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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습지를 떠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카야가 너무 일찍 습지를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 가슴아팠다.
아니 카야는 절대 그 습지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카야는 습지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마지막까지 그 곳에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지금도 분명 그녀의 영혼은 습지를 떠돌 것이라고 믿는다.
1952년 이제 다섯 살이 된 카야는 아침 일찍 엄마가 술주정뱅이에 폭력꾼인 아버지를 피해 가방을 꾸려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뒤를 이어 카야의 언니와 오빠들도 떠나고 일곱 살이나 많은 바로 손위의 오빠 조이 마저 그녀의 곁을 떠나고 만다.
덩그라니 습지의 오두막에 남겨진 카야는 상이군인으로 퇴역한 아버지와 둘이서 살아가게 된다.
아니 엄격하게 말하면 같이 사는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밖에서 술을 먹고 떠돌다 생각나면 들어오는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결국 어느 날 아버지마저 사라지고 아직 어렸던 카야는 가족 모두에게 버림을 받았고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돈도 먹을 것도 없는 카야는 홍합을 따서 기름과 잡화를 파는 점핑에게 가져다 팔았다.
나중에는 오빠인 조이에게 배운 낚시로 고기를 잡아 팔아 겨우 굶주림을 면하곤 했다.
깊숙한 숲속 습지의 오두막에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카야.
그래도 숲은 그녀의 놀이터였고 주변의 동물들은 그녀의 친구가 된다. 갈매기와 온갖 벌레들은
그녀의 친구이면서 후일 그녀가 습지연구가로, 생태학자로, 작가로 성장하는데 초석이 된다.
카야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 바로 테이트가 있었다. 자신의 생일 날 선물을 사기위해 시내로
나갔던 어머니와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자 깊은 상처가 남은 테이트는 습지에서 낚시를 하다
만난 카야에게 글을 가르치고 오빠처럼 친구처럼 카야의 가슴에 사랑을 불어넣어준다.
카야는 원래 테이트의 가르침을 넘어서 자신의 세계에 혼을 불어넣을 줄 아는 영특한 아이였다.
책을 읽고 습지의 동물들을 채집하고 모든 것들을 스케치로 남기는 일상이 이어지고 카야는 점차
아이에서 소녀로 성장한다. 테이트와 카야는 서로 사랑하지만 아직 때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완벽한 사랑을 나눌 어른이 되기까지 테이트는 카야를 지켜준다.
하지만 테이트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결국 카야의 곁을 떠나고 만다.
다시 홀로 남게된 카야는 마을에서 이름난 난봉꾼 체이스의 꼬임에 넘어가 모든 것을 내어주게 되지만 체이스는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 결국 카야를 이용만 하다가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체이스는 습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마을사람들과 보안관은 오랫동안 체이스와 사귀었던 카야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그 시간에 그녀를 봤다는 마을사람들의 증언과 시체의 몸에 붙어있던 섬유조각이 카야의 집에서 발견되자 체포된다.
이제 스토리는 카야의 외로운 성장과 사랑을 넘어서 누가 체이스를 죽었냐는 미스터리로 이어진다.
체이스의 사망추정시간에 카야는 새 책의 출판을 위해 이웃도시로 편집장을 만나러 떠났었다.
하지만 되돌아와 체이스를 죽인 후 다시 그 도시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연약한 카야가 운동선수 출신의 거대한 체이스를 죽일 수 있었을까.
자신을 농락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데다 죽기 얼마 전 다시 카야를 찾아와 강간을 시도했던 일이 분명 카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데....
습지의 아이 카야의 쓸쓸함이 너무 가슴아파서, 그리고 선한 두 사람의 사랑이 어긋나서
마지막에는 살인자로 지목되어 재판을 받는 모습에 화가 나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가족에게 버림받았지만 습지가 그녀를 품었고 당시 차별받던 흑인 노예출산의 점핑 부부가
그녀를 돌봤고 테이트가 그녀에게 사랑을 불어넣었다.
카야는 정말 체이스를 죽였을까. 아니면 카야를 대신해 누군가 그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온갖 상상을 하면서 재판과정을 따라가던 독자들은 거의 끝무렵이 되어서야 기가막힌 반전을
보게된다.
카야, 가재가 노래하는 그 곳에서 언제나 외롭지 않게 머무르길...
왜 책의 서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매체들이 이 소설을 추앙하는지 읽은 사람들은 알게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