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책방 도감 이야기가 있는 디테일 도감
마사키 데쓰야 지음, 백운숙 옮김 / 윌북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려서 꿈은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서점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책이 흔한 시절도 아니었고 가난한 집안의 맏딸인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잘 살던 큰 집에 가면 책장에 빛나게 꽂혀있던 세계동화전집이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큰 집을 자주 가고 싶었던 것은 그 책을 다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읽고 싶었던 책이 들어와있으려나 싶어 쉬는 시간이면 학교도서관으로 뛰어갔던 기억들.

지금보다 훨씬 길고 많았던 청계천 헌책방을 정말 많이도 돌아다녔었다.

소설이며 하다못해 답이 적혀있던 낡은 참고서까지 더 저렴한 곳을 찾아다녔던 어린 나는 아마도 눈이 반짝 반짝 했을 것이다.


지금도 시내에 나갈라치면 도심에 대형서점을 찾곤 한다. 맘놓고 실컷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가는 것만큼이나 설레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설렘들은 동네에서는 누릴 수가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가 되다보니 동네서점들은 거의 전멸상태가 된 것이다. 약간의 문학책과 주로 참고서들을 팔고 있는 작은 지하서짐이 하나 있긴 하지만

맘놓고 책을 읽거나 고를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아마 어려서 꿈이었던 서점주인이 되었다면 파산선고를 하고 나가떨어졌지 싶다.

그런데 이 책을 만나는 순간 갑자기 다시 꿈이 스멀 스멀 피어올랐다. 이런 서점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정말 지금 우리집의 작은 방 정도의 크기였다. 섬에서 살때에 서재보다 책은 더 적어보였다.

영화관 티켓부스를 이렇게 변신시키다니. 요즘 영화보는 사람들이 적어지면서 극장들도 문을 닫는다는데 영화관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티켓부스정도라면 미니서짐의 주인도 될 수 있지 않으려나.


일본을 몇 번 가봤지만 그 때마다 인상깊었던 것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많이 보였다.

그리고 사람 다섯명 정도 앉으면 꽉 찰 것 같은 그런 조그만 선술집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선술집이 서점으로 탄생되었다니...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창의적인 변신이 아닌가.

하다 하다 이제 잘 보이지도 않는 공중전화부스 서점이라니..와우!!

요걸 무인서점으로 만들어냈다. 미니멀의 왕국 일본답다. 아무리 창의력이 갑인 나라라고 해도 책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예술작품이 아닌가.


거리를 걷다보면 '임대'를 써붙인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책 읽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모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항상 책을 백에 넣고 다니면서 책을 읽는 나로서는 슬픈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몇 백권 정도의 책을 진열하고 매일 책을 읽으면서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그런 서점을 낸다고 해도 찾을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임대료로 못건지는 현실에 지치기 전에 기다림에 지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공간들을 찾아내고 스케치를 하고 인테리어방법까지 안내해준 저자의 노력과 인내심에 놀라게 된다. 아 못가봤던 북유럽 여행보다 책의 향기와 추억을 그려보는 책방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졌다.

영국 어딘가에도 영화에 등장했던 책방이 있다고는 하는데...

일본어를 모르니 책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냥 그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다. 책의 향기라도 실컷 빨아들이고 싶다. 너무 멋진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