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의 문제 진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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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라는 특이한 이력때문에 작가의 작품을 더 깊이 눈여겨 보게 된다.

많은 사건을 접하고 판단하는 자리에 있다보면 그가 다룬 작품들이 그저 소설로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작 '붉은 집 살인사건'으로 처음 도진기 작가의 작품을 접했을 때에는 판사로 5년동안 재직했지만 돌연

사표를 내고 사무실도 없이 오로지 뒷길에서 법률의뢰를 받아 자문을 해주거나 해결을 해주는 '어둠의 변호사'가

작가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 상상도 해보았다.

이번 총 7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된 '순서의 문제'라는 새 작품에서는 '김진구'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애인인 '주해미'와 더불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었다.

첫번째 작품인 '순서의 문제'는 대학을 중퇴하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진구가 어느 날, 손님에게서

원주로 가 전화한통만 해달라는 기묘한 제안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가봐도 핸드폰으로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속셈임을 짐작케 하는 이 부탁은 결국 양부를 살해한 양자의 계략임을

증명하고 양자가 가로챈 유산중에 일부를 챙겨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분명 두 건의 살인이 있었고 과연 누가 먼저 죽었느냐에 따라 유산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을

엮어낸 작가의 트릭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법을 전공하다 중퇴한 진구가 범죄자를 눈감아주고 돈을 챙기는

장면에서는 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의로운 인간의 모습과 자신의 이익이라면 범죄자와도 손을 잡는

비겁한 인간의 두 모습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이중성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법을 지키고 살아야 하지만 때로는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맹점을 이렇게 뒤통수쳐주는 시원한 해결사가

너무도 필요한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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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올라탄 지하철에서 마주친 이상한 남자와의 마주침으로 시작된 두번째 해미 이야기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손을 자르고 유기시키는 실제의 사건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릴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범인을 유추해내는 진구의 시각은 물론

많은 살인사건을 접한 판사인 작가의 시각일 것이다.

사건제보로 얻어낸 상금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려다 비행기를 놓친 진구가 지구 반바퀴를 돌아 애인인

해미와 재회하는 세번째 사건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멋있는 발상이어서 절로 무릎이 쳐질 수밖에

없다. 태평양을 건너 남미로 향하는 노선에 익숙한 우리들이 반대편 노선으로 오히려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발상이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가 추리물을 쓸 수 밖에 없는 뛰어난 브레인의 실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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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의 계시'에서는 흘려버리고 말 노래 한곡이 너무나도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부수는

열쇠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우리는 너무나 중요한 싸인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소리가 색으로 보이고 색은 소리로 들리는 '공감각자'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고 성인들 보다는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특이한 감각자들이

실제한다는 것을 작가는 어찌 알았는지 단지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과는 분히 차별화된 지식

수준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

추리문학에 다소 빈약함을 느꼈던 한국문단에서 이렇게 멋진 판사작가가 추리물을 쓴다는

사실이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그것도 머리속으로만 그려진 작품이 아닌 현실에 근접한

작품들이라니...전작에 등장한 어둠의 변호사'고진'이 잠깐이나마 등장해서 반갑기도 했지만

어쩐지 앞으로 이 변호사와 김진구의 활약이 펼쳐질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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