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뜨거운 기록
심상기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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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하던 시절 유럽의 어느 변방에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면-안네 프랑크같은-나는 지금의 나이에 이르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하필이면 가난한 나라에 불안한 정국의 틈바구니에서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나는 꽤 툴툴거리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를 보니 내가 지나온 시간이 행복할 지경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내 엄마와 같은 해에 태어났으니 나라꼴이야 말 할것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이긴 했지만 일제의 참혹한 기억은 남아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후 벌어진 한국전쟁을 겪고 쿠데타와 혁명이라고 불리는 시기를 한창 나이에 겪었을테니 당시 죽어간 학생들과 다름없는 고통을 넘어섰을 것이다. 그리고 선택한 직업이 기자라니..험난한 미래가 보이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자기 몫 이상을 해내던 발랄하던 올챙이시절의 이야기는 나름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한심한 정치상황과 언론탄압을 직접 겪었으니 그야말로 역사의 산 증인이 아니겠는가. 그 와중에 살아남아 지금의 서울문화사를 이끌어 왔다는게 존경스럽기만 하다.

물론 이런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선경지명이, 비굴함이 없었던 기개가 없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정치권의 수많은 회유를 거절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똑똑한 사람들도 정치권에만 가면 멍청이가 되는 현실은 과거나 지금도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사업을 해보라'는 말을 왜 했는지 저자가 지나온 시간들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기자라는게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었을까.

출판업을 시작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다.

내가 좋아했던 '우먼센스'를 만든 분이었다니. '여원'과 함께 당시 쟁쟁하던 여성잡지아니었던가.


아주 오랫동안 '조선일보'를 구독했던 사람으로 직장생활때문이었는지 석간 보다는 조간이 더 편했고 빠른 정보를 볼 수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경향신문'이 문화방송과 같은 계열사 아니었나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파란만장한 신문사의 역사를 보니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들과 겹쳐 가슴이 찡해졌다.


대한민국의 굴곡진 시간을 함께한 증인으로서 이 책은 사료가 될 것 같다.

구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아직 도전중'이라는 말씀이 감명스럽다.

거의 마무리에 이를 때 까지도 저자가 기독교인임을 느끼지 못했었다. 나같은 무종교인에게는 독실한 종교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어딘가에 치우치거나 온건하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냉철하고 이성적인 그의 판단과 미래를 보는 안목만큼은 우리가 존경하는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님 못지 않았다.

마지막에 기록된 한수산의 고문실록은 읽기가 많이 힘들었다.

내 삶의 어느 부분은 그의 작품이 들어서 있다. 가난한 소녀시절 그의 작품을 읽고자 도서관으로 뛰어갔던 기억들. 아주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해 잊혀질까봐 노심초사했던 시간들.

그가 이런 시간을 견뎠구나. 그 때 그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했던 놈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뿌듯한 자부심으로 살아갔을까. 아님 후회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을까.

화가 치밀고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 시간들을 살아냈다. 저자가 작가가. 그리고 우리가. 그래서 이 책은 회고록이 아니라 역사다. 절대 잊혀져서도 안되고 꼭 기억하여 실패와 수치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을 지침서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거인의 도전이 기대된다. 건강하시고 더 많이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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