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 최고의 쇼
마이크 레너드 지음, 노진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여행이란 고단한 삶속에 한줄기 빛처럼 찬란한 경험이다.
해마다 여름휴가는 어디로 떠날것인지 하다못해 나이가 더 들기전에 배낭여행쯤은
한번 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설레임에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여기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한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열여덟이면 독립을 해야하고 고작 일년에 한두번 크리스마스때나
가족들이 모이는 거대한 미국이란 나라의 가족문화는 요즘 핵가족화 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이대,삼대가 모여사는 가족이 많은 우리에게는 너무 정이 없는것은 아닌지
떨떠름한 인상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런 미국이란 나라에 웃기는 가족 삼대가 모여
그야말로 인생최고의 쇼를 펼치게 된다.

미국이란 나라는 어차피 본토박이가 없는 나라이다. 영국,아일랜드,네덜란드,프랑스...
온갖 인종들이 모여사는 그야말로 글로벌의 종합셋트인 나라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일랜드인들은 우리민족과 닮은점이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다.
낙천적이기도 하고 조용한듯하면서도 시끄럽고 가족간의 유대가 끈끈하기가 이를데 없는것 까지..
생활력이 강한것도 빠질수 없겠다.
아일랜드에서 고작 1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이민온 조상을 둔 NBC 방송 ‘투데이’쇼의 간판
앵커인 마이크 레너드의 아버지는 평생 남에게 베풀면서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이시다.
부동산 업자에게 속아 전세금을 날리고 도둑까지 맞은 참담한 현실을 맞은 여든이 넘은
부모님을 위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큰 잔치를 벌여 드리기로 결심한다.
아들, 딸, 며느리까지 모두 집합시켜 거대한 캠핑카 두 대를 끌고, 부모님과 함께 미 대륙
횡단 여행에 나서기로 한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이 여행은 미리 계획되고 가이드가 있는 호화로운 여행이 아니다.
평생 캠핑카라고는 몰아본적도 없을 뿐만아니라 갈아끼워야 할 전구와 벌레까지도 적으로
생각하는 소심하고 겁많은 가족들로서는 여간한 용기가 없다면 나설수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더구나 극과극의 개성주의자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한달을 여행한다는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용기가 필요했음을...책을 다 읽어갈 무렵에야 알수 있었다.
항상 생각과 실천이 동시에 일어나는 다혈질 레너드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시도해 보지 못할
여행이었을것이다. 어려서는 머리도 나쁘고 특별한 재능도 없던 그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내고 무엇인가를 이뤄내고자 고군분투했던 과거의 이야기도 감동스러웠지만 가슴에
묻어둔 추억과 상처를 만나고 치료하는 과거로의 여행은 그야말로 감동과 웃음, 그리고
눈물이었다.

초기이민자로서의 어려움과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이기고 후손들을 키워낸 조상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리고 긍정적인 마음과 사랑으로 덮긴 했지만 아픈 기억들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내마음에도 아픔잊 전해져왔다.
하지만 별볼일 없었다고 생각했던 래러드가 미국 굴지의 방송사에서 인정받고 우뚝서기까지
에는 먼 조상으로 전해져온 긍정의 힘과 인내, 그리고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랑의 유전자
덕분이었을것이다. 단지 그걸 늦게서야 알게된것 뿐.

특히 놀라웠던것은 래너드가 이여행을 떠나오기 전까지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사건과 인물들의
절묘한 만남이었다. 그가 증조모로부터 다이아몬드약혼반지를 전달받지 못했더라면,
친구 매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약혼반지 값으로 모아둔 800달러로 산 비디오로 작품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모두들 황당하다고 믿었던 방송사로의 도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면,
그전에 전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기 직전에 우연히 만난 ROTC장교가 없었더라면 아마 그는
수만명이 죽어간 그 전장에서 이미 삶을 달리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의말처럼 삶이란 복잡한 방정식에서 모든 것들은 하나의 인자이다. 그중에서 하나만 더해지고
빠져도 최종 결과는 계산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평생을 아웅다웅했고 영원히 같을 수 없었던 두분을 부모님을 둔 그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분명 그는 알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태어날 손주가 있는 중년의 그가 이런 여행을 계획했다는것 자체가 그가 얼마나 잘 자라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인셈이다. 그리고 그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할머니 마지와 할아버지
잭의 아들이 아니던가.


‘사람은 누구나 세상으로부터 두들겨 맞으며 살아간다...사람들이 세상의 주먹에 대항해 싸우고,
멍든 자국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 고통을 보상받으려고 하면서부터 인생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227p

맞는말이다. 차라리 잭할아버지처럼 누군가를 붙들고 수다를 떨거나 마지 할머니처럼 높은 다리를
지날때마다 커다란 자루를 뒤집어쓰고 눈을 감는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조상들의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과 만나고 돌아온 후 손녀 조세핀을
안아보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돌았다. 그것도 그분들이 잃었던 첫 자식 앤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소중한 아이는 그분들의 사랑유전자가 그대로 전해졌을것이다. 물론 엉뚱발랄한
유머도 같이 말이다.


‘사람은 절대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한일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후회란 오히려 마음의 소리를 따르지
않았을 때 오는 것이라고’ -121p

살면서 후회할일은 얼마든지 많다. 다시 되돌릴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었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이라도 내가 할 일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야 한다는걸 알았다.
얼핏 무모해보일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래너드처럼 어마어마한
캠핑카를 몰고 저마다 사는게 바쁜 가족들을 불러모아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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