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오류 사전
조병일.이종완.남수진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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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발견된 정조의 비밀편지를 보면 역사라는 것이 기록하는 사람들의 사상이나
됨됨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뒤주속에 갇혀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의 아들로 극심한 당쟁의 회오리속에서 죽음의
위협에 시달렸던 고독한 왕이었으리라는 상상과는 사뭇 다른 왕이었기 때문이다.
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기록되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속한 당파에 따른 입장이 다르고 아무래도 인간이 하는일인지라 사관으로서
필수적인 이성적인 사명감에도 불구하고 편파적일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이렇듯 살아보지 못했던 과거의 역사는 단지 남겨진 기록이나 구전에 의해서 추측되고
필요에 따라 해석되어지는 불완전한 학문인것이다.

가나다순으로 가능한 많은 오류의 역사를 수록하고자 한 이책은 참으로 용기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몇십년전의 사실도 아니고 몇백년,몇천년전의 기록을 찾고 이미 그렇게 알아왔던
사실들의 오류를 세상에 고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굳이 들추어낸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일도, 사는데 불편할 일도 없는 이런 일들은 뒤이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야 할 후손들에게 진실을 전하고픈 학자로서의 사명감때문이 아니겠는가.

때로 어떤 진실은 영원히 그대로 놓아두는 것도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나라의 지도자로서 국가 건국의 초석이 되었던 영웅들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면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의 감동도 사라지고 맥도 빠진다.
비폭력 평화주의자 간디도 넘을 수 없었던 종교의 편견과 아내는 영국의사에게 치료받기를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병에는 관대했던 이기적인 민족의식도 낯설기만 하다.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1위의 링컨도 사실은 노예제도 폐지론자가 아니었다고..
남북의 분열사태와 유럽의 개입을 막기위해 비롯된 남북전쟁의 이유를 알고나면
실제로 한번도 산적이 없는 링커의 오두막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하긴 거의 모든 전쟁의
이유는 명분과 이익때문이다. 십자군전쟁도 결코 성스럽지 않았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오지마
섬에서 펄럭였던 성조기도 사실은 특종을 노렸던 기자의 연출이었음을 안다면 그 어떤 전쟁도
인간의 이기심에서 벗어난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세상이 둥글고 태양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던 시절에 과학은 참으로 고독했다.
종교적인 편견에 억눌리고 증명은 어려운 시절의 모든 과학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는일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었을터....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기록되어진 과학자들은 그나마
행운아들이다. 실제로 남의 성과를 빼낸것이든 잘못된 해석이든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
으로도 그들은 당연히 영웅이다. 그시절에 그들은 그만한 댓가를 치루지 않았는가.
수많은 발명가들이 자신이 살아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했고 엉뚱한 사람들이 업적을 가로챘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능력일테니 말이다.

또한가지 인상적인 사실은 여성동성애자를 뜻하는 레즈비언이란 말은 에게해의 섬 레스보스에서
약 2,500년전 여자들로만 구성된 집단을 이끄는 리더 사포에 의해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남성중심의 그리스 사회에서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시켰던 그녀에게 사실은 페미니즘의
선구자로서 훈장을 주어야 옳을 일이다. 이렇듯 역사의 중심은 거의가 남자들의 것이었다.
간혹 빛을 발하던 여자들에게는 마녀가 아니면 순조로운 역사를 방해한 자로 기록된것이 더 많으니
말이다. 참으로 실망스러운 것은 클레오파트라가 사실은 보통이하의 미모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조각상과 그시대에 그려진 동전에서 확인을 했다니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모습으로 기억된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슴아픈 진실이겠다. 미모보다 지성이 더 우월할 수 있음이 증명되기도 했지만..

왜 수많은 영웅들은 삶뒤에는 짙은 그늘이 있는지...매독으로 죽어갔으리라고 추측되는 음악가들과
정치가..사상가들..영예로운 업적속에서 잠든 그들이 이 불편한 진실앞에서 기죽지 말아야 할텐데.
산타클로스가 지금처럼 빨간옷을 입고 빨간코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면 얼마나
실망하겠는가...때로는 그냥 모르고 덮었으면 하는 진실도 있는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류를 찾아 수고하는 사냥꾼들이 있어 역사는 또 재미있어진다.
아마 이책에 실린 수많은 인물들의 후손들은 탐탁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역사책 사전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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