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이야기
임정희 지음 / 더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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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도 운명없이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깨닫는다.

십 년 넘게 방송 작가의 일을 하다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데, 일단 재능은 타고난 사람이다.

마치 천일야화를 읽는 듯, 한 편 한 편의 스토리에 푹 빠지게 된다.

천상 이야기꾼이다.


표지로 만난 첫인상은 호랑이나 맹수를 때려잡는 사냥꾼의 이야기려나 했다.

호랑이나 맹수같은 귀신과 도깨비를 때려잡는 사냥꾼의 이야기를 넘어서 고독한 아이의 성장기, 그 아이를 키운 남자와 도깨비의 따뜻한 돌봄이 녹아있는 아름다운 동화같기도 하다.


도깨비를 보는 소년 철수가 이제 서른 중반의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귀신골목'이라고 불리는 동네에 있는 헌책방에 들리는 것은 자신을 거두어준 홍사장을 만나고 싶기도 하고 전장에서 얻은 전리품을 건네기 위해서다. 홍사장은 헌책보다 골동품을 파는 일이 주업이다.

철수가 획득한 전리품은 그닥 보잘 것 없어보인다. 오래된 가위며 깨진 백자 항아리 조각같은. 그런걸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홍사장네 헌책방 맞은 편에는 술집이 있다. 고씨라고 불리는 사내는 술을 잘 빚기도 하거니와 잘 마시기도 한다. 홍사장은 걸레로 입을 닦은 것처럼 막말을 쏟아내는 고씨가 싫지만 그가 빚은 술을 먹는 재미로 잘 어울린다. 고씨도 철수가 가끔 헌책방에 들러 전리품을 건네는 것을 안다. 희한하게 고씨는 그 값어치를 기가 막히게 짚어내고 홍사장은 그 값대로 팔게 된다.

눈썰미가 있는 고씨인가...싶지만 갈수록 그의 정체가 더 궁금해진다.


시세보다 너무 싸게 나온 옥탑방으로 이사하게된 동석의 이야기.

너무 낡아서 신을 수 없을 것 같은 붉은 신을 버려도 버려도 되돌아온다는 이야기.

담력 실험을 한다고 사람이 많이 빠져 죽었다는 저수지를 찾아온 소년들의 이야기.

특히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얼이 빠질 것이다.


귀신이 있다고 믿는 내게 도깨비의 존재를 묻는다면 글쎄 도깨비가 있으려나.

도깨비는 귀신보다 덜 위험한 존재 아닌가? 어려서 읽은 도깨비 동화에서는 오히려 귀엽던데.

오래된 물건에는 어떤 혼들이 깃들어 있다고 하는 말을 믿는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에도 바위에도 영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때로는 가여운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려는 도깨비도 있다고 믿는다.

아직 도깨비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은 더욱 반가울 것이고 나처럼 긴가민가 하는 사람에게는 혹시 베란다 창문 저 너머 나를 지켜보는 어떤 존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막 솟아날 것이다.

다이내믹 하면서도 가끔은 울컥했던 재미있는 소설, 아니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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