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대체 이 책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있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혼모노'라는 낯선 단어도 그렇고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일본말을 제목으로 쓰다니..

하는 어줍지 않은 애국심까지 솟아올라 기어이 확인해보리라 맘먹고 주문했던 책이다.


'오호 혼모노! 이거 유명하다던데..'하면서 반갑게 책을 먼저 읽던 딸아이는 두 편을 읽더니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며 책을 밀어냈다. 그래? 별로야?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 늦게서야 책을 펴고 아주 냉정하게 판단해주마 라는 맘을 먹고 펼쳤다.

정말 두 편 정도의 느낌은(길티 클럽, 스무드)는 익히 알던 그런 단편의 모습.

뭘 단정하지 않고 어느 하루의 모습같이 단조롭고 결국엔 공을 독자에게 슬쩍 넘기는 방식의 그런 단편이었다. 정말 좋다거나 하진 않았고 그저 그렇네.


자 이제 왜 '혼모노'라고 했는지가 나온다. 신빨이 다한 백수가 몸주로 모시던 할멈이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백수의 몸에서 떠났다. 지화도 아니고 생화까지 매일 꽂아주었다던데..

혼주 할멈도 망령이 나나? 지성이 부족해서 삐쳤나? 점집 잘 다니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하필 아주 어린 여자애의 몸에 들어가 백수의 점집 건너편에 오픈을 했다.

할멈이 그리 하라고 했단다. 뭐야 먹이자는 소리지? 이제 백수는 점을 치지도 못하고 칼을 휘두르며 굿하는 것도 못한다. 신빨이 완전히 빠져나가 제 몸에 피만 본다.

할멈의 신빨을 받아 용하다고 소문이 나 웨이팅이 걸린 건너편 여자애와 결국 한 판 붙는다.

과연 보이지 않는 할멈이 실린 여자애의 굿판에 뛰어든 신빨 빠진 백수의 한 판은 승부가 보이지만 애잔하다. 백수의 무모함에 자꾸 응원을 보내게 된다. 하필 일본어를 좀 하는 할멈이라

일본어가 등장했던 것이다. 혼모노!=진짜! 과연 혼모노와 니세모노(가짜)의 구별을 할 수 있을까.

인간들은. 이제 이 책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게 되니 속이 시원하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에 접어들면 이제 저자의 해박이 어디까지를 향하는지 확인이 끝난다. '남영동 분실'이라는 곳이 모델일 이 단편은 삼각지, 남영동근처에서 학교를 다녔던 나에게 더 와닿을 수밖에 없다. '구의 집'이 지어질 당시에는 이미 그 곳을 떠났지만 내가 기억하는 갈월동은 숙대입구, 그리고 철도길, 그리고 칙칙함이다.

북으로는 인왕과 북악을 끼고 앞으로는 강을 바라보는 길지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철도가 가로지르는 그 동네는 늘 칙칙했던 기억이다. 당시의 기업회장이 탐낼 정도의 길지라면 '구의 집'이 들어설리가 없지 않을까. 암튼...당시 유명한 건축가가 맡았다는 그 구의 집을 완성한 구보승이란 인물이 실제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건물의 쓰임새를 알고 설계를 하는 과정의 그 집착과 인간의 본성이 교차되는 장면들은 압권이다.

도대체 이런 소재로 글을 쓸 생각을 어떻게 한 것일까. 표지에 있는 사진을 보면 여리고 앳되 보이더구만.


자식을 키워본 사람은 공감할 '잉태기'는 희한하게도 시모와의 갈등이 아닌 시부와의 갈등이 피터지게 전개된다. 돈은 좀 있는 시부의 갑질과 편파와 손녀딸에 대한 집착이 버무려져 읽는 내내 고구마 먹은 느낌이다. 더구나 그런 시부와 갈등을 겪으면서 딸을 끼고 도는 엄마의

애정행각(?)은 또 어떻고. 애를 저렇게 키운다고? 그렇게 돈도 많고 자손이라면 벌벌 떠는 시부가 왜 아들타령은 안하고 손녀딸 하나만으로 만족했는지도 궁금해진다.

괜한 오지랖이겠지만. 잉태기라기 보다는 '망태기'다. 부글거리는 와중에 시모가 했다는 말 하나가 탁 와 닿는다. '아가, 난 말이다. 결핍이 집착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애정도 적절히 내어줄 줄 알아야 해' 암 맞는 소리지. 엄마나 시부나 도긴개긴인데 참 아까운 시모일세.

참 이쯤에서 작가가 궁금해진다. 그녀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다.

사실 이름도 처음 듣는다. 이제 나이가 서른 둘! 세상에 대해 뭘 좀 얘기해도 되는 나이다.

그런데 이건 그걸 넘어선 지식, 아니 지혜, 아니 그런 단어로 표현해도 딱 차지 않는 깊이가 있다. 마지막 편에서 힘이 살짝 빠지는게 아쉽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역량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야! 신애기 나오는 장면부터가 혼모노야 덮지 말고 읽어봐'

책을 덮고 딸내미에게 던진 소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