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 - 판다 할부지 강철원의 다정한 식물 수업
강철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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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15년 전 남해의 섬에 집을 짓고 내려가 살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텃밭가꾸기였다. 서울집 베란다에 있는 화분의 식물들도 함께 못살겠다고 죽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아예 생명 키우기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집안에 있는 손바닥만한-사실 고추 200여개를 심을 정도의 크기이지만-텃밭에 뭔가를 심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났었다.


'판다할부지' 강철원 주키퍼(동물원 사육사)는 동물농장에선가 TV프로그램을 통해 헌신적으로 동물을 돌보는 모습을 봐와서 참 정이 많고 사랑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사랑으로 돌보던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는 장면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그런 저자가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장의 고장 전북 순창출신이라 그런지 고향, 시골에 대한 추억이 많은 분이었다.

가난한 농부의 다섯 번째 아들로 태어나 넉넉하지 않은 시절을 보냈지만 마음은 벌써 생명을 키우고 돌보는 일이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르던 토끼를 아버지 몰래 풀어주었다고 하지 않은가. 이미 생명에 대한 남다른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키퍼의 삶은 운명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목장을 하고 싶었지만 주키퍼로 대신하게 되었지만 마음속에는 늘 전원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가 산 중턱에 있는 땅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쳤다고 하니 그 역시 운명이었던 셈이다.

저자도 말했지만 도시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이나 텃밭가꾸기를 꿈꾼다.

하지만 실제 해보라. 불편한 일이, 몸을 써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추 200모를 심고-지금은 줄여서 150여개-오이, 호박, 가지를 심다보니 지질에 따라 잘되는 식물이 있고 잘 안되는 식물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비가 너무 안와도 농사에 엄청난 영향이 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년전 가뭄이 심했을 때 마을 방송에서는

사람 먹을 물도 없으니 텃밭에 물을 주지 말라고 연일 난리였지만 타들어가는 아이(?)들을 그냥 볼 수가 없어 몰래 물을 주곤 했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비가 한 번 시원하게 내려야 해결이 되었다.

비는 그냥 물만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물과 함께 공기중에 떠도는 많은 원소들이 함께 내려온다.

사람이 뿌려주는 물은 깡마른 땅 윗부분만 슬쩍 적실 뿐이었다. 그래서 자연의 섭리가 위대하다는 걸 느끼곤 했었다.


확실히 내가 가진 텃밭보다는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그동안 가꿔온 식물의 종류를 보니 조그만 텃밭의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4인 가족이 먹을 정도만 짓는다고 해도 심는 시기, 수확시기도 다 다른 종류들을 돌아가면서 심고 가꾸는 모습에서는 참농부의 모습까지 느끼게 된다.

나도 첫 번째 마늘 농사는 대풍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해부터는 위에 마늘잎은 풍성한데 밑에 마늘은 곯아서 썩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결국 마늘 농사는 접었다.

가능하면 약을 치지 않고 짓는 텃밭농사이지만 벌레와의 싸움은 지긋지긋할 정도였다.

저자처럼 '그래 너도 먹고 나도 먹고'라는 심정으로 지었다면 마음이라도 편했을텐데.

벌레가 먹어치우는 속도와 양은 거의 수확이 불가능할 지경이 되고 보니 왜 농부들이 약을 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조그만 텃밭이라고 해도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은 크기와 상관이 없다.

손으로 벌레 하나 하나를 잡고 순을 떼어주고 때맞춰 거름을 뿌려주는 일들은 주말 농장 정도로는 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상하게 사람이 먹지 못하는 잡초는 약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매일 뽑아내도 힘차게 올라온다. 이 삼일만 돌아보지 않아도 '나 여기 있지'하고 올라오는 풀에 지치고 식물사이에 숨어있는 벌에 모기에 쏘이고 물리는 일이 허다해서 늘 벌레기피제를 뿌리고 텃밭에 들어가야 했던 기억들. 그래도 텃밭을 가진 이후 고추는 사먹은게 별로 없다.

작년에 고추가 너무 매워 도저히 안되겠어서 안 매운 고추를 사서 섞느나 다섯 근 정도를 샀다.

텃밭을 가지는게 꿈이었고 열심히 가꿔온 모습이 나의 일상과 비슷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그저 텃밭가꾸기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이 아니다. 그 곳을 다녀가는 수많은 생명들과의 만남, 어린시절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공간,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시간들...

저자의 말처럼 식물과 함께 그리움과 추억을 가꾸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은근 질투심이 폭발하게 된다. 아니 아내분은 왜 그리 요리를 잘 하시는건지.

대놓고 아내자랑을 해도 되지만 우리 남편은 안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복도 많은 분! 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과 오래오래 공존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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