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쫓는 아이 - 열네 살 소년이 우연한 곳에서 자신의 꿈과 조우하는 이야기
케이트 톰프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베스트셀러인 '완득이'와 '리버보이'를 능가하는 작품이란 소개에 약간은 과장이 아닐까 싶었다.

이책을 읽는내내 가슴이 저려오는 아픔이 그대로 느껴졌던것은 나에게도 주인공 '바비'와 같은

열네살의 아들녀석이 있기때문이다. 일생을 살면서 가장 폭발할것 같은 나이는 대략 이즈음인모양이다.

우리 아이도 또하나의 '바비'가 분명하니 말이다. 질풍노도라고 표현되는 말..그대로 도무지 어느곳에서

와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모르는 거대한 태풍이 분명한것은 나라와 인종을 구분할수 없는 인간모두의

숙제인 모양이다.

 

그나마 정말 다행한 것은 어둡지만 빛이 사라지지 않은것 처럼 보이는 더블린을 떠나 자연과 요정이

노니는 시골로 떠난것이다. 도무지 살아질거 같지 않은 촌스런 그곳에서 바비는 치유의 희망을 찾는다.

열네살에 미혼모가 된다는것은 아무리 의식이 선진화된 나라라 하더라도 환영할일은 아닐것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전통과 보수적인 성향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하니 아무리 사회보장이 잘된 나라라

하더라도 그들의 미래를 절대적으로 보장해줄수는 없었을것이다.

가정이라는건 가족간에 신뢰와 건전한 관념과 경제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비의 엄마가 사회보장에 의존하고 자식을 위해 일을 하지 않고 방황하는 장면들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녀역시 바비의 말처럼 아직 한번도 제대로 자기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불쌍하고 여린 미혼모임에 불과했다.

그걸 깨닫기까지 바비는 제대로 엄마를 바라보지 못하고 그녀의 무조건적인 사랑마저 역겹게 느낀다.

불과 열네살의 소년이 욕설과 폭력과 마약과 술과 도둑질에 절어서 어느길로 가야할지 모른채 방황한다.

주변에 정상적인 삶을 살고 이끌어주는 사람들도 없다. 철없는 20대의 엄마와 아빠가 다른 네살짜리 동생이

있는 소년이 할수 있는일들이 있기는 했었을까.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밤과 때로는 빗소리와 태풍의 소리를 들을수 있었던 곳에서 바비는 자신의 갈길을 일러주는

가족들을 만나게된다. 평범하지만 완고하고 안정된 콜리의 가족들을 만날수 있게 해준것은 하나님이 허락해주신

운명이었을까. 분명 바비는 성실하고 영민한 능력을 타고 났었을것이다. 다만 어느 누구도 그 능력을 쓸수 있도록

길을 가르쳐 주지 못했던것뿐..혹시 우리도 말썽장이 아이들의 능력을 이끌어내주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바비가 말썽을 부리고 어둠의 길로 빠져갈수록..가족이라고 표현되는 인물들이 한심한 삶을 살아가는걸 볼수록..

나는 분노에 빠졌다. 아무도 바비의 삶에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걸 보면서 아니 자신의 삶조차 휘청거리는걸

보면서 도무지 빛이 보이지 않을것 같아 분노가 치밀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랜드로바는 바로 '희망'의 또다른 상징인것 같다.

뼈대는 멀쩡하지만 엔진이며 부속들을 다 챙겨 조립을 해야만 거리를 달릴수 있는것 처럼...

바비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케해준 랜드로바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비로서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남의 것을 빼앗고 도둑질한돈이 아닌 땀흘려 번돈 29.99유로짜리 '토크렌치'는 그의 방황을 멈추게 하고 빛으로

향하게 하는 등불이 된다.

10년후 다시 찾은 그곳에서 동생과 추억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자꾸 눈두덩이가 뜨거워졌다.

결국 해냈구나...너를 치유한 그곳에서 과거의 너를 일으켜 세웠구나..

상처투성이의 엄마도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 졌기를 바랬다.

그리고 바비처럼 열네살의 태풍속에 갇혀있는 내아이에게 자꾸 '토크렌치'를 쥐어주고 싶은 조바심이 일었다.

정말 아일랜드의 그 요정이 살았을것만 같은 시골로 가면 내아이도 치유될수 있을지 지도책을 꺼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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