점을 하다니...

이제 막 불이 붙었건만 아쉽게 막을 내려야했습니다. 너무 짧았던 시간들 다음 작품으로 기약을 해야겠습니다.

그녀의 철저한 작가정신에 존경을 보내며 그녀의 팬으로 열렬히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한 달여가 채 안남은 2014년, 그녀와의 만남으로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욕심만 주시고 능력을 주시지 않는 신께 늘 원망을 해온 나로서는 이렇게 작가와의 만남으로 해소를 하곤 합니다.

작가님,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건필하세요.!

 

그리고 가는 길에 챙겨주신 선물 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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