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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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강남키드의 성장을 그린 이소설을 보다보면 쓰면서도 소설인지 회상 에세이인지

헛갈렸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틀린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주인공인 압구정소년들이 다녔던 청담중학교, 구정고등학교와 맞은편에 코끼리상가는

여전히 그자리에 있고 실제 그 시간들을 지나온 제2, 제3의 압구정 소년들이 이 소설을 본다면

적어도 과거의 이야기만큼은 전혀 허구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소설에서 조차 소외될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자란 아이들이였기에 성장통마저도 비켜갈 것만

같은 그들에게도 색깔만 다를 뿐 엄연히 존재했던 치열했던 시간들이 그려져 있다.

저자 자신이 '강남키드'였고 소설속에 잡지사 기자로 나오는 '현우주'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압구정이

강남의 중심이던 시절로 우리를 이끌면서 희미하지만 한남대교를 건너 논현동을 넘어가면 펼쳐졌던

빈 들판들이 떠올랐다. 실제 강남의 옛땅들은 누에를 키우거나 먹거리를 키우던 들판이었을 것이다.

 



 

압구정소년들의 부모들은 한국이 경제개발이라는 관념이 생기기 시작한 그무렵 '잘 사는 축'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자살로 생을 끝낸 세화여고3총사 연희처럼 강남의 빈곤층으로 그들과 섞여 살아가야했던

강남족들도 있었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강남은 대한민국의 명품족들이 살아가는 城이 아닌 성역(聖域)이

분명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을 놓치지 않는 영리한 소년 대웅과 늘 그의 뒷편에서 좌절을

맛봐야했던 우주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 소설의 씨줄이라면 크리스탈 아이즈라고 표현될만큼 맑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 연희를 둘러싼 사랑이 날줄이 될 것이다.

성공을 향해 어느 길을 가야할지를 미리 학습받은 소년들이 부와 명예를 쟁취해가는 화려한 비상에서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변호사를 그만두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연예시장의 대부가 된 대웅의 삶은

물려준 재산에 적당히 묻어가기로 한 우주의 삶일수도 있었다.

공부에서도 사랑에서도 대웅을 이겨보지 못한 우주였지만 갑작스런 연희의 자살을 추적해가면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소망외에 대웅을 꺾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느껴진다.

적당한 선에서 삶과 타협한 그이지만 잠재된 욕망과 상처가 드러나면서 결국 대웅과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된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반전으로 막을 내리는 부분에서 '해피엔딩'으로 친구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었던

'진짜사랑'의 실체를 알게된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경쟁하고 그렇게 자라난 다른 압구정소년,소녀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중의 반이상은 여전히 강남의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을테고 밥벌이의 근거지를 두고 있을 것이다.

선택받은 귀족처럼 성안에 머무를 수 있는 증명서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굳이 그 혜택을 버릴 이유는 없을테니까.

변방족인 우리가 그곳에 입성하기는 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울테지만 선택된 그들이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성취 가능했던 명품삶에도 저들 나름의 무게가 있음을 알았다는 것은 두텁던 성벽을 조금은 가볍게 한다.

하지만 선택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시선을 두고 맘을 나누는 혜택세(稅)를 바란다면

못난 사람의 딴지걸기가 되려나. 적어도 한사람..저자만큼은 그 세(稅)를 충실히 내고 있는 셈이다.

'카시오페아 공주'에 이은 '압구정 소년들'에서도 감동이 크다. 본격 스릴러물을 곧 출간한다니 적어도 한사람..

'나'라는 깐깐한 독자를 확보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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