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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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계절의 여왕은 5월이라고 하지만 긴 겨울을 끝내고 나무에 움이 꿈틀대는 3월이 가장 생명력이 강하고 존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마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생명력이 그만큼 끈질겼고 긴 겨울을 끝내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있어서.



예순이라는 나이는 많은 걸까 적은 걸까.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고 그렇다고 늙었다고 하긴엔 살짝 억울한 나이라고 할까.

큰 키에 서구적인 얼굴을 한 여배우 이마치! 그녀는 성공한 배우였지만 그녀의 삶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태생부터가 비루했다. 동두천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것 부터가 그녀의 삶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란 예감을 들게했다. 망해가는 클럽을 운영했던 엄마, 미군과 재혼해서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 날아오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던 마치!



육십에 이른 마치에게 알츠하이머 전단계라는 판정이 내려진다. 자꾸 뭘 잊어버리고 삐걱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받아들이긴 힘들다. 결국 치료를 위해 유명 병원을 가게되고 의사 제제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 마치는 최신 치료법이라는 VR을 통해

자신의 지나온 삶과 마주하게 된다. 사랑은 아니었고 그저 유일하게 자신에게 청혼한 남자와 결혼해서 남편이 원하는 아이를 낳아준 일, 진정으로 안아준 기억도 없던 딸과 아들.

그리고 어느 날 깜쪽같이 사라진 아들때문에 남은 시간을 지옥에 갇힌 것 처럼 살아온 여자.



자신이 벌어온 돈을 아낌없이 날리기만 했던 남편이 떠나고 일정을 도와주던 K와 잠시 관계를 맺었지만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는지는 잘 모른다.

VR치료를 통해 만난 과거의 자신은 그야말로 아이들에게 냉혈했고 가정생활은 엉망진창인 여자였다. 오로지 배우로서만 인정받았던 여자. 그리고 불우했던 어린시절과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겨우 삶을 붙들고 살아온 여자 마치!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새 아파트로 입주하게된 배경부터가 기발하다. 그 고층아파트 60층이 마치의 집이다.

읽다보면 알게된다. 그 아파트 자체가 바로 마치의 삶이라는 것을.

불행했지만 살아남아야 했던 여자의 슬픈 인생에 마음이 어두워지곤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무너지려는 삶을 붙잡아준 것은 마치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의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그녀의 삶이 다 엉망이 아니었다고 안도하게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달을 무렵 알게되는 사라진 아들의 무서운 진실!

아 마치가 그토록 누군가 자신곁에 있다고 외쳤던 것이 알츠하이머때문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슬픔이 다시 밀려온다. 이제는 날아올라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들과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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