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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로 인해 시인이 된다
김종영 지음 / 경향BP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싯구가 떠오른다.
미미한 존재였던 내가 비로서 누구에겐가 각인되고 인정받고 사랑 받았을 때 꽃이 되고
주인공이 되고 우주가 되는 기적같은 힘.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의 제목을 보는 순간 왜 그 시가 떠올려졌을까.
누군가의 사랑이 관심이 시를 부르고 비로소 시인이 된다는 뜻이라 그랬을 것이다.
뜨겁던 햇살이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새파란 하늘에 찬기운이 더하면 쓸쓸함이 밀려온다.
그럴 때 차 한잔 곁들이면서 시 한수 읽으면 마음이 차오르는 것 같다.
가을은 추억을 부르는 계절이다.
어리고 돈 없고 철도 없던 그 시절의 사랑은 비루했지만 선했고 찬란했었다.
첫사랑의 그이와 영화를 봤던가. 아련하다. 둘이서 본 기억보다 우르르 일당들이
몰려가 함께 했던 기억속에 팝콘보다 오징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밤새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적이 나도 있었다.
사랑은 변한다. 영원할 것 같은데 그렇다. 아니 어쩌면 사랑은 불변인데 인간의 마음이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가 변했다고 미루면서 사랑을 밀쳐냈던 기억도 떠오른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들. 설ˠ고 아팠고 그리고 지금은 추억하는 시간들.
섬에 살면서 가장 싫은게 바로 바람이다.
햇살이 눈부셔도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바람이 싸늘해서 참 싫다.
그럼에도 꽃들은 피고 흔들리고 존재한다고 팔랑거린다.
그 찬란한 꽃들도 어둠이 내리고 바람이 찬 밤에도 흔들리면서 버틴다.
그래서 참 용타. 그래서 참 소중해진다.
나도 누구에겐가 꽃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 사람으로 하여 시인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가을하늘과 바다의 짙푸름이 경계가 모호한 이 시절 잠시 시에 취해본다.
'나는 너로 인해 잠시 추억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