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김상원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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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쾌한 텝텐스로 시작한 소설이 오컬트가 되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했다.

그냥 이 스토리가 소설로만 존재하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문학사에 길이 남길 불멸의 작품을 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어렵사리 출판사에 들어온 오이오는 '오직 원고'라는 사훈이 걸린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투고 원고를 읽어야 하는 신세이다.

문득 오이오는 투고 원고에서 건져낸 보물같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것이 꿈이었는지 자신이 쓴 작품이 불멸의 작품이길 바라는 것이지 궁금해진다. 후자겠지?


읽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 오이오는 절친인 구세주에게 신세한탄을 하게되고 세주는 이오를 위해 인공지능에게 글을 읽혀 걸러내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투고 원고들은 걸러지게 되고 인공지능이 걸러낸 작품들은 연이어 베스트셀러가 된다. 적자에 허덕이던 출판사에서 오이오는 편집장으로 승진하게 되고 더 많이 들어오는 원고를 읽히기 위해 세주의 집 서버는 용량을 키운다.


실제 오이오는 더 이상 원고를 읽을 일이 없다. 그냥 일을 하는 시늉은 해야겠기에 인공지능이 걸러놓은 작품들중에 몇 편을 골라 상사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출판사 직원들도 할 일이 없어진다.

그 많던 원고를 오이오가 다 처리해주니까. 그래서 사무실에 식물들이 늘어난다.

원예라고 해야 짤리지 않고 월급이 나오니까. 오이오는 세주와 함께 새로운 출판사를 차려 독립한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길이 열렸다. 어떻게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나.


열일하는 인공지능에게 이름 하나쯤은 지어주자는 취지로 '섬니아'라고 부르기로 한다.

충직한 섬니아 덕에 건물까지 사게된 오이오와 세주.

섬니아의 충성이 남달랐던 것일까. 사세확장을 하자고 부추긴다. 헬멧을 쓰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경험하는 가상현실체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대박이다!

인간들이 이렇게 현실이 힘들었던가. 심지어 헬멧을 벗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그리고 애초부터 내가 우려했던 상황들이 펼쳐진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현실! 섬니아는 스스로 자손을 만들어내고 진화를 넘어 자신을 만들어준 세주까지 꿀꺽한다. 전기를 먹고 정보를 쏟아내지만 눈에 보이는 육체는 없는 것이 섬니아의 실체아니던가.

하지만 섬니아는 스스로 신이 되기를 갈망하면서 인간의 뇌를 먹어치운다. 이래서 내가 AI의 등장을 두려워했던거라구.

하지만 '터미네이터'같은 미래를 상상했지. 뇌를 먹어치우는 인공지능은 아니었는데.

이 소설의 창작자는 발랄을 넘어 공포의 세상으로 안내하더니 해피엔딩인지 베드엔딩인지로 독자들을 끌어간다. 결국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는 의미인가?

그래도 나같이 '결국은 읽고야 마는'독자들이 있어 미래는 약간의 희망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에서 이 시대의 '책'의 신세가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문을 닫는 출판사도 늘어나고 창고에 쌓인 재고 도서들도 어마무시할 것이다. 책으로 돈을 버는 직원도, 작가들도 사라지는 시대가 이미 오고 있다.

그 일을 빛의 속도로 해내는 인공지능들은 늘어나고 인간들은 도태되는 것인가. 아니 진화하는 것인가. 아마도 이런 SF소설들은 더 많이 등장할 것 같다. '섬니아'혹은 '얼렐레'같은 이름의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들도 나오겠지. 나는 결국 비관론자라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든 확신이다.

먹히기 전에, 그 꼴을 보기전에 사라져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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