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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타임 - 빛도 시간도 없는 40일, 극한 환경에서 발견한 인간의 위대한 본성
크리스티앙 클로 지음, 이주영 옮김 / 웨일북 / 2022년 9월
평점 :
동굴속에 들어가 40일간을 버티는 프로젝트라니 이렇게 흥미로운 모험기가 있을까.
나이대가 다양한 총 열 다섯명의 사람들이 프랑스 아리에주 위사에 위치한 롱브리브
동굴에서 2021년 3월 14일부터 4월 24일까지 40일을 보냈다.

나처럼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이 존경스럽다.
습도 100퍼센트, 섭씨 10도의 동굴이라면 상당히 추우면서도 찐득한 환경이다.
거기에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 입구는 봉쇄된다. 말하자면 자발적 감옥살이쯤
되려나. 현직 의사, 간호사, 소방관, 서핑강사등 직업도 다양하다.

시간을 알 수 없도록 시계나 휴대폰 반입은 금지다. 다른 사람의 잠을 깨워서도 안되고
누구의 간섭도 허용치 않는다. 늘 시간을 확인하면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시간의
멈춤을 견딜 수 있을까. 거기에다 용변처리는 어떻게 할거고.
동굴밖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대기하면서 용변처리부터 빨래, 혈액채취를 돕는다.
하지만 가능한 연락은 줄이고 시간에 대한 정보는 절대 줄 수 없다.

팁타임 프로젝트의 목적은 무엇일까. 시간의 개념없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어두운 동굴에서 폐쇠된 생활을 하면 신체기능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처음 며칠 동안은 각자의 생체리듬대로 생활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리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란다.

30일도 아닌 40일이라는 기간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40이란 숫자는 성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숫자이고 예수 그리스도가 사막에서 단식하며 보낸 숫자이며 무하마드나 아브라함도 이 기간동안 고난을 견뎠다. 결국 40일이란 고난을 겪고 새로운 방법이나 휴식을 찾은 날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각능력이 조금 떨어지고 서로가 몰랐던 각자의 개성에 따라 조금의 트러블은 있었지만 대체로 큰 문제는 없었다. 처음 의도대로 식물을 키워보는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가 없어 다소 아쉬웠다. 하긴 동굴안에서 자랄 식물이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40일이 지나 동굴밖으로 나온 후 모든 데이터는 전문기관에 보내졌다.
그 결과에 대한 정보가 없어 그 점도 아쉬웠다. 아마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이렇듯 생각지도 못한 도전으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가장 깊은 곳에 가장 낮은 자세로 임했을 때 인간 본연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딥타임'은 팬데믹과 이상기후로 시름하는 지구인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전하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