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천성호 지음 / 잔상페이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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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싯귀가 떠오르는 제목의 에세이집이다.

소개글에는 낮에는 불려야 할 이름으로 하루를 보내고 밤에는 나를 부르는 이름으로 문장을 쓴다는 작가! 멋진 비유에서 재능이 느껴진다.


벚꽃이 만발한 요즘 꽃처럼 와준 작은 책이 큰 위안이 되어준다.

그저 담담하게 쓴 듯 하지만 밥벌이가 안되는 '작가', 아니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다는 강렬한 의지와 생활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사이에 많은 방황이 있었음이 전해진다.

가뜩이나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책이 한 둘이겠는가.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사회이기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얽혀 산다.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전화번호가 많을 수록 왠지 성공한 삶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살아보니 '수'는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적어야 할, 기억해야 할 전화번호는 더 적어졌다. 그래도 불편한게 없었다. 가끔 잘 살고있나 하는 궁금증은 일어났지만.


서른 무렵 '아 나는 누구 밑에서 일할 위인은 못된다'는 걸 깨닫고는 마흔 무렵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래서 10년 동안 잘 준비를 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 선택에 후회가 없었고 다시 돌아간다해도 이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

다수의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가장이니까,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 답게 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감하게 직장을 정리한 저자의 친구는 멋지다.


어려서는 무척 가난했었나보다. 대학을 보내주지 못한 엄마의 미안함이 자신을 더 풍요롭게 성장시켰다는 말에 코끝이 찡해졌고 일찌감치 돈을 벌어야 했던 소년, 청년의 삶이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맞다. 계획했던

시간과 다른 시간을 살았다고 해서, 그 삶이 덜 값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안다. 나도 그랬다. 가끔은 가고 싶었던 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지 궁금해지지만 지나온 내 삶이 초라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니 내가 대견스럽다.

아마 저자도 그랬던 것 같다. 기특하지 않은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살기가 쉬운 것이 절대 아님을 알기에, 열심히 살아온 저자의 시간들이 너무 아름답게 다가온다.

나는 그저 아직은 낯선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작가 천성호'

기억하겠습니다. 지켜보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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