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굴곡진 시간을 함께한 증인으로서 이 책은 사료가 될 것 같다.
구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아직 도전중'이라는 말씀이 감명스럽다.
거의 마무리에 이를 때 까지도 저자가 기독교인임을 느끼지 못했었다. 나같은 무종교인에게는 독실한 종교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어딘가에 치우치거나 온건하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냉철하고 이성적인 그의 판단과 미래를 보는 안목만큼은 우리가 존경하는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님 못지 않았다.
마지막에 기록된 한수산의 고문실록은 읽기가 많이 힘들었다.
내 삶의 어느 부분은 그의 작품이 들어서 있다. 가난한 소녀시절 그의 작품을 읽고자 도서관으로 뛰어갔던 기억들. 아주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해 잊혀질까봐 노심초사했던 시간들.
그가 이런 시간을 견뎠구나. 그 때 그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했던 놈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뿌듯한 자부심으로 살아갔을까. 아님 후회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을까.
화가 치밀고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 시간들을 살아냈다. 저자가 작가가. 그리고 우리가. 그래서 이 책은 회고록이 아니라 역사다. 절대 잊혀져서도 안되고 꼭 기억하여 실패와 수치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을 지침서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거인의 도전이 기대된다. 건강하시고 더 많이 남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