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덮으면서 왜 작가가 제목을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으로 지었는지 궁금해졌다.

사전적 의미로는 '대통령이 때때로(from time to time) 연방의 상태(state of the union)에 관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는데 소설의 내용과 연결시킬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소설의 전반부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는 미국에서 베트남 반전운동이 한창 거세던 때였고 주인공들이

이 반전운동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어서 정치적인 의미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작용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제목보다는 표지의 이미지가 훨씬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뭔가에 충격을 받은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여인과 등을 돌린 남자.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표지의 이미지가 딱이다 싶었다.

미국의 격변기라고 볼 수 있는 1960년대 중반 동부 메인주의 버먼트대에 다니는 한나의 아버지 존 윈드럽 래덤교수는 경찰에 체포될

만큼 열렬한 반전운동가이다. 더구나 잘생긴 외모때문에 바람둥이로 소문이 나있다.

한나의 어머니는 차갑고 자기중심적인 예술가로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자식에게 쏟아붓는 전형적인 어머니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영향으로 한나는 행동하는 삶보다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고를 갖게 된다.

더 화려한 삶을 위해 파리로 교환학생을 신청하라는 엄마의 요청도 거절하고 한나가 선택한 것은 첫사랑인 댄과 결혼을 하는 일이었다.

고작 스물 두살에 댄과 결혼하고 바로 이이를 임신하게 된 한나는 펠헴이라는 조그만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된다.

어린나이에 엄마가 된 한나는 아들인 제프리를 키워야하는 일과 자신의 정체성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배타적이고 소문이 무성한 시골마을 펠헴에 어느 날 아버지의 제자라는 남자가 찾아오게 된다. 무전여행중이고 메인주를 지나가게 되면

들러보라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찾게 되었다는 남자는 사실 극단적인 반전운동가로서 수배중인 인물이었다.

마침 시아버지의 발병으로 남편 댄은 부재중이었다. 오랜 우울이 한나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뜻하지 않게 낯선 남자 저슨과 섹스를 하게

되었고 심지어 그를 미국으로부터 탈출시켜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가 범죄를 저지른 범인임을 알게 된 한나는 경악하지만 만약

자신의 탈출을 도와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불륜사실을 알리고 자신을 쫓는 FBI에게도 한나가 공범이라고 증언할 것이라는 협박에 못이겨

저슨을 캐나다로 탈출시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난 후 이제는 중년이 된 한나, 원하던 교사가 되어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남편인 댄은 외과의사로 성공하여

부와 명성을 거머쥐고 아들인 제프리는 변호사로 딸은 리지는 억대의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가 되었다.

겉보기에 한나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딸인 리지가 행방불명이 되면서 이 모든 행복은 끝이나고 만다.

잘나가는 피부과의사와 불륜사이였던 리지는 남자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기부를 많이 해왔었고 얼마 전 낙태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시달리던 한나는 30년 전 잠깐 바람을 피웠던 남자 저슨이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출간한다는

사실까지 알게된다. 그것도 진실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를 끼워넣은 황당한 이야기를.

저슨을 너무도 사랑하게된 한나가 도망을 치려했다는 것과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슨을 캐나다로 탈출시켰다는 왜곡된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는 국가를 배신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남편역시 분노하며 그녀 곁을 떠나고 만다.

'사람들은 마치 삶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간다.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삶이 유한하다는 것, 즉 우리가 어느 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본문중에서-

한나는 당당하고 이지적이었던 엄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보면서,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 마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이런 허무한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마치 어린 양을 공격하는 늑대들처럼 온갖매스컴과 이웃들은 한나를 공격한다.

불륜을 저지른 창녀, 범인을 도피시켜준 범죄자. 한나가 갈 곳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친구인 마지와 리지의 실종사건을

담당한 리어리 형사의 도움으로 그녀의 진실이 밝혀진다.

 

한나의 말처럼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게 된다. 그녀가 붙잡은 것은 친구와 사랑이었다.

남편은 떠나고 리지는 실종중이지만 다행스럽게 한나는 자신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전 파리로 떠나는 것을

포기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던 한나는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를 향한다.

 

한나의 억울함을 밝히는 과정이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거짓말쟁이였던 저슨의 만행이 천하에

밝혀지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과정도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한나의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인간의 여러가지 모습들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식이지만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배척하는 아들,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가 많았던 딸,

한나가 매스컴에 오도되자 등을 돌리는 사람들. 이제는 존재감이 없어진 도도한 화가였던 엄마의 모습.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친구인 한나를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주는 진정한 친구 마지.

작가는 참으로 많은 형태의 인간상을 잘도 묘사했다. 그리고 정의가 어떻게 이기는지 보여줌으로써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메세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소심하게 안주하는 삶보다는 진정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한나의 등을 떠민다.

혹시 나도 이런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궁지에 몰린 한나의 입장이 된다면 누가 도움을 줄것인지 혹은 등을 돌릴 것인지 고민해본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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